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으로 3
2014/05/30 그리움으로 3
오늘 동경은 아침에 선선했는 데, 낮부터 기온이 확 올라서 30도가 넘었다.
수업을 하는 데, 교실이 일층이라서 그런지 창문을 열었더니 3교시에 각종 벌레가 날아든다. 학생들이 비명을 지르고 난리가 났다. 남학생들도 꼼짝을 안해서 내가 부채를 들고 잡아서 밖으로 내보냈다. 그 다음에는 더 큰 벌레가 날아 들고, 거미가 기어 다니고, 작은 새가 날아들려고 한다. 더 큰 새도 창문으로 들어올 것 같이 낮게 날았다. 정말로 교실이 난장판이 되어서 공포스러웠다. 창문을 닫고 커튼을 쳐서 냉방을 했다. 냉방을 했더니 교실이 춥고 좀 피곤했다. 갑자기 기온이 팍 오르니까, 곤충들도 놀랬나 보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렀더니 토마토가 두 개에 150엔으로 쌌다. 계산대에 갔더니 한사람당 6개 밖에 못 산단다. 다시 한번 들어가서 결국 12개를 샀다. 같은 단지에 사는 친구를 만나서 같이 집으로 왔다. 내가 친구에게 주고 싶었던 베이지색 정장을 한벌 줬다. 이태리제 명품인 데, 내가 살이 쪄서 못 입는다. 친구는 너무 말랐다. 구두도 한켤레 줬다.
기온이 확 올라간 것과 수업시간에 소동을 피웠더니, 갑자기 피로가 확 몰려온다. 친구네 집까지 옷과 구두를 가져다주고, 나오는 길에 친구네 쓰레기도 들고 나와서 쓰레기장에 버렸다. 친구는 스파게티가 싸서 두 개 샀다면서 하나를 준다. 여주에 소세지를 넣어 볶은 것과 토마토로 간단히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는 내일 약속을 위해서 이메일을 채크하고 보냈다.
오늘은 학생들에게 진달래꽃이라는 시를 소개하기 위해서 진달래색 원피스를 입고 나갔다. 돌아오는 길에 벚꽃나무에서 익은 열매가 떨어져서 옷에 얼룩이 질까봐 빨았다. 다행히도 얼룩이 지워질 것 같다.
치바 이야기를 계속하자. 아는 삼춘네에 내가 사서 가져간 속옷을 가져갔다. 과자를 가져가라고 주신다. 그리고 다음에는 그런 걸 가져오지 말라고도… 두번째 날은 잘 아는 집에 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준비하는 게 번거로울 거라고 중국집에서 시켰다고 한다. 아는 동생은 전복죽 끓일 준비를 해서 가져가서 끓였다. 전복회와 소라회도 나왔다. 나는 중국음심은 거의 안먹고 회와 보말, 전복죽을 많이 먹었다. 아는 집에 가서 저녁을 준비하는 걸 보면 자기네 친정집처럼 알뜰살뜰하게 한다. 여기 인간관계가 이렇게 서로를 배려해가면서 인정을 나누면서 산다. 옆집사람도 지나가는 길에 야채를 가져오고, 뭔가를 주고받는다.
아는 동생네가 아주 괜찮은 장소에 집을 샀단다. 민박집을 하기에 안성마춤인 집에다 장소도 아주 좋다고 한다. 그런데 대대적으로 수리를 해야 한다는 데, 수리비용이 문제다. 다음날 집을 가서 보기로 했다.
다음날 집을 보러 갔다. 아주 좋은 장소였다. 전에 큰 회사 사원들 휴양소로 쓰였던 곳이라, 목욕탕과 화장실이 달린 방이 많았다. 장소도 괜찮고 뒤로 연결된 산과 바다라는 돈을 안줘도 독점할 수 있는 주위환경이 아주 좋았다. 내가 보기에는 아주 잘 산 것 같다. 아는 동생 남편은 자신의 손으로 수리할 능력이 있고 주위에 도와줄 사람도 있다. 힘들겠지만, 어떻게 잘 해나갈 것 같다. 둘 다 힘든 상황에 만나서 가족을 만들고 힘을 합쳐서 열심히 살고 있다. 지금까지도 해왔는 데, 앞으로도 잘 해나가리라.
저녁에는 한국식품점에 주문해서 산 족발을 중심으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이웃에 사는 분들이 놀러와서 같이 마셨다. 이웃에 사는 분들은 아는 동생네와 아주 가깝게 지내면서 인정을 나누고 살아가는 모양이다. 새로 산 집 수리도 같이 하자면서 동생네를 격려한다. 가까운 곳에 이렇게 같이 걱정하고 격려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단지 마음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같이 일을 돕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큰 재산이다. 아는 동생네는 주위에 사는 사람들과 인정을 주고 받으면서 행복하게 잘 사는 것 같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게 보인다. 그런 걸 보면서 나도 가까운 곳으로 이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로 출근하기 위해 뒷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아는 동생이 아침에 일을 나가면서 주먹밥을 만들어 놓고 갔다. 아침을 먹고 점심으로 가지고 나왔다. 전날 텃밭에서 따서 깐 콩도, 다른 반찬과 바켓트도 가지고 왔다. 아는 동생이 보여준 열심히 사는 모습과 서로를 걱정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감동스럽고 고마웠다.
나에게는 돌아갈 고향도, 가족도 없지만, 아는 동생네서 본 사람들이 주고받는 인정과 바닷가가 고향처럼, 가족처럼 느껴졌다. 모처럼 ‘그리움’이 충족되는 시간을 보냈다.
돌아오는 길에 탄 페리에서 본 경치는 안개 낀 것처럼, 내 마음이 눈물로 얼룩진 것처럼 뿌였게 보였다. 페리에는 자전거로 혼자 여행을 하는 서양남자가 있었다. 왠지 주위를 경계하는 듯 피곤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인사를 건네려다가, 그만 뒀다. 나도 ‘그리움’에서 살벌한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는 처지이기에, 피곤함에 절은 여행자와 다름없는 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