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생활

새 걸레

huiya(kohui) 2020. 4. 25. 17:26

2018/04/15 새 걸레

 

오늘 동경 날씨는 오전까지 맑았다가 오후가 되면서 흐리고 바람이 강해졌다. 어제 늦게 탓에 오늘 아침은 9 넘어서 일어났다. 이불과 베개를 먼저 널었다. 요가를 해서 몸을 풀고 아침밥을 해서 연어를 굽고 양배추를 데쳐서 먹었다. 오늘 일은 주말 행사인 청소다. 아침을 먹고 빨래를 했다. 본격적으로 청소를 하기 전에 유리창 청소부터 했다.

 

이번 달 유리창 청소를 해야지. 요즘 꽃가루가 많이 날려서 베란다를 씻어도 다시 노랗게 얼룩이 진다. 베란다를 씻어야 할 정도니까, 유리창에도 꽃가루와 먼지가 많이 묻어 있을 것이다.

 

서울에 다녀와서 새삼스럽게 느끼는 것이 지금 이 계절이 참 아름답다는 것이다. 일교차가 심하지만 4월이 아니라, 5월인 것 같다. 서울에서 머문 곳은 창문을 열면 맞은편 건물 창문을 마주하고 있다. 옆 쪽 창문을 열면 옆 건물 벽이 앞을 가린다. 주변에 건물이 없어도 미세먼지가 많고 추워서 창문을 열 수가 없지만 아주 답답했다. 가끔 서울에 다녀오면 미세먼지로 인해 동경 공기가 깨끗한 것이 다행이라고 여긴다. 나는 시야가 답답한 것을 싫어한다. 지금까지 살면서도 주위 눈이 두려워 창문을 못 열거나 바깥 시선 때문에 커튼을 치지 않아도 되게 집을 고르고 빌려서 살았다.

 

지금 살고 있는 곳도 뒤에는 아파트가 있지만 앞에는 낮은 집들이라, 시야가 가려지는 일이 없다. 창밖에 큰 느티나무가 시야를 가리지만 답답한 것이 아니다. 주변에 공원이 많아서 공원에 둘러싸여 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공원에 사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정도로 주변에 자연이 풍부하다.

 

서울에서 돌아와 나뭇잎이 많이 난 것에 놀랐다. 일주일 사이에 나뭇잎이 매일매일 엄청난 성장을 했다. 저쪽 작은 숲에도 녹음이 우거졌다. 나무들이 많이 베어 나갔지만 그래도 나뭇잎이 나면 볼 만하다. 어제와 오늘은 멍하니 신록의 다양한 녹색을 즐기고 있었다. 어제와 오늘도 날씨가 흐렸지만 연두색이 빛나서 주위가 밝았다. 빛나는 것은 색감만이 아니라, 생명력이 지닌 에너지 같기도 하다. 연두색이 팽창해서 건물을 밀어내며 눈 앞으로,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가만히 창밖의 신록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하루 종일 즐겁게 지낼 수 있었다.

 

오늘 유리창 청소를 평소 보다 더 꼼꼼하게 두 번씩 했다. 유리창을 닦았더니 꽃가루와 먼지가 얼마나 많이 묻었는지 걸레를 몇 번 빨았는지 모른다. 이렇게 더러운 유리창을 통해서 봐도 신록이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유리창을 닦았으니 시야가 훨씬 더 밝고 깨끗해진다. 집에서 창 밖을 보는 것이 즐겁다.

 

서울에 다녀오면 내가 사는 오래돼서 낡은 아파트가 나쁘지 않게 느껴진다. 주위 자연환경도 고맙게 느껴진다. 그래서 오늘은 청소를 공들여 했다. 현관문도 안팎으로 문 틈새와 울릴 일이 없는 초인종까지 닦았다. 청소를 꼼꼼하게 하면 작은 집이라도 시간이 걸린다. 그 전에 걸레를 새로 갈았다. 새 걸레는 지금 일본에서 타월 브랜드 중 유명한 이마바리 타월에서 남은 실로 짠 걸로 만든 것이다. 이마바리는 지금 특혜를 준 것으로 아베 정권에서 문제가 된 가케학원 수의학부가 신설된 곳이다. 마트에 일 년에 두 번 이마바리 타월이 세일을 할 때 이런 물건도 있다. 걸레지만 예뻐서 내가 쓰기에 아까워 선물로 썼는데 이번에는 내가 쓰기로 했다. 다음에도 보면 예쁜 걸로 사둬야지. 지금까지 쓰던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걸레가 다 헐었다. 오늘 낡은 두 장을 버리고 새 걸레를 석 장 내놨다. 청소할 때도 도구가 좋으면, 걸레가 예쁘면 기분이 좋다. 쓰고 나서 빨아 널었더니 지금까지 쓰던 것에 비해 마르는 게 더디다. 걸레에도 나름 조건이 있다.

 

저녁에는 멸치로 국물을 내서 죽순과 튀긴 두부를 조려서 잡곡밥과 같이 먹었다. 죽순 조린 것은 오가며 손으로 집어먹는 중이다. 냄비에 가득하게 만들었는데 금방 다 먹을 것 같다. 죽순을 먹은 탓에 염분을 많이 섭취해서 몸이 부어 온다.

 

청소를 깨끗이 한 뒤라, 집에 향을 더했다. 봄이라서 기분이 산뜻하게 새 걸레를 개비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