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되어 간다
2016/05/22 붕괴되어 간다
오늘 동경은 맑게 개이고 최고기온이 29도나 되는 날씨다. 저녁에 접어들면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날씨는 벌써 장마철과 여름 기온을 왔다 간다 한다. 어제는 호주에서 아는 친구가 와서 가까운 다카하타후도에 갔다. 어제도 햇살이 뜨거웠다.
오늘은 날씨가 무더워 아침에 청소를 하고 여름옷 상자를 꺼내서 내놓고 겨울옷을 집어넣었다. 지난 주에는 구두를 정리해서 넣고 여름용을 꺼냈다. 아직도 정리할 것이 많지만, 정리를 할 때는 손을 대기 전에 먼저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빠르고 간단하게 끝날지 생각해서 재빠르고 간단하게 끝낸다. 정리는 끝이 없기 때문에, 재빨리 할 수 있는 걸 하고 마치는 것이 좋다. 스트레스를 느끼며 길게 한다고 해서 좋은 결과를 낳는 것도 아니다. 이번에는 재활용품 가게에 가져갈 것도 가방을 정해서 넣어 둬야겠다.
지난 주는 정말로 스트레스가 많은 주였다. 우선, 매일 전철이 늦었다. 다행히도 금요일은 정상적으로 전철이 움직였다. 목요일에는 25분이나 늦어서 휴강을 해야 하는 줄 알았다. 다른 동료는 금요일 전철이 사고로 학교에 가는 데 2시간 반이나 걸렸단다. 걸리는 시간이 긴 것만이 아니라, 아주 피로한 상태였다. 요즘 동경은 이렇게 연일 출퇴근을 하는 것조차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거기에다 요새 정상회담이 열린다고 경계를 강화하는 걸 보여준다고 가까운 모노레일 역에 순경이 서있다. 작은 역으로 역무원도 없는 곳에 무전기로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서 있어서 긴장감을 조성한다. 정상회담 장소는 동경에서 멀고 먼 지방이다. 동경이라도 공항근처나 도심이라면 몰라도 이렇게 한적한 산골 무인역에서 공포감이나 조성하면서 코스플레이를 하는 것도 아니고 화가 난다. 전철은 사고로 언제 올지 모르는 역에 순경이 서서 무전기에서 이상한 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에게는 눈 앞에 보이는 출근길이 걱정이다. 동경은 지금 전철이 매일같이 각종 사고, 특히 자살사고로 출퇴근이 불안한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전철을 타는 자체가 스트레스다. 지금까지 그렇게 연달아 자살사고가 계속되었다. 매일같이 일어나는 자살사고가 일상이 되어버린 곳에서 사람들이 정상적으로 건전하게 사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근 전철의 각종 사고는 자살사고가 아닌 인위적인 것 들이다. 역무원들에게도 스트레스가 쌓일 대로 쌓여서 병이 들어서 일을 제대로 못하는 모양이다. 일본사회가 내부에서 붕괴되어 가고 있다. 그 걸 지켜본 사람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본다. 사실은 처음부터 어쩔 수 없는 상황은 전혀 아니었다. 얼마든지 시정을 할 수 있었지만, 시정하지 않아 붕괴되어 가는 길을 스스로가 택한 것이다.
토요일 약속도 가까운 곳으로 정한 것은 전철을 타는 것이 스트레스였기 때문이다. 점심을 먹는 것도 차를 마시는 것도 모르는 가게에 갔다가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몰라서다. 점심과 차를 마신 것도 아는 가게에 가서 좋은 기분으로 지냈다.
지난주 월요일 우체국에서 한바탕 소동이 있었지만, 소포를 보내지 못했다. 수요일은 가까운 대학에서 일 교시 강의가 있는 날이라, 소포를 가지고 갔다. 소포에서 일부를 덜어내고 짐을 작게 해서 갔다. 강의를 마치고 다음 주 자료도 준비해 놓고 다른 우체국에 갔다. 이 작은 우체국은 두 대학 사이에 있는 근처에는 인가도 별로 없는 작고 한가한 곳이다. 우체국 직원은 세 명으로 손님이 한 명도 없다. 지난 번처럼 황당하게 불쾌한 경험을 피하기 위해서 우체국에 가기 전에 미리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불쾌감 없이 스마트하게 일을 끝낼 것인지를 생각했다.
