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사회/야스쿠니

야스쿠니 2014-7

huiya(kohui) 2020. 8. 14. 14:56

2014/08/16 야스쿠니 2014-7

 

야스쿠니에서 나오는 길에도 사람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었다. 근래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은 본 적이 없네. 무더운 날에 참배를 오는구나...

친구와 같이 야스쿠니에서 신오쿠보로 갔다. 이세탄을 거쳐서 갈 때, 들리는 음악에 깜짝 놀랐다. 군가로 들리는 음악이라서, 내 귀를 의심했다. 친구에게 이 음악이 뭐야? , 군가 같네... 세상에, 동경 시내 한복판 백화점에서 군가라니? 오늘에 맞는 선곡이라는 것인가... 생뚱맞다. 믿기지 않는다. 그러나 나에게만 군가로 들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본인 친구에게도 군가로 들렸다...

도중에 문화센터 아리랑에 들렀더니 쉬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보고 문을 열어줬다. 그리고 책을 보라고, 더운 날에 왔다고 차가운 배 주스도 내주신다. 친구는 내가 잘 아는 곳인 줄 알았나 보다. 나도 몇 번 간 적은 있지만 잘 아는 곳은 아니다. 그러면서 아주 친절하다고… 나도 일본 시설 같으면 쉬는 날 문을 열어줄 것이라고 상상도 안 한다. 쉬는 날이냐고 확인이라도 했다가 어떤 미움을 받으라고… 친구도 일본 시설이라면 상상도 못 하는 대응이라고 한다. 친구와 나도 관련 서적이 있으면 기부를 하자고 말을 했다

다음은 순대야로 콩국수를 먹으러 갔다. 지난번에 학생들을 데리고 갔을 때도 친절하게 해 줘서 고맙다는 인사도 하고… 친구가 베지테리언은 아니지만 거의 채식을 한다. 콩국수는 친구가 좋아할 것 같은 음식이라서 같이 간 거다. 두 개를 주문했더니, 너무 많다고 한다. 그러나 콩국수는 양도 적고 국물도 아주 적게 나와서 많지 않다고 했더니, 그날따라 국수와 국물도 양이 좀 있었다. 내가 친구 면도 반은 먹고 국물을 거의 핥아먹는 수준으로 깨끗이 먹었다

거기서 나와서 쇼쿠안도리에서 사건이 벌어졌다. 갑자기 어떤 남자가 나에게 와서 길을 물었다. 나는 눈 앞에 남자가 심상치 않은 걸 알았다. 우선 노숙자 냄새를 풍기면서 초조하고 절실한 표정으로 물었다. 돈키호테가 어디죠? 돈키호테는 저쪽으로 가셔야 해요. 돌아서서 가는 뒷모습과 냄새로 문제의 심각성을 알았다. 대변을 줄줄 흘려서 엉덩이를 물들이고 오른쪽 다리를 타고 흘러내려서 신발까지 젖어 있었다. 친구는 나중에야, 패닉에 빠지고 말았다. 주위 사람들도 웅성거렸다. 나는 뒷모습을 보면서 저 사람은 어쩌다가 저렇게 되었나 하고 바라봤다. 그다지 나이를 먹은 것 같지도 않았는 데, 요즘 노숙자는 노숙자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던 데… 친구는 아직도 감정조절이 안된다. 울 것 같다

시드니 차이나타운에 있는 은행에서 내 눈앞에 서있던 중국계 할아버지가 선채로 자기도 모르게 오줌을 싸고 말았어. 그런데, 손자 벌 되는 젊은 중국계 은행원이 잽싸게 할아버지가 창피하지 않게 주위 사람들도 눈치채지 못하게 할아버지를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더라고. 요즘 젊은 세대가 그런 대응을 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 친구가, 그건 아주 대단한 거네.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마치 자기 할아버지라도 돌보듯 하더라고.

 

일본 마트에서 노인이 오줌을 싼 걸 본 적이 있다. 사람들은 다 피하고 나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지나가고 점원이 화를 내면서 대걸레로 닦는 걸 봤다. 오줌을 싼 노인이나 점원이나 다 예상치 못한 일이라서 황당했을 것이다. 황당하기는 주위에 있던 사람도 마찬가지다. 

오래전에 규슈의 온천 목욕탕에서 일본 할머니가 용변을 보셨다는 말을 친구에게 한 적이 있었다. 사람들이 수군수군거리고 난리를 피웠다. 아무 죄도 없는 나와 목욕탕 주인이 청소를 하고 어떻게 수습을 했지만 말이다. 주위 사람들은 돕질 않았다. 당사자인 할머니는 화장실에서 나머지 일을 보셨는지 돌아와서 천연덕스럽게 몸을 다시 씻고 있었다. 인상적이었다. 나도 일본에 오래 살다 보니 별걸 다 보고 경험한다. 

친구와 나는 한국광장이라는 마트에 들러서 고추장이 싸서 하나씩 사서 들고 신주쿠에서 전철을 타고 돌아왔다. 역에서도 마트에 들러서 쇼핑을 하고 집에 왔더니 저녁 6시 반이 넘었다. 하루 종일 그 무더운 날씨에 밖에서 보내서 둘 다 아주 피곤했다. 마지막에 아주 인상적인 장면 때문에 오전에 봤던 일들이 언제 적 일이냐 싶게 날아가고 말았다. 날씨가 너무 덥다 보니, 길에 쓰러지는 사람도 생길 것 같고 남의 일 같지 않다 보니, 마음이 복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