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사회

총재선에 대한 동네 여론

huiya(kohui) 2020. 9. 17. 23:46

NHK에 따르면 9월 17일 동경도의 코로나 19 신규 확진자는 171명으로 확진자 누계가 23,608명이 되었다. 사망자 누계는 389명으로 사망률 1.64%이다. 일본 전국에서 신규 확진자는 491명으로 요코하마항 크루즈선을 포함한 확진자 누계가 78,322명이 되었다. 사망자 누계는 1,503명으로 사망률 1.92%이다. 같은 날, 한국의 신규 확진자는 153명으로 내역을 보면 지역감염이 145명, 해외유입이 8명이다. 확진자 누계는 22,657명이 되었고 사망자 누계는 372명으로 사망률 1.64%이다.

 

오늘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는 일본이 9명인데 한국은 5명이다. 일본에서는 요즘 하루에 10명 이상 나오는 것에 익숙해서 한국의 하루 5명은 깜짝 놀랄 정도로 많게 느껴진다. 숫자는 단지 숫자가 아니라, 그 배경과 다른 일과의 연관성에 따라 큰 숫자가 적게 느끼고 적은 숫자를 더 크게 느끼기도 한다. 한국의 오늘 코로나 19 사망자의 경우 후자이다. 그런데, 슬프게도 한국의 경우는 8.15 집회에서 고령자 중심의 확진자가 늘어서 사망자가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숫자적으로는 한국보다 훨씬 더 많고 앞으로도 많은데 한국은 이전에 사망자가 적었기 때문에 많아진 걸로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사망률이 가장 낮은 그룹에 속하지만 수치와 감정은 다르다. 사망률이 낮다고 슬프지 않은 것이 아니다. 사망률이 높으면 그 슬픔의 에너지가 훨씬 더 크겠지. 

 

일본에서는 코로나 뉴스가 점점 줄고 있다. 실태는 오히려 조금씩 느는 쪽으로 가는 것 같은데, 언론에서 보도하지 않으면 잘 모르게 된다. 언론에서는 보이지 않아도 현실적으로 구체적인 대안이나 방역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으면 불안하지 않을 것이다. 

 

나도 그동안 조용히 지내다가 여름방학도 끝나가고 개강이 다가오면서 다른 볼 일도 생긴다. 다 집 근처에서 볼 수 있는 일이다. 마침 자민당 총재선에 아베 정권 사퇴 등 일본 언론을 보면 일본이 들썩들썩하는 것처럼 보인다. 일본 언론에서 살리고 살리고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북 치고 장구 치면서 앞서고 있다. 일본에서 코로나 19 신규 확진자가 급증한 가운데 언론에서 코로나 19는 중요하지 않고 아베 총리 건강검진이 최중요 사안처럼 연달아 보도를 하면서 사람들 시선을 끌었다. 당시 최저의 지지율로 20% 대가 나오기도 했다. 아베 총리의 중도 사퇴는 표면적으로 건강상의 문제라고 하지만 사퇴를 발표하고 나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면 이번에도 꼼수를 썼나? 하는 마음이 들 정도다. 

 

나는 선거에 관심을 가지고 본다. 다른 나라에 살아도 한국 대선 전에는 가서 분위기를 본다. 택시를 타서 경기가 어떻냐는 걸 듣고 거리와 상가를 보고 분위기를 본다. 사람들은 좋든 싫든 자신들 생활과 직결하는 선거에 관심이 크다. 한국에서는 선거, 특히 대선은 중요하다. 한국과 일본은 직접 민주제와 간접 민주제라는 차이만이 아니라, 정치참여에 대해서 결정적으로 다르다. 한국에서는 자국 정치 상황을 내일처럼 여기는 사람이 많다. 일본에서는 거의 대부분 남의 일이다. 물론 정치에 대한 관심도 한국은 시민들이 정부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일본은 대부분 정부의 높은 사람들이 하는 일에 순종하고 따르는 모양새다. 만약 그렇지 않다가는 그로 인한 불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요즘 한국에서는 국가가 국민을 위해 뭘 하느냐는 스탠스이지만, 일본은 국민이 국가를 떠 받들고 있어서 정치가는 구름 위에 있어 아래서 필사적으로 떠받들고 있는 사람들이 보이지도 않는 모양이다. 