창구에 앉아있는 여직원에게 인사를 하고 미안하지만, 요금을 알고 싶으니까, 무게를 재서 요금을 알려 달라고 했다. EMS용 봉투도 같이 넣어서 무게를 재달라고 했다. 여직원이 봉투를 넣어도 900그램이 안된다면서 요금을 알려줬다. 서류도 집에서 미리 썼다. 짐을 봉투에 집어넣고 봉해서 창구에 가져 갔더니, 옆에 있던 남자 직원이 와서 다른 서류를 작성하라고 한다. 지금까지 호주에 EMS를 보내도 이런 서류를 작성한 적이 없다고, 지난 주 월요일에도 보냈다고 했다. 남자직원이 하는 말이, 여기서는 ‘국제우편’이나 ‘EMS’ 같은 걸 취급하는 일이 거의 없어서 파악을 못한 것도 있단다. 다음에는 안에서 나이 든 아줌마가 득달같이 달려와서 소포를 다른 저울로 잰다. 나는 요금을 잔돈까지 딱 맞춰서 낸 상태다. 아줌마가 무게가 더 나간다고 요금을 더 내라고 한다. 아니, 아까 방금 무게를 쟀는데, 그사이에 무게가 더 나간다니? 어안이 벙벙하고 믿을 수가 없다. 아까 분명히 계량을 했는데, 왜 그러냐고 했더니, 잔소리 말고 요금을 더 내든지, 물건을 빼든지, 아니면 가지고 가라고 큰소리를 지른다. 이 사람들이 완전히 미쳤구먼. 내가 외국인이라서 그렇다.
가만히 봤더니 처음에 상대했던 여직원은 남자 직원과 아줌마 직원을 무서워한다. 여직원이 이지메를 당하는 모양이다. 기분이 상당히 나빴지만, 요금을 더내고 소포를 부치고 나왔다. 요금이 문제가 아니라, 불쾌하고 쓸데없는 실랑이가 싫어서 미리 무게를 재고 요금을 물었던 것인데, 또 당했다. 요즘 밖에 나가면 매일 황당하게 불쾌한 일을 당한다. 그래서 우체국을 둘러싼 문제에 관해 연구를 하고 말았다. 논문을 한 편 쓸 정도로… 생각해보니 우체국에서 기분 좋게 일은 본 적이 옛날 옛적이라는 것이다. 내가 우체국에 강도하러 간 것도 아니고 보통 우편물을 보내거나 우표를 사는 아주 단순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민영화 이후 우체국도 서서히 이상하더니 이제는 엉망진창으로 망가지고 말았다. 외국인이라고 보면 단체로 달려들어서 잡아먹을 듯이 못 살게 구는 것이 요새 동경의 상황이기도 하다. 곳곳에서 욕먹고 차별을 당하면서 살고 있다.
그러나, 반전 또한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었다. 금요일 저녁 학교에서 돌아오면서 마트에 들렀다. 나에게 말을 거는 사람이 있었다. 가까운 우체국 아줌마 직원이었다. 나에게 소포를 어떻게 했냐고 묻는다. 당황스러웠지만, 수요일 다른 우체국에서 보냈다고 했다. 그랬더니, 6월부터 국제우편 요금이 오른단다. 나에게 요금표를 주고 나서 6월부터 요금이 오르는데 걱정을 했단다. 갑자기, 골치가 확 아파온다. 자기네 우체국에 가져간 걸 부칠 수 있게 일처리도 못하는 사람들이 무슨 6월부터 오르는 요금을 걱정하냐고…. 눈 앞에 있는 일이나 처리하라고… 자기네가 뭔 짓을 하는지도 모르는 모양이다. 사실 요새 일본어가 안 통한다. 간단한 의사소통조차 어려워졌다. 아줌마 직원이 원래 이렇게 이상하고 황당한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정말로 골치가 아파서 머리가 아팠다. 간단한 일은 간단히 처리하고 싶다.
지난 수요일 저녁 창 밖의 느티나무 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