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사회/야스쿠니

야스쿠니 신사 2013-1

huiya(kohui) 2020. 8. 14. 14:28

2013/08/19 야스쿠니 신사 2013-1

 

오늘도 동경은 뜨거운 하루였다햇살이 다소 누그러지긴 했지만햇살의 날카로움과 뜨거움은 아직 조심하라고 경고하는 것 같다무서운 여름이 끝나기에는 아직도 멀었다고일기예보를 보니 최고기온이 34도가 계속된다최저기온이 26도에서 24, 23도로 내려가는 게 반갑다하긴 밤중이 되면 바람이 차갑다어젯밤에는 창문을 닫고 커튼을 치고 잤다.

 

지난 15일에 야스쿠니 신사에 다녀왔다같은 단지에 사는 친구가 10일 날,일날 15일에 야스쿠니에 가는 데같이 가지 않겠냐고 문자를 보내왔다지금까지 야스쿠니에 간 적이 없었다아는 사람이 말하길야스쿠니는 한번 가볼 만하다기에 한번은 가볼 생각이었다친구가 같이 가주면 더 좋은 거다그런데인터넷으로 한겨레 기사를 읽으니 한국국회의원이 야스쿠니에 온다고 한다그 국회의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모른다 ( 19오늘 그 중에 독립운동가 손자가 있다는 걸 알았다). 적어도 민주당의원이니까퍼포먼스를 위한 퍼포먼스를 하기 위해서 오는 건 아니겠지퍼포먼스를 위한 것이라면정말로 긁어 부스럼이다. 14일 일본 신문을 보니 휠체어에 탄 사람도 있다아이고큰일이 났다. 15일은 야스쿠니가 뒤집어지는 날인 데휠체어를 탄 사람이 갔다가어떤 일이 일어날까일본에 입국 수속을 하는 데도 2시간이 걸렸다고 한다그렇겠지일본에서 입국시키고 싶지 않겠지… 그야말로 국제적인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으니까… 그러나 일본에 입국을 했다나도 15일에 간 적이 없어서 모르지만요즘 일본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다완전 극으로 달리고 있는 상황이다친구도 문자로 거기에 가면 중국이나한국에 대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말을 듣게 된다고 미리 알려준다마음의 준비와 각오를 하라고 한다.

 

15일 아침, 친구와 7시반에 집을 나설 예정이라, 6시에 일어났다아침을 많이 먹고준비를 했다양산과 얼린 음료수도 수건에 싸서 가방에 넣었다친구가 말하길사람이 너무 많아서 참배를 하는 곳까지 못 가니까, 옷은 신경을 안 써도 된다고 했다그러나다른 사람들을 자극하고 싶지 않아서 흰 상의에 검정 바지를 입었다구단시타에서 내렸다역구내에 다른 사람들과 약속을 해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곳곳에 서있다그런데약속을 해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조바심을 내는 게 뚜렷하게 보인다참 보기드문 광경이었다일본 사람들은 그렇게 감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지 않는다아마꿈에 그리던 연인을 만난다고 해도 그렇게까지 적나라하게 조바심을 내지 않으리라기다리는 상대방을 향한 조바심인지아니면 상대방과 같이 가는 목적지를 향한 조바심인지 모르겠다어쨌든 일본에서 오래 살아온 나도 본 적이 없는 낯선 광경에 어리둥절했다.

 

지하철역에서 지상으로 올라왔을 때보도에는 사람들이 넘치고 있었다그러면서 자신들의 하는 활동에 관한 전단지를 나눠준다나도 여기저기 다녀본 사람이지만이런 분위기를 본 적이 없다처음 경험하는 뭔가특수한 느낌이 들어서 얼얼해졌다전단지는 자료이기도 한지라받아가면서 목적지를 향해서 나간다특수한 분위기에 휩쓸려서 양산을 쓸 여유도 없이 사람들의 흐름을 따라 앞으로 갔다길을 건너는 곳에도 안내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도로에서 우익단체의 차, 우익이라는 걸 한눈에 알게 전체를 검게 칠하고 일장기만 돋보이게 한 차가 지나가면서 확성기로 말을 하는 데, 너무 가까워서 왕왕거려 말이 안 들린다. 아니, 내가 너무 긴장해서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들었는지 모르겠다길을 건너서 첫 번째 도리이까지 갔더니아직 아침 이른 시간이라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친구 말에 의하면사람들도 적고분위기도 아주 차분한 편이라고 한다그러면서 그 전에 왔을 때는조선인을 죽여라중국인을 죽여라는 말을 마이크로 외쳐서외국인 특히 한국인이나중국인에게는 절대로 보이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고 한다친구는 유학생을 담당하는 사람이라내가 유학생들과 같이 보러 올 줄 알았다고 했더니유학생에게는 이런 무시무시한 걸 보일 수 없단다나 정도라면 몰라도 그런 나도 이상한 분위기에 정말 얼어서 정신을 못 차렸다그늘에 조금 앉았다가두번째 도리이를 지나참배하는 곳을 향했다.

