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 신사 2013-1
2013/08/19 야스쿠니 신사 2013-1
오늘도 동경은 뜨거운 하루였다. 햇살이 다소 누그러지긴 했지만, 햇살의 날카로움과 뜨거움은 아직 조심하라고 경고하는 것 같다. 무서운 여름이 끝나기에는 아직도 멀었다고. 일기예보를 보니 최고기온이 34도가 계속된다. 최저기온이 26도에서 24, 23도로 내려가는 게 반갑다. 하긴 밤중이 되면 바람이 차갑다. 어젯밤에는 창문을 닫고 커튼을 치고 잤다.
지난 15일에 야스쿠니 신사에 다녀왔다. 같은 단지에 사는 친구가 10일 날,일날 15일에 야스쿠니에 가는 데, 같이 가지 않겠냐고 문자를 보내왔다. 지금까지 야스쿠니에 간 적이 없었다. 아는 사람이 말하길, 야스쿠니는 한번 가볼 만하다기에 한번은 가볼 생각이었다. 친구가 같이 가주면 더 좋은 거다. 그런데, 인터넷으로 한겨레 기사를 읽으니 한국국회의원이 야스쿠니에 온다고 한다. 그 국회의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모른다 ( 19일, 오늘 그 중에 독립운동가 손자가 있다는 걸 알았다). 적어도 민주당의원이니까, 퍼포먼스를 위한 퍼포먼스를 하기 위해서 오는 건 아니겠지? 퍼포먼스를 위한 것이라면, 정말로 긁어 부스럼이다. 14일 일본 신문을 보니 휠체어에 탄 사람도 있다. 아이고, 큰일이 났다. 15일은 야스쿠니가 뒤집어지는 날인 데, 휠체어를 탄 사람이 갔다가,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일본에 입국 수속을 하는 데도 2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그렇겠지, 일본에서 입국시키고 싶지 않겠지… 그야말로 국제적인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으니까… 그러나 일본에 입국을 했다. 나도 15일에 간 적이 없어서 모르지만, 요즘 일본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다. 완전 극으로 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친구도 문자로 거기에 가면 중국이나, 한국에 대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말을 듣게 된다고 미리 알려준다. 마음의 준비와 각오를 하라고 한다.
15일 아침, 친구와 7시반에 집을 나설 예정이라, 6시에 일어났다. 아침을 많이 먹고, 준비를 했다. 양산과 얼린 음료수도 수건에 싸서 가방에 넣었다. 친구가 말하길, 사람이 너무 많아서 참배를 하는 곳까지 못 가니까, 옷은 신경을 안 써도 된다고 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을 자극하고 싶지 않아서 흰 상의에 검정 바지를 입었다. 구단시타에서 내렸다. 역구내에 다른 사람들과 약속을 해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곳곳에 서있다. 그런데, 약속을 해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조바심을 내는 게 뚜렷하게 보인다. 참 보기드문 광경이었다. 일본 사람들은 그렇게 감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아마, 꿈에 그리던 연인을 만난다고 해도 그렇게까지 적나라하게 조바심을 내지 않으리라. 기다리는 상대방을 향한 조바심인지, 아니면 상대방과 같이 가는 목적지를 향한 조바심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일본에서 오래 살아온 나도 본 적이 없는 낯선 광경에 어리둥절했다.
지하철역에서 지상으로 올라왔을 때, 보도에는 사람들이 넘치고 있었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하는 활동에 관한 전단지를 나눠준다. 나도 여기저기 다녀본 사람이지만, 이런 분위기를 본 적이 없다. 처음 경험하는 뭔가, 특수한 느낌이 들어서 얼얼해졌다. 전단지는 자료이기도 한지라, 받아가면서 목적지를 향해서 나간다. 특수한 분위기에 휩쓸려서 양산을 쓸 여유도 없이 사람들의 흐름을 따라 앞으로 갔다. 길을 건너는 곳에도 안내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도로에서 우익단체의 차, 우익이라는 걸 한눈에 알게 전체를 검게 칠하고 일장기만 돋보이게 한 차가 지나가면서 확성기로 말을 하는 데, 너무 가까워서 왕왕거려 말이 안 들린다. 아니, 내가 너무 긴장해서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들었는지 모르겠다. 길을 건너서 첫 번째 도리이까지 갔더니, 아직 아침 이른 시간이라,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친구 말에 의하면, 사람들도 적고, 분위기도 아주 차분한 편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그 전에 왔을 때는, 조선인을 죽여라, 중국인을 죽여라는 말을 마이크로 외쳐서, 외국인 특히 한국인이나, 중국인에게는 절대로 보이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고 한다. 친구는 유학생을 담당하는 사람이라, 내가 유학생들과 같이 보러 올 줄 알았다고 했더니, 유학생에게는 이런 무시무시한 걸 보일 수 없단다. 나 정도라면 몰라도… 그런 나도 이상한 분위기에 정말 얼어서 정신을 못 차렸다. 그늘에 조금 앉았다가, 두번째 도리이를 지나, 참배하는 곳을 향했다.
