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날에 망고
2018/04/27 역사적인 날에 망고
오늘 동경은 흐리고 습도가 높은 선선한 날씨였다. 신록의 푸르름에 눈이 시린 계절이다. 오늘은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날이다. 어제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오늘을 맞았다. 날씨도 좋아야 하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에 가기 전에 컴퓨터를 켰다. 문 대통령이 판문점을 향해 청와대를 떠나는 길에 주변에 모인 사람들과 악수를 했다. 판문점을 향해 떠났다는 뉴스를 봤다. 나도 모르게 "잘 다녀오세요"하는데 눈물이 났다. 왜 눈물이 나는지 이유는 잘 모른다. 내가 눈물짓고 있을 시간이 없다. 벅차오르는 가슴을 부여안고 준비해서 전철을 타러 나갔다. 오늘은 하루 종일 뉴스를 검색할 것 같은데 휴대폰을 잊었나? 길을 걸으며 다시 확인했더니 휴대폰이 있다. 다행이다.
전철을 타고 가면서 뉴스를 봤더니 문 대통령이 판문점에 도착해서 김정은 지도자와 만났다고 한다. 둘이 만나서 악수하는 사진이 떴다. 오늘 일어날 모든 걸 말해준다. 감격적이다. 잘 풀릴 것 같다. 학교에 도착해서 컴퓨터를 켜고 뉴스를 확인했다. 예정보다 일찍 정상회담을 시작한단다. 아이고, 시간이 아까운 것이다. 올라온 사진을 봤더니 김정은 지도자가 대단히 매력적이다. 문 대통령을 보며 약간 낯을 가리는 표정도 좋다. 소박하고 귀엽다.
2교시 수업을 마치고 점심시간에 동료들이 나에게 인사하느라고 들썩였다.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 영국사람도 뉴질랜드 사람도 인사한다. 미국친구는 판문점에도 다녀왔다면서 '남북 정상회담' 일정을 꿰고 있었다. 화제가 된 '평양냉면'을 먹으려면 평양에 가야 하느냐고 물었다. 서울에서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이구동성으로 '남북 정상회담'이 좋은 성과를 내서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하길 바란다는 것이다. 평소에 가깝게 지내는 일본인 동료가 슬쩍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죠. 나중에 교과서에 실리는 날이 되지 않을까요?" 한다. 생각해보니 그럴 것 같다. 내가 친구에게 아까 일본에서 낸 사진을 봤더니 문 대통령 얼굴은 보이지 않고 김정은 지도자 얼굴만 보인다고 했더니 "일본에서 문 대통령 얼굴을 보이고 싶겠어? 문 대통령을 얼마나 질투하는데, 얼굴을 보이면 안되지" 참 엉뚱한 말이다. 일본인 친구가 그렇게 느낀다는 것이다.
점심시간에 짬을 내서 뉴스를 봤다. 김정은 지도자의 발언이 실렸다. 완전 대단한 실력자구나! 정형화되지 않은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남한에 사는 사람들이 들어도 충분히 납득하고도 남을 내용이었다. 오히려 한국에서 원하는 걸 선수 쳐서 먼저 말하는 것 같다. 김정은 지도자가 한방에 한국사람들 마음을 녹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나는 한방에 갔다. 김여정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도 김정은 지도자 인기가 높아질 것 같다. 일본사람들도 사로잡을 것 같다. 무엇 보다도 캐릭터가 쩐다.
미국 친구에게 아까 사진을 보니까, 김정은이 매력적이야, 인물이 괜찮아" 했더니 정색을 하고 "그 집안이 인물이 좋지. 김일성이 얼굴이 잘 생겼잖아. 아버지도 젊었을 때는 괜찮았지. 부인들도 미인이니까, 혈통적으로 인물이 좋지" 나는 그런 시점이 없었다. 옆에서 일본인 동료도 거든다. "김정일도 젊을 때 인물이 좋았죠" 어머 인물을 보는구나. 일본인 동료가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지도자의 발언을 읽으면서 "와, 대단하다"라고 한다.
수업에서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서 학생들에게 알려줬다. 한국에서 국민들이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는 아주 중요한 역사적인 날이라고 했다.
3교시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렀다. 뭔가 맛있는 걸 사고 싶었는데 살 것이 없어서 과일을 좀 샀다. 실은 어제도 오늘 자축하려고 망고를 두 개 샀다. '남북 정상회담'이 좋은 성과를 낼 것 같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집에 와서 뉴스를 천천히 보면서 즐기고 싶었다. 햇감자를 찌면서 손빨래를 했다. 햇감자로는 부족할 것 같아 라면을 끓였다. 잘 먹지 않는데 오늘은 먹기로 했다.
라면을 끓이고 컴퓨터를 켰다. '남북 정상회담'으로 기사가 도배되었다. 실제로 문 대통령과 김정은 지도자가 처음 만나서 악수하는 동영상을 거듭해서 본다. 서로가 하려는 마음이 있으면 이런 일이 일어난다. 문 대통령이 듬직한 맏형이고 김정은 지도자가 재기가 넘치는 막냇동생 같다. 최고의 콤비네이션 플레이가 되겠다. 김정은 지도자의 목소리를 들으니 시원시원하고 화통하다. 기대가 더 커진다.
'남북 정상회담' 결과가 담긴 '판문점 선언'은 매우 만족스럽다.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할 것이고, '종전선언'도 진행될 것이며 '이산가족 상봉'도 진행이 된단다. 앞으로 진행될 사안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김정은 지도자가 "합의와 선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행해야 한다"라고" 했다. 신뢰가 가는 말이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서 특히 북한에 대해서 믿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미안하지만 북한의 최고 지도자와 각료가 나와서 세계를 향해서 한 말을 지키지 않으면 북한의 미래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러니, 북한이 말뿐이며 지키지 않는다는 황당한 해석은 틀리다. 북한이 세계를 향해서 나온 것이다. 자신들이 한 말을 지켜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런 걸 끌어낸 한국, 문재인 정부의 외교력 대단하다. 오늘 대통령의 얼굴을 봤더니 피로가 보였다. '남북 정상회담'을 성공시키기 위해 심로가 대단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부디 건강을 챙기셨으면 한다.
한편으로 오늘 같은 날이 온다는 것이 믿을 수가 없다. 내가 찍은 대통령이지만 아직 1년도 되지 않았는데 정말로 많은 일을 하셨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지속적인 교류의 확실한 틀이 마련되면 좋겠다.
김정은 지도자의 세계 외교 데뷔는 믿음직한 문대통령이 지키는 가운데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문재인 정부 외교가 정말로 잘한 것이다. 북한을 세계가 지켜보고 모두가 알게 '공개적'으로 일을 진행하는 무대로 올렸다. 남과 북은 '종전'을 하고 평화공존 만으로도 양쪽에 얼마나 큰 이익을 가져다줄지 모른다. 새로운 시대의 막을 열었다. 자랑스럽다.
나는 혼자서 조용히 뉴스를 보면서 망고를 먹으며 자축하고 있다. 뜻깊은 좋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