 

이번 주는 각기 다른 계층 사람들과 잠깐이라도 만나거나 전화를 하고, 동네 지인과 강아지 산책을 하고 강가의 사람들과도 만났다. 다 뉴스를 관심 있게 보고 코로나가 어떻게 되는지 민감하며 정치 경제에 관한 대화를 하는 사람들이다. 우선 대학의 젊은 동료는 코로나에 관해서나 총재선에 관한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 용건은 온라인 강의를 위한 카메라를 주문해서 받아 온 것이지만, 사무실에는 사람이 없었다. 먼저 메일로 시간대까지 연락을 하고 갔지만 사무실이 닫혀 있었다. 바로 뒷날부터 개강인데 직원이 없는 게 믿기지 않는다. 나는 젊은 동료가 코로나나 총재선에 대해 뭔가 말을 할 줄 알았다. 친하지도 않지만 그냥 다른 말을 한다. 그렇다고 사무적이지도 않은 말이다. 보통은 날씨 이야기처럼, 인사처럼 말을 한다. 나는 그런 걸 화제로 하지 않는 것에 놀랐다. 

 

다음은 오래 알고 지내는 지인과 통화를 했다. 80세가 된 옛날 정치가의 딸에 결혼상대가 신문사에서 방송사 보도국으로 옮겼다. 지인도 아버지 사무실에서 일을 한 경험이 있는 그 세대 지식층 여성들은 아주 과격할 정도로 정치적이다. 남편은 어릴 때 전쟁을 경험했고 대학을 졸업 후 신문기자가 되어 취재하고 기사를 쓰고 전하며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한 사람이기도 하다. 지역 주민 운동을 지휘해서 동네 경관을 지키기도 했다. 데모나 운동을 하지 않아도 좌나 우도 다 사회를 더 좋게 경제적으로 부강하게 인권이 더 발달하게 할 욕망이 아주 강한 사람들이었고 많은 걸 성취한 세대이기도 하다. 일본에서 가장 리버럴 한 세대에 속한다. 그런 지인과 긴 통화를 하는데, 정치의 ㅈ도 나오지 않는다. 오직, 코로나 19 밖에 없다. 집 마당과 베란다에서 많은 걸 재배하고 다른 건 생협에 주문한다. 식료품을 사기 위해 나갈 필요도 없다. 정원을 가꾸고 집 주변을 청소하고 집안일만 해도 할 일은 많다. 자식들이 와도 집에 들이지 않고 아들이 와서 집을 둘러볼 때도 집안에서도 마스크를 벗지 않는다고 한다. 자식들과 지인들 소식을 다 전하고 동네 오래된 소바집과 우나기 집도 문을 닫았다고 한다. 코로나의 영향인 것이다. 지인이 사는 동네는 그야말로 아베 총리가 벚꽃구경을 같은 공원에서 할 정도로 가까운 곳이다. 집값이 너무 비싸서 일반 사람들은 살 생각도 못하는 동네다. 나도 거기에 오래 살았지만 휴일이 없었고 낮에 집에 있어본 적도 별로 없다. 그런 동네에 요새는 사람이 많이 걸어 다닌다고 지금까지 낮에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걸 본 적이 없다고 웃었다. 지금 사람들이 재택근무로 집에서 지내다가 운동부족이라서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 동네에도 사람이 꽤 살고 있구나 했다. 올림픽을 그렇게 기대했는데, 오자도 나오지 않는다. 일본의 코로나 19 상황은 유럽에 비해 상당히 좋은 걸로 이해하고 있다. 경제상황에 대해서도 그래도 일본은 나쁘지 않은 것처럼 알고 있어서 나는 굳이 정정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코로나 19 대책을 엉망으로 해서 일본 경제까지 폭망 했다는 걸 알고 싶지 않을 것이다. 

