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만남
2013/05/01 새로운 만남
오늘 동경 날씨는 오전에 맑았다가 오후에는 흐려왔다. 저녁 늦게 비가 오기 시작한다. 블로그를 쓰는 사이에 비가 그쳤다.
저녁 늦게 산책을 나가려고 나섰더니 빗방울이 비치기 시작했다. 공원 입구까지 갔다가 되돌아오고 말았다. 일본은 지금 연휴 중이다. 골든 위크라고 불리는 일 년 중 가장 긴 연휴인 것이다. 올해는 연휴가 징검다리 건너듯 띄엄띄엄이다. 나도 화요일에 강의를 갔고 수요일인 오늘은 휴강, 학교 사정에 의한 휴강이다. 내일은 강의가 있고 모레는 쉰다. 시원하게 쉬는 학교는 이번 주를 통째로 쉰다고 한다. 연휴지만, 어정쩡한 연휴다.
오늘은 동료인 조선족 선생에 집에 놀러 갔었다. 선생 아들을 만나러 간 거다. 아들이 만으로 두 살이 안됐다. 그동안 사진으로만 봐 오다가 결국 만나러 간 거다. 가는 김에 아는 친구도 같이 갔다. 남자아이라서 같이 놀아 줄 남자를 데려갔다. 나는 가슴이 설레어서 아침부터 잠이 일찍 깼다. 그리고 생각을 했다. 뭘 입고 가면, 그 아이가 좋아할까. 아이가 낯가림이 심하다고 들어서 걱정이 된다. 파란색을 좋아한다고 해서 파란색 셔츠를 꺼내서 입었다. 그런데, 태어나서 지금까지 만나는 사람을 생각하며 어떻게 하면 호감을 줄까, 생각하며 옷을 고르거나 입어 본 적이 없었다. 내가 조금 일찍 이런 걸 생각할 정도의 지혜가 있었다면 내 인생이 크게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아들과 동료가 둘이서 집에 있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가보니 남편도 있었다. 가자마자 아들을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 내가 같이 데리고 간 친구가 올해 대학에 취직을 한 터라, 동료 남편과도 정보 교환하기를 바랐다. 그리고, 점심은 동료가 만든 물만두를 먹을 예정이었는 데, 동료 남편이 회전초밥집에 가잔다. 손님이라고 접대한다고 신경을 써서 그러는 모양이다. 나는 집에서 만든 소박한 음식이 훨씬 좋은 데… 그래도 신경을 쓰니 어쩔 수가 없다. 아이랑 엄마를 두고 셋이서 점심을 먹었다. 내가 연장자라 계산을 하려고 했더니, 손님이라고 동료 남편이 계산을 했다. 그리고 동료네 집에 돌아갔다. 동료 남편은 오후에 일을 나가면서 나와 같이 간 친구를 역까지 바래다준다고 한다. 내가 알아듣게 말을 했다. 오늘 내가 온 목적은 아들아이와 같이 노는 건 데, 아직 못 놀았다고, 그냥 일을 다녀오라고 했다. 그런데 동료 남편은 일을 나가서도 우리가 신경이 쓰이는지 몇 번이나 전화를 했다. 나는 정말 긴장하고 말았다. 뭐가 그렇게 신경이 쓰이고 걱정인지…
결국, 오전 중 낯을 가리던 아들아이와 친근하게 놀았다. 동료가 만든 맛있는 물만두도 먹었고, 더덕이랑 북한산 명태, 돼지고기 요리도 먹었다. 물만두를 가장 맛있게 먹었다. 동료 아들도 내 무릎에 앉아서 만두 껍질을 먹었다. 밥도 먹고 토마토도 먹었다. 동료는 집을 아주 깨끗하게 정리정돈을 해서 살고 있었다. 냉장고를 열었을 때도 청결히 정리정돈이 된 상태를 느껴질 정도였다. 도대체 아이가 있는 집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청결했다. 아이가 낮잠 자기를 기다리다가 집을 나왔다. 같이 간 친구도 의자에 앉아서 졸고 있다가 같이 나왔다.
나는 너무너무 피곤했다. 아이랑은 아주 재미있게 잘 놀았다. 아이가 아주 차분하고 의젓하다. 영리하게 말도 잘 듣고 어른스럽다. 넘어져도 놀래거나 울지도 않는다. 부모들이 놀래서 호들갑을 떤다. 피곤한 것은 아이 때문이 아니라, 동료 남편이 너무 신경을 써 준 때문이다.
그래도 오늘 목적을 달성했다. 새로운 만남을 성공적으로 끝냈다는 것이다. 동료와 동료 남편에게는 미안하지만, 내가 만나서 좋은 시간을 가지고 싶었던 상대는 아들이었고 둘은 좋은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연휴라는 데...
사진은 아직 낯을 가리고 있을 때 찍은 거라, 표정이 좀 딱딱하다. 친해졌을 때는 완전 귀요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