가는 길에 보니, 지방에서 버스를 대절해서 온 사람들, 자신들의 소속한 단체의 (군복과 비슷한) 제복을 입고 단체로 행동한다. 실제로 군복을 입은 사람들도 보인다. 일본에서 군복을 입은 사람을 보는 것도 아주 드문 일이지만, 야스쿠니니까… 그런데, 단체로 입은 제복이 긴소매다. 그 것도 여름에 적합한 얇은 천이 아닌… 그 뜨거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들은 전혀 덥지 않은 것처럼 행동했다. 아주 민첩하고 절도 있다고 할까, 그 게 자연스럽지 않아 눈에 띄었다. 도리어 이상해서 눈에 확확 들어온다. 그리고, 거기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조폭스럽다. 물론, 야쿠자인지 아닌지 모른다. 그런데, 단체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오밤중에 소음을 내는 사람들이나, 마쓰리에서 포장마차를 하는 사람들, 아니면 차를 특수하게 개조해서 단체로 다니면서 소음을 내며 특수한 존재감을 강조하는 집단 등, 폭력적인 냄새를 풍기는 것을 멋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랄까… 폭력적인 멋있음을 강조하는 사람들, 길거리에서 마주치고 싶지 않은 무서운 사람들 분위기다. 그러나, 그 특별한 분위기를 지닌 사람들이 하나같이 마치 그 날을 위해 머리를 깎고 단장한 것처럼 깔끔하다. 그리고 행동 또한 '신성한' 야스쿠니라서 그런지, 아주 조심스럽게 부자연스러울 만큼 공손하게 행동한다. 그러나, 나는 무서워서 떨었다.
주차장을 거쳐서 가며 주차한 차를 봤다. 승용차에는 보통 차가 아닌 바깥에서 안쪽을 볼 수 없게 짙게 선팅을 한 차가 꽤 보인다. 그리고 주차해 있는 차들이 엔진을 끄지 않았다. 냉방 때문인지, 사람이 없는 데도 엔진을 끄지 않은 차들이 있어서 이상하게 느껴진다.
단체로 참배하는 곳까지 왔다. 앞에 사람들이 끝날 때까지 뒷사람들은 기다려야 한다. 내 앞에서 줄로 선을 갈라서 기다리게 한다. 양옆에 줄을 가지고 안내를 돕는 사람도 특수했다. 두터운 천의 제복을 입고, 완전 기쁨에 들떠있었다. 안내를 하는 말도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 최상급 경어였다. 낯설다. 이상한 나라에 온 것 같다. 줄을 거둘 때도 마치 댄스를 하는 것처럼 요란한 몸짓으로 줄을 거둔다. 그 댄스는 연습해서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퍼포먼스가 아니라, 그 자리에 있다는 자체가 영광스럽다는 듯,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게 기쁨에 넘친다는 듯한 특수한 고양감에 넘쳐있었다.
줄에 서서 기다리면서 주위 사람들을 봤다. 이상하게도 나이를 먹은 사람들과 젊은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이 남자들이다. 나이를 먹은 사람도, 젊은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아이가 있는 가족이 같이 온 경우는 아주 드물었다. 자신들이 소속해 있는 단체를 알리는 깃발을 들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눈 앞에 서있는 여자는 가슴에서 배를 가린 정도로 윗몸을 시원하게 노출했다. 구두는 15센치의 핀힐을 신었다. 내 상식으로는 종교시설에 참배하러 가는 복장이 아니다. 자갈이 깔린 곳을 15센치의 하이힐로 어떻게 걸을지… 뜨거운 햇살을 맞으면 아플 텐데,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