 

다음은 동네 사람들이다. 동네 사람 중에도 도서관에서 사서를 하고 항상 뉴스를 화제로 한다. 근래는 코로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일본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내가 아니라, 동네 사람들이 말이다. 밭에서 일하는 아저씨에게 말을 걸었다가는 큰 소리로 욕을 할지도 모른다. 가까운 지인은 산책삼아 매일신문을 읽으러 외출한다. 뉴스를 꼭 챙겨보고 전에는 책도 많이 읽었는데 요새는 정원 가꾸는 일이 가장 바쁜 일이다. 산책을 하다 보면 다 속내를 알고 있는 사이라서 정치적인 사안을 화제로 수다를 떤다. 이제는 코로나 백신 이야기도 나오다 말았다. 주위를 보면 겨울부터 지금까지 주의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보통이다. 지인도 아들이 와도 현관에도 들어오지 말라고 문밖에서 전할 물건을 주고받는다고 한다. 요즘은 그런 게 서로를 위하는 것이라고 한다. 

 

내가 사는 아래층에 공산당의 활동을 알리는 활동을 하는 노부부가 있다. 그 노부부와 내가 하는 대화는 일본의 정치상황이 대부분이다. 오랜 활동경력이 있어서 쉽게 알 수 없는 자세한 소식도 접할 수가 있다. 예를 들어 아베와 스가가 완전히 틀어져서 같이 못하겠다고 돌아섰다는 말도 거기서 들었다. 

 

운동을 좋아해서 부부가 골프를 같이 다니며 동경올림픽이 열리는 걸 기다리던 이웃도 조용하다. 헬스장에 가지 않게 된 것은 오래다. 골프는 이전과 다른 방법으로 오로지 골프만 하고 오는 방식으로 잠깐식 다닌다. 

 

내 주변을 보면 대학교수에서 동네 아줌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생각이 있어서 정치에 대한 것도 거침없이 말을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코로나에 대해서도 어쩔 수 없다는 식이 되었다. 가까운 지인은 항상 머리를 깨끗하게 자르고 파마를 해서 형태를 유지했는데 지금은 머리가 길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코로나가 무서워서 미장원에 가지 못한다. 정부가 뭔가 한다는 걸 바라는 게 아니라, 체념상태이다. 그저, 강아지에 대한 책임으로 각자도생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긴다. 

 

정말 아베 총리 사퇴나 총재선, 스가 정권 탄생에 대해서 다양한 계층 사람이 절대로 언급하면 안되는 금기사항 이기라도 한 듯 입을 꼭 닫고 있었다. 언론에서는 아베 정권을 평가한다는게 70% 이상 올랐고, 지지율도 하룻밤에 20%나 올랐다는 게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언론을 보면 총재선이라고 북 치고 장구치고 난리를 치지만 사람들 마음은 꽁꽁 언 모양이다. 아예, 세상에 그런 일이 없는 취급을 하고 있다. 사람들이 정부가 하는 코로나 19 대처에 정말 화가 났다. 집중호우로 사람이 백 명 단위로 죽고, 폭염으로 동경에서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나? 코로나 19 대처를 잘하는 것처럼 퍼포먼스를 했지만, 그걸 믿고 안심할 수가 없다.  나도 아주 신경을 쓴다. 만약, 감염하면 나만 아프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과목이 몇 개나 못하게 되면 대학도 큰일이 난다. 자격시험을 볼 아이들 인생에도 영향이 미치고 말기에 아주 조심하고 있다. 주위에 친한 사람들이 다 고령자라서 정말로 조심해야 한다. 

 

내 주변사람들은 실제로 정치활동을 하는 사람도 있고 다양한 분야와 지식으로 정치에 대한 말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일제히 입을 꼭 다물었다. 화가 나면 욕이라도 해야 하는데, 정말로 깊게 일본의 코로나 대처와 정치상황에 실망한 모양이다. 집중호우에 대한 피해 복구나 폭염으로 죽은 사람들, 코로나 19 감염한 사람들을 치료하는 사람들, 인간에 대해 너무나도 무심한 정치에 우울한 것은 아닌지 그렇지 않아도 우울한 사회가 한층 더 가라앉았다. 그래도 반기면서 하는 말이 우리가 아프지도 않고 죽지도 않아서 다시 얼굴을 본다고 했다. 올해는 정말 힘든 해다. 그냥, 건강히 하루하루를 지내는 것이 힘든 시대가 오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