 

가는 길에 보니지방에서 버스를 대절해서 온 사람들자신들의 소속한 단체의 (군복과 비슷한) 제복을 입고 단체로 행동한다실제로 군복을 입은 사람들도 보인다일본에서 군복을 입은 사람을 보는 것도 아주 드문 일이지만야스쿠니니까 그런데단체로 입은 제복이 긴소매다그 것도 여름에 적합한 얇은 천이 아닌 그 뜨거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들은 전혀 덥지 않은 것처럼 행동했다아주 민첩하고 절도 있다고 할까그 게 자연스럽지 않아 눈에 띄었다. 도리어 이상해서 눈에 확확 들어온다그리고거기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한마디로 표현하자면조폭스럽다물론야쿠자인지 아닌지 모른다그런데단체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오밤중에 소음을 내는 사람들이나마쓰리에서 포장마차를 하는 사람들아니면 차를 특수하게 개조해서 단체로 다니면서 소음을 내며 특수한 존재감을 강조하는 집단 등폭력적인 냄새를 풍기는 것을 멋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랄까… 폭력적인 멋있음을 강조하는 사람들길거리에서 마주치고 싶지 않은 무서운 사람들 분위기다그러나그 특별한 분위기를 지닌 사람들이 하나같이 마치 그 날을 위해 머리를 깎고 단장한 것처럼 깔끔하다그리고 행동 또한 '신성한' 야스쿠니라서 그런지아주 조심스럽게 부자연스러울 만큼 공손하게 행동한다그러나나는 무서워서 떨었다.

 

주차장을 거쳐서 가며 주차한 차를 봤다승용차에는 보통 차가 아닌 바깥에서 안쪽을 볼 수 없게 짙게 선팅을 한 차가 꽤 보인다그리고 주차해 있는 차들이 엔진을 끄지 않았다냉방 때문인지사람이 없는 데도 엔진을 끄지 않은 차들이 있어서 이상하게 느껴진다.

 

단체로 참배하는 곳까지 왔다앞에 사람들이 끝날 때까지 뒷사람들은 기다려야 한다내 앞에서 줄로 선을 갈라서 기다리게 한다양옆에 줄을 가지고 안내를 돕는 사람도 특수했다두터운 천의 제복을 입고완전 기쁨에 들떠있었다안내를 하는 말도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 최상급 경어였다낯설다이상한 나라에 온 것 같다줄을 거둘 때도 마치 댄스를 하는 것처럼 요란한 몸짓으로 줄을 거둔다그 댄스는 연습해서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퍼포먼스가 아니라그 자리에 있다는 자체가 영광스럽다는 듯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게 기쁨에 넘친다는 듯한 특수한 고양감에 넘쳐있었다.

줄에 서서 기다리면서 주위 사람들을 봤다이상하게도 나이를 먹은 사람들과 젊은 사람들이 있다대부분이 남자들이다나이를 먹은 사람도젊은 사람도 마찬가지였다아이가 있는 가족이 같이 온 경우는 아주 드물었다. 자신들이 소속해 있는 단체를 알리는 깃발을 들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눈 앞에 서있는 여자는 가슴에서 배를 가린 정도로 윗몸을 시원하게 노출했다구두는 15센치의 핀힐을 신었다내 상식으로는 종교시설에 참배하러 가는 복장이 아니다자갈이 깔린 곳을 15센치의 하이힐로 어떻게 걸을지 뜨거운 햇살을 맞으면 아플 텐데,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