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시장 1
2014/05/06 벼룩시장 1
오늘도 동경은 흐린 날씨에 바람이 좀 분다. 즉 추운 날이라는 것이다.
겨울이불을 말려서 들여놓은 상태라, 밤에는 좀 춥지만 그냥 잔다. 추워서 늦잠을 잤다. 요새 허리가 좀 아파서 뭔가 열심히 하고 싶지 않다. 실은 동료와 동료아들과 같이 동물원에 가려고 했는 데, 동료가 임신을 해서 그런지 몸이 피곤하다고 해서 캔슬이 되었다. 나도 내친김에 집에서 쉬기로 했다. 요즘 블로그를 쓸 기분이 아니라, 블로그를 안썼더니 블로그를 쓰는 것도 새삼스럽게 어렵다.
5월 3일에서 5일까지 지역에서 연휴 동안에 어린이날을 중심으로 축제가 열린다. 축제는 일년에 두 번으로 5월 어린이날과 10월말경에 핼러윈 때쯤이다. 축제의 중심은 거의 먹거리를 파는 포장마차로, 사람들도 거기에서 뭘 사 먹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내가 사는 것은 찰리티로 튀겨서 파는 도넛나 지역에서 생산한 야채 정도이다.
내가 관심을 가지고 매일 가는 곳은 축제기간에 열리는 벼룩시장이다. 그동안 벼룩시장을 다녀서 대충 통계가 나온다. 벼룩시장이 열리는 첫날 일찍 가는 것이 뭔가를 건질 확률이 가장 높다. 근래는 벼룩시장도 인기가 있어서 그런지 날이 갈수록 경쟁률이 치열해 간다. 즉 뭔가를 건질 확률이 점점 낮아간다는 것이다. 바겐헌터라는 이명을 가진 나지만, 생계형이 아니라서 그런 것 같다. 취미영역이라서, 치열한 경쟁에는 약하다. 벼룩시장에서 뭔가를 건지는 시간대는 가게가 열림과 동시에 쓸만한 것을 사는 것이다. 가격은 그다지 싸지 않을 경우도 있지만, 물건을 건질 확률은 높다. 어쨌든 싼 가격에 운이 좋으면 물건을 건지는 것은 파장에 가까워지는 시간이다. 대충 팔리고 나면 가게를 낸 사람은 물건을 도로 가져가기보다 가격이 싸도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길 원한다. 프로로 장사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벼룩시장이라고 다 싼 것은 아니다. 백화점세일보다 비싼 것도 있다. 벼룩시장이라는 특성상 자기네가 쓰던 것이나, 가지고 있던 걸 들고 나와서 파는 경우가 많다. 그런 곳에서 사는 것이 좋다.
첫날에는 날씨가 좋아서 아침부터 세탁기를 몇 번이나 돌렸다. 매트리스도 바람을 쏘여서 교환하고 시트도 갈고, 겨울이불을 말리느라고 황금시간대를 놓쳤다. 일찍 간다고 해서 꼭 뭔가를 건진다는 보장도 없으니까, 그러면서 어중간한 시간에 갔다.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 있었다. 세상에 뭐 그렇게 대단한 것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러나 나도 간 이상 한 번은 훑어봐야지,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한번 훑어봤다. 그리고 몇 개 샀다. 내가 쓸 것과 친구에게 줄 것, 아는 사람네 놀러 갈 때 가져갈 것으로 나뉜다. 사실 돌아다니는 사람이라, 줄 사람도 많다.
첫날에 산 것은 주로 100엔짜리다. 요새 유행하는 스키니바지, 그 옷과 잘 어울리는 내가 좋아하는 푸른색으로 소재가 좋다. 검은색 목이 있는 것도 소재가 좋은 것이다. 핑크색 베네통 티셔츠는 입으면 예쁘다. 검정색 재킷은 나라가미체라는 셔츠를 잘 만드는 브랜드에서 나온 것이다. 속에 옷을 입고 살짝 걸쳐야지. 흰셔츠와 자수가 놓인 검정 셔츠는 친구에게 주려고 빨았다. 같은 단지에 사는 친구는 빼빼 마른 사람이라, 사이즈가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