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대학생

너무 많거나, 적거나

huiya(kohui) 2020. 4. 23. 20:58

2013/04/14 너무 많거나, 적거나

 

오늘 동경은 맑았지만좀 쌀쌀하고 바람이 세게 부는 날이었다..

 

어제는 왠지 졸려서 오후에 잠깐 눈을 부쳤더니잠에서 깨질 못하고 오늘 아침까지 계속 잤다아무래도 피곤했던 모양이다오늘은 일어나서 일과인 요가를 하고 아침을 먹었다마지막 남은 빵 한 장에 마지막 남은 버터 한 조각을 발라서 먹었다아침을 먹고 청소를 하려니 청소기를 돌리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먼저 소리가 안나는 유리창 청소를 했다. 그리고쓸데없이 드라마를 보면서 시간이 지나길 기다리다가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질을 했다짙은 색 옷을 세탁하려고 봤더니 너무 적다세탁은 내일 하던지아니면 더 기다려야 한다

 

지난주 수요일부터 개강을 했다
수요일 2교시에 수업이 있었다작년에 300명이나 몰려와서 죽을 뻔했던 과목글로벌 도시론이다학교에 수강생 수를 제한해 달라고 했더니 안된단다작년에 영토문제가 있었고그 후 한국과도 껄끄럽고요새는 북한 문제도 있어서수강생이 줄어들 거라고 예상했다. 100명 정도 올까그러면 좋지아주 낙관적인 기분으로 학교에 갔다. 이 교실은 어딥니까몇 호관 지하 1층입니다대학에 새로운 건물을 많이 지어서 몇 호관이 어딘지그리고 지하에서 수업을 한다는 것 자체도 못 믿겠다. 수강생이 몇 명이지요? 아직 확정이 안됐습니다참고로 알아야 자료를 준비하니까물어봐 주세요전화를 물어보더니현재 498명이라고 합니다교실은 500명 정원이라고 하는 데요

맥이 탁 풀린다. 500명을 상대로 수업을 하라고요작년 300명으로 죽을 뻔했는데… 어쩌라고그리고 교실이 500명 정원에 498완전 인체 실험장도 아니고교실이 냉방 온도조절을 못하고 창문도 못 여는 데정말 너무한다. 차라리날 죽여라아예체육관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불평불만해봤자, 내 입만 아프고 인상이 나빠질 뿐이라맥이 빠진 상태에서 거의 울고 싶은 심정으로 넋이 반쯤 나간 상태에서 상자에 자료를 넣고 교실에 갔다그 교실은 지하 1층에그 교실 하나밖에 없었다교단에 서서 보니학생들 얼굴이 안 보인다. 울고 싶다뒤에 학생들은 인간들이 앉아있다는 것밖에 식별이 안된다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거수를 하라고 했더니보통 거수로는 손이 보이지 않는다손을 번쩍 들지 않으면 안 보인다. 교실은 젊은 학생들의 체온으로 데워져서 냉방을 넣었지만온도조절이 안되어 뜨겁다학생들은 점점 불어나서 교실 밖으로 넘쳐흘러 났다. 수습이 안된다출석체크는 불가능할 것 같다나는 강의가 끝날 때 감상문을 써서 내라고 한다. 내가 요구하는 감상문 또한 장난이 아니다. 학생들 레벨도 자연히 높을 수밖에 없다그 걸로 점수를 매겨평상점으로 하기 때문이다그렇지 않으면 학생들이 강의를 듣고 뭘 느끼는지강의가 제대로 전달이 되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정말로 대학에서 뭘 생각하는지화가 난다이렇게 학생들이 많으면, 좋은 수업은커녕 제대로 수업을 못한다. 내가 열심히 하고 아니고 가 아닌 교육의 질이 확실히 떨어진다. 결국수업을 잘하는 것보다, 학생들이 안전사고가 안 나게 주의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결국, 500명이 넘는 학생이 수업을 듣고 감상문을 써서 내고 점심 먹으러 이동을 해야 하는 데 문은 3개밖에 없다. 건물을 새로 설계해서 지을 때 이렇게 대형 교실을 만들면서 드나들 학생수를 감안하고 문을 많이 만들어야지. 앞으로 날씨가 더워지고 비가 올 텐데, 저런 열악한 환경에서 학생들이 수업에 제대로 집중을 할 수 있을지, 정말 궁금하다나도 수업을 잘하기보다, 사고 없이 무사히 학기를 끝내고 싶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토요일 대학에서 전화가 왔다수강생이 많아져서 600명이 들어가는 큰 교실로 바꿨다고화가 나서 퉁명스럽게 알았다고 했다사무실에서도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모른다보통 때는 조수를 한 명 쓰는 데이번에는 조수를 두 명 써서 수업을 할 거다. 그리고 내년에는 학생들이 몰리지 않을 시간으로 시간을 변경할 거다. 쪼끔 인기가 있다는 것은 정말로 괴로운 일이다.

다음 날은다른 학교 2교시에 여성학, 3교시는 노동사회학이었다. 여성학 시간에 들어갔더니학생이 4명이었다. 적어도 너무 적다수업에는 적정인원이라는 게 있는 데너무 적어도 수업하기가 거북하다점심시간에 다른 선생에게 물었더니저는 3명 왔어요나만 적은 게 아니었구나조금 있으니오늘은 첫날이라고 학생들이 멋대로 쉰다는 소문입니다아마다음 주부터 제대로 나올 거예요. 

3교시 노동사회학은 지금까지 주로 일본의 노동상황에 관해서 해오다가올해부터 국제적인 것으로 싹 바꿨다수업을 시작해서 조금 있으니까, 30% 정도가 우수수 밖으로 나간다도저히 못 따라가겠다는 것이다일본 학생들은 대체로 ‘국제적’인 면이 약하다물론 대학에 따라 다르지만몇몇 대학을 빼면 전체적으로는 약하다고 할 수 있다약한 게 지나치면 아예도통 모르게 된다자료를 주면서 좀 어렵게 느낄지 몰라도익숙해진다고자료는 신문기사 레벨이니까사회인이 되려면 신문기사 정도는 읽고 이해해야 한다고 주지했다그래도 수업하기 쉬울 정도의 학생이 남았다다행이다

금요일에는 주로 강의를 하는 대학이다. 오랜만에 동료들과 만났다. 사무실 직원들과도 인사를 하느라고 바쁘다수업에 들어갔더니신입생이 많았다그중에는 다른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이 좀 섞여 있었다내가 학생을 기억해서 작년하고 인상이 바뀌었네, 헤어스타일을 바꿨어조금 바꿨어요다른 학생에게도 묻는다작년 어느 과목을 들었지오스트라리안 스터디스요그렇구나ㅇㅇ군작년에 일본문화사를 들었지감상문이 가장 인상적이었고 좋았어그래서 메일을 하려고 했는 데잊어버렸네이 말을 전할 수 있어 다행이다학생이 어쩔 줄 모른다나중에 감상문을 봤더니선생님이 재미있어서 이 과목을 들으러 왔단다그중에는 야단을 맞아가면서도 내 수업을 좋아 다니면서 듣는 학생들이 있다학생 중에는 가벼운 중독현상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단다. 중독이라금단증상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은 없지만…

드디어, 내 창문 앞 느티나무에도 새순이 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사진이다. 다른 나무들은, 두 번째 사진처럼 새순이 한참인 데, 좀 늦은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