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걸레
2018/04/15 새 걸레
오늘 동경 날씨는 오전까지 맑았다가 오후가 되면서 흐리고 바람이 강해졌다. 어제 늦게 잔 탓에 오늘 아침은 9시 반 넘어서 일어났다. 이불과 베개를 먼저 널었다. 요가를 해서 몸을 풀고 아침밥을 해서 연어를 굽고 양배추를 데쳐서 먹었다. 오늘 할 일은 주말 행사인 청소다. 아침을 먹고 빨래를 했다. 본격적으로 청소를 하기 전에 유리창 청소부터 했다.
이번 달 유리창 청소를 해야지. 요즘 꽃가루가 많이 날려서 베란다를 씻어도 다시 노랗게 얼룩이 진다. 베란다를 씻어야 할 정도니까, 유리창에도 꽃가루와 먼지가 많이 묻어 있을 것이다.
서울에 다녀와서 새삼스럽게 느끼는 것이 지금 이 계절이 참 아름답다는 것이다. 일교차가 심하지만 4월이 아니라, 5월인 것 같다. 서울에서 머문 곳은 창문을 열면 맞은편 건물 창문을 마주하고 있다. 옆 쪽 창문을 열면 옆 건물 벽이 앞을 가린다. 주변에 건물이 없어도 미세먼지가 많고 추워서 창문을 열 수가 없지만 아주 답답했다. 가끔 서울에 다녀오면 미세먼지로 인해 동경 공기가 깨끗한 것이 다행이라고 여긴다. 나는 시야가 답답한 것을 싫어한다. 지금까지 살면서도 주위 눈이 두려워 창문을 못 열거나 바깥 시선 때문에 커튼을 치지 않아도 되게 집을 고르고 빌려서 살았다.
지금 살고 있는 곳도 뒤에는 아파트가 있지만 앞에는 낮은 집들이라, 시야가 가려지는 일이 없다. 창밖에 큰 느티나무가 시야를 가리지만 답답한 것이 아니다. 주변에 공원이 많아서 공원에 둘러싸여 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공원에 사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정도로 주변에 자연이 풍부하다.
서울에서 돌아와 나뭇잎이 많이 난 것에 놀랐다. 일주일 사이에 나뭇잎이 매일매일 엄청난 성장을 했다. 저쪽 작은 숲에도 녹음이 우거졌다. 나무들이 많이 베어 나갔지만 그래도 나뭇잎이 나면 볼 만하다. 어제와 오늘은 멍하니 신록의 다양한 녹색을 즐기고 있었다. 어제와 오늘도 날씨가 흐렸지만 연두색이 빛나서 주위가 밝았다. 빛나는 것은 색감만이 아니라, 생명력이 지닌 에너지 같기도 하다. 연두색이 팽창해서 건물을 밀어내며 눈 앞으로,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가만히 창밖의 신록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하루 종일 즐겁게 지낼 수 있었다.
오늘 유리창 청소를 평소 보다 더 꼼꼼하게 두 번씩 했다. 유리창을 닦았더니 꽃가루와 먼지가 얼마나 많이 묻었는지 걸레를 몇 번 빨았는지 모른다. 이렇게 더러운 유리창을 통해서 봐도 신록이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유리창을 닦았으니 시야가 훨씬 더 밝고 깨끗해진다. 집에서 창 밖을 보는 것이 즐겁다.
서울에 다녀오면 내가 사는 오래돼서 낡은 아파트가 나쁘지 않게 느껴진다. 주위 자연환경도 고맙게 느껴진다. 그래서 오늘은 청소를 공들여 했다. 현관문도 안팎으로 문 틈새와 울릴 일이 없는 초인종까지 닦았다. 청소를 꼼꼼하게 하면 작은 집이라도 시간이 걸린다. 그 전에 걸레를 새로 갈았다. 새 걸레는 지금 일본에서 타월 브랜드 중 유명한 이마바리 타월에서 남은 실로 짠 걸로 만든 것이다. 이마바리는 지금 특혜를 준 것으로 아베 정권에서 문제가 된 가케학원 수의학부가 신설된 곳이다. 마트에 일 년에 두 번 이마바리 타월이 세일을 할 때 이런 물건도 있다. 걸레지만 예뻐서 내가 쓰기에 아까워 선물로 썼는데 이번에는 내가 쓰기로 했다. 다음에도 보면 예쁜 걸로 사둬야지. 지금까지 쓰던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걸레가 다 헐었다. 오늘 낡은 두 장을 버리고 새 걸레를 석 장 내놨다. 청소할 때도 도구가 좋으면, 걸레가 예쁘면 기분이 좋다. 쓰고 나서 빨아 널었더니 지금까지 쓰던 것에 비해 마르는 게 더디다. 걸레에도 나름 조건이 있다.
저녁에는 멸치로 국물을 내서 죽순과 튀긴 두부를 조려서 잡곡밥과 같이 먹었다. 죽순 조린 것은 오가며 손으로 집어먹는 중이다. 냄비에 가득하게 만들었는데 금방 다 먹을 것 같다. 죽순을 먹은 탓에 염분을 많이 섭취해서 몸이 부어 온다.
청소를 깨끗이 한 뒤라, 집에 향을 더했다. 봄이라서 기분이 산뜻하게 새 걸레를 개비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