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신입생
2018/04/14 두근두근 신입생
오늘 동경은 아침에 잠깐 맑았다가 흐리고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씨였다. 어젯밤 늦게 자서 출근하는 날 보다 1시간쯤 늦게 일어났다. 아침에 손빨래를 해서 널었다. 이번주 자켓 안에 입었던 흰색 티셔츠를 빨아서 널었다. 오늘은 집에서 쉬기로 한 주말이다. 낮에 근처 농가에 야채를 사러 나갔다가 삶은 죽순을 샀다. 내친 김에 마트에 가서 과자와 두부 죽순과 같이 조릴 튀긴 두부 등을 샀다.
마트에서 돌아와 부추와 들깨 씨를 뿌리고 물을 줬다. 씨를 뿌리는 때를 놓친 것은 아닌지 몰라도 싹이 났으면 좋겠다. 지난주 서울에 다녀온 피로가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개강을 해서 피곤했다. 서울에 다녀오지 않아도 개강을 하면 피곤하다. 개강을 하면 새로운 학생들과 만나느라, 신경이 많이 쓰인다.
엉망진창인 일본 정국은 혼란에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시민들의 데모는 계속되고 있다. 모리토모에 이어 가케학원도 문제가 불거졌다. 또 다른 문서를 조작한 것이 발각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재무성 최고 간부인 사무차관의 성희롱에 대해 미투가 나왔다. 아베 정권에서 성희롱에 대해 문제시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늘은 그 간부의 성희롱을 녹음한 음성 파일이 공표되었다. 성희롱 내용은 구체적으로 쓰기가 싫다. 정말로 가관이다. 이런 성희롱을 상습적으로 한다는 관료를 처벌하지 않는다는 정부는 심각한 문제다. 학생들 보기가 부끄럽다. 여성들이 얼마나 좌절감을 느낄까. 아베 정권에 절망감을 느끼는 것은 여성만이 아니다. 정말로 어처구니가 없다. 아베 정권은 일본을 얼마나 파괴하려는지 그 끝을 알고 싶다.
어제까지 모든 수업이 다 개강을 했다. 올해 신입생이 확 다르다는 인상을 다른 선생들도 느끼는 모양이다. 근래 일본 상황이 너무나 엉망이라, 학생들을 보면 그 상태가 여실히 드러난다. 일본 사회의 영향을 받은 학생들 중에는 한국사람이라고 내게 적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적대감을 가진 학생들이 있는 가운에 강의하는 것은 참 힘들다. 그런 중에 작년 가을학기가 최악이었다. 두 번 다시 지난가을학기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게 개강 때부터 단단히 해야 한다.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고 포기한 상태였다.
그런데 올해 신입생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수요일에는 손을 들고 질문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어제 수업에서는 학생들에게 지시하면서 메모하라는 말을 하기 전에 메모를 한다. 깜짝 놀랐다. 메모하라고 해도 말을 안 들었는 데, 스스로 메모를 하다니?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다. 수업 중에 목소리가 쳐져서 목소리를 크게 올리라고 했더니 학생들이 일제히 물결처럼 자세를 바르게 꼿꼿이 한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자세를 고치라고 하기 전에 알아서 한다. 물론 벌써 문제가 될 학생도 보인다. 하지만 학생들이 수업에 임하는 태도가 적극적이다. 세상에 이런 기적 같은 일이.......
점심시간에 다른 동료와 신입생에 대해 말하면서 선생들이 학생들 태도에 감격하고 있다. 지금까지 학생들이 얼마나 말을 듣지 않았으면 아주 작은 변화에 눈물을 흘릴 것 같이 기뻐하는지 희망을 가진다.
이런 학생들의 태도는 일본의 정치상황과 맞물린다. 일본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에 반대다. 아베 정권은 정상회담을 앞둔 한국과 미국에 대해 북한을 견제하라고 훼방 놓고 다닌다. 오늘 여론조사를 보면 북일이 대화하는 것에 찬성이 70%나 된다. 일본 국민이 원하는 것을 정부는 무시하고 이상한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지금까지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여론도 조작해 왔지만 많은 악행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일본 국민들도 자신들이 속았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된 것이다.
나는 정치가들이 미친 짓을 해도 학생들이 휘둘리지 말았으면 한다. 정치가에게 기대하지 말고 자신들이 길을 열어야 한다는 걸 확실히 알았으면 좋겠다. 올해 신입생이 확 달라졌다. 일본 분위기도 조금 달라졌다. 더 이상 '조작의 달인'에게 '사기' 당하지 말았으면 한다. 한국이 '사기의 달인'에게 당해봐서 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나가도 어려운데 국민을 상대로 '조작'이나 '사기'를 치고 있으면 나라가 망한다.
확 달라진 신입생을 좋게 끌고 나갈 생각을 하니 조금 희망이 보이는 것 같다. 뭔가 지각변동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