동경생활/캔버라생활

뿌듯한 하루

huiya(kohui) 2020. 3. 22. 21:08

2016/03/20 뿌듯한 하루

 

오늘 캔버라는 맑은 날씨였다. 날씨가 갑자기 가을에 접어들면서 아침저녁으로 너무 쌀쌀하다 못해 추워졌다. 그래서 낮에는 햇볕이 고맙게 느껴지는 계절로 변해간다. 조금 전에 동경과 기온을 비교했더니, 비슷하다. 괜시리 더 춥게 느껴진다.

어제와 오늘은 캔버라에서 지내는 마지막 주말이라, 소중한 시간이다. 어제는 아침에 도보로 갈 수 있는 미첼 파머즈 마켓에 다녀왔다. 이번에 와서는 한 번도 지역에서 생산하는 과일이나 야채를 살 수 있는 곳에 못 가서 안타까웠는데, 드디어 갔다. 남은 날이 얼마 없어서 뭘 살 수도 없지만, 유기농 채소와, 과일을 좀 샀다. 돌아오면서 사과를 먹었더니, 확실히 압도적으로 맛있다. 슈퍼에서 파는 것은 겉모양은 번지르르 하지만, 맛이 없었다. 역시, 과일이나 야채는 지역에서 생산하는 걸 사야지…마켓은 내가 다니던 때에 비해 엄청 규모가 커졌다. 몇 군데서 맛도 좀 보고 놀다가 왔다. 집에 돌아와서 빨래를 하고 천천히 준비해서 나갔다.

어제는 캔버라에서 아주 큰 행사가 열렸다. 내가 오랫동안 캔버라를 다녔지만, 어제처럼 사람이 많은 걸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역시나 아티스틱한 행사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한껏 멋을 내고 치장을 했다. 여기서 한껏 멋을 내고 치장을 했다는 것은, 위아래로 훝으면 대충 얼마인지 견적이 나온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자기에게 맞는 걸 입고 멋을 부렸다는 의미다. 솔직히 깜짝 놀랐다. 내가 아는 캔버라에서는 ‘패션’이라는 말을 쓰면 안 될 정도였는데, 그 것도 옛말이 되고 말았다… 특히 니시 빌딩이라는 건물이 아주 멋있었다. 밖에서 보는 것 보다 안에서 보는 것이 훨씬 멋있었다. 라운지에서 콘서트를 해서 계단에 앉아서 들었다.

저녁에는 불꽃축제가 8시 반에 시작되었다. 우리는 셋이서 니시빌딩 2층 베란다, 즉 멀찌감치서 봤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어른들이니까… 그리고는 안으로 들어와서 뜨거운 쵸코렛과 나는 홈메이드 소다를 마셨다. 수다를 떨다 보니 밤이 늦어서 거기서 만난 사람이 바래다줬다

오늘은 Elva가 마중 온다고 해서 일찌감치 준비하고 기다렸다. 앤드류도 드라이브를 가자고 했지만, 언제 전화가 올지 모른다. Elva가 마중 온 것이 12시가 넘어서 좀 늦었다. 집이 이사를 했다고 해서 갔더니, 시내에서 좀 떨어진 지역이지만, 집이 엄청나게 큰 이층 집이다.. 지난번 집도 결코 작은 집이 아니었지만, 이번 집은 너무 엄청나게 크다. 집을 둘러보고 한 말이 집을 잘 정돈하고 깨끗하게 하려고 노력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친구는 은퇴를 해서 일을 나가지 않는다. 그러나, 딸과 손자, 손녀에 아래층에는 아들네가 같이 살아서 집안일이 더 바쁘단다. 쉬는 날이나, 휴가, 월급도 없다고… 친구가 여동생과 그 가족까지 초대해서 큰 파티를 열어 주었다. 앤드류도 오라고 해서 같이 밥을 먹고 조금 일찍 자리를 떴다. 친구네와는 가족과 친족까지 알고 있는 사이라, 많은 소식을 들었다

앤드류가 자기 엄마가 좋아했던 장소로 데려다줬다.. 엄마가 돌아가신 줄 몰랐는데, 엄마는 어떠시냐고 물었더니,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얼버무렸다. 조금 전에 엄마에게 좋은 색으로 고르라니까, 스카프도 하나 고르더니, 일 년 전에 돌아가셨단다. 페북에는 엄마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이름만 써서, 아주 특별히 가까운 사람이 돌아가신 줄 알았었다. 엄마와 닮은 효자인 그는 많이 슬펐을 것이다. 연세가 많으신 아버지를 오늘 아침에도 교회에 모셔갔다가 온 모양이다. 저녁에도 아버지 집에 들른다고… 가까이 살면서 오며 가며 아버지를 돌보는 모양이다

친구네 집에서 부침개를 만들었다. 내가 만들던 부침개가 맛있다고, 나중에 자기가 해도 그 맛이 나지 않더란다. 그래서 한국식당에 부침개를 먹으러 갔다고, 식당 것도 맛이 다르더란다. 앤드류도 부침개를 먹다가, 남은 것을 싸가려고 했다. 한 장을 더 줬다. 지금까지 그런 일이 없었는데, 아버지 드리려고 싼 건가? 

친구 동생 Maria는 요새 사위의 어머니를 돌본단다. 사위가 수술을 받았고, 딸이 일하고 있다. 일하는 딸이 시어머니까지 돌보는 것은 힘드니까, 사돈인 Maria가 돌보고 있단다. 오늘은 특별히 시간을 내서 온 것이다. 아들과 며느리에 손녀까지 총출동을 해서 왔다. 요새는 서로가 바빠서 이렇게 모이는 일이 아주 드문데, 내가 갔다고 모였다. 너무 반가웠다. 페북에 올라온 사진으로 만 봤던 손녀도 실제로 보고, 가족은 늘고 성장해 가고 있다. 친구도 나도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 것이다

친구들이 보고 싶어서 캔버라에 온 보람이 있었다고, 뿌듯한 기분이 된 하루였다. 알찬 주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