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책방
2011/05/14 중고 책방
요즘 동경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직 본격적인 장마철에 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날씨도 갑자기 더워졌다 춥다 변덕이 심하다. 근데 창문 밖 나뭇잎에 비치는 햇볕을 보니 봄빛에서 여름 햇살 쪽으로 기울었다. 순식간에 바뀌었다.
오늘은 날씨가 좋았다.
아침에 빨래를 두 번하고 나서 어제 사온 밀가루로 부침을 부쳐서 먹었다. 어젯저녁에 산책을 하다가 따온 쑥을 물에 담갔다가 쑥으로 부침을 부쳤다. 처음으로 해봤다. 나는 요리를 잘 안 한다. 그래서 별로 잘하지도 못하는데, 주위 사람들은 맛있게 먹어준다.
같은 단지에 사는 동료가 슈퍼에 같이 가자는 문자가 왔다. 둘이서 산책 삼아 걸어서 갔다. 가는 길이 걷기에 그다지 좋은 길이 아니었다. 가보니 업무용 마트이다. 보통 마트보다 싼 것도 있고 비싼 것도 있다. 요즘 동경 물가가 좀 올랐다. 작년에도 봄에 돌아와 보니 물가가 살짝 올라있었다. 이상한 것은 실감하는 물가는 올라있는데 매스컴에서는 그다지 화제가 안된다. 이 번에도 매스컴에서 뭐라고 그러는지 몰라도 과일이나 생선 등 확실히 비싸졌다. 야채도 싸지 않다. 나처럼 과일이 종류별로 있어야 하는 사람에게는 날이 갈수록 생활이 궁핍해지는 것 같다. 그 마트에서 대충 가격을 파악하고 나서 동료와 헤어져 강가 길을 따라서 중고 책방에 갔다.
원래 오늘 중고 책방에 갈 예정이었다..
중고 책방이 같은 계열이라도 가게에 따라 가격이 좀 다르다. 오고 가는 길에 사고 싶은 책 가격을 보고 싼 데 가서 산다. 책을 한 권사서 읽어보고 그 작가 책을 더 읽고 싶다고 생각하면 그 작가 책을 집중적으로 사서 읽는다. 오늘도 책을 열 권 샀다. 작년부터 아는 사람에게 듣기는 했는데 읽어본 적이 없는 작가였다. 사실 직업적으로 책을 많이 읽고 숨 쉬거나 밥 먹는 것처럼 생활의 일부로서 책을 읽지만, 독서 폭이 꼭 넓은 편은 아니다.
오늘은 桐野夏生(기리노 나쓰오)라는 작가의 책을 샀다. 작가가 여성이다. 여류작가 책을 잘 읽는 편이 아니다. 특히 여성적인 감성을 강조하는 작품은 이해를 잘 못한다. 그렇다고 남성적인 점을 강조하는 게 좋다는 의미도 아니다. 그 또한 이해를 잘 못한다. 결국 남자이기 때문에 여자이기 때문이 아닌 게 좋고 나도 그렇게 쓰려고 한다.
근데, 桐野夏生라는 작가 책을 읽었더니 내가 하는 연구와도 관련이 있고 잘 쓴다. 시대를 잘 읽어내어 자신의 방식으로 표현을 아주 잘한다. 나에게는 아주 자극적인 작가인 것 같다. 이런 작가가 별로 없다, 아니 처음이다. 책을 한 권 읽고, 이 사람의 세계를 알고 싶어 졌다.
집에 와보니 상하권을 산 줄 알았더니 상권을 두 개씩이나 사 왔다. 오는 길에 뜯어온 쑥으로 부침을 부쳐서 동료네 집 우체통에 넣고, 냉동도 했다. 일찌감치 저녁을 먹은 셈 치고 다시 강가 길을 따라서 중고 책방까지 걸어가서 책을 바꿔왔다. 오늘은 그 책방을 두 번 왔다 갔다 해서 저녁 산책은 따로 나가지 않았다.
오는 길에 강가에, 길가에 피어있는 꽃을 따왔다.
오늘도 나름대로 수확이 많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