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장례식에 대한 이견
오늘 동경은 다시 기온이 올라서 최고기온 32도였다고 한다. 어제부터 오전까지 최고기온 34도라고 해서 좀 긴장했다. 그래도 오늘 친구와 점심 약속이 있고 내일도 외출할 계획이라서 모레 아침에 입원하려면 오늘부터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친구에게 줄 김치에 가까운 샐러드를 대량으로 만들었다. 집에 있는 재료를 다 동원해서 나름 맛있게 만들어서 지퍼백에 넣었다. 야채 종류가 많고 다 잘라야 해서 시간이 많이 걸렸고 양도 많아서 무치기도 힘들었다. 그러고 나서 아침을 먹기 전에, 날씨가 더워지기 전에 빨래와 청소를 해야 한다. 병원에서 돌아와 쾌적한 기분으로 지내려면 그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베란다부터 청소를 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냄새가 날 장소를 청결히 하는 것이다. 화장실이나 수채 구멍이다. 화장실은 항상 청소하지만 청소할 때 더 신경을 쓴다. 수채 구멍 청소는 잊었다. 내일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때 수채 구멍 청소를 해야지. 걸레질을 두 번씩 해서 걸레까지 빨아서 널면 청소를 했다는 기분이 든다. 저녁에도 늦은 시간에 산책을 다녀와서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고 다 빨아서 널면 기분이 좋아진다.
친구가 예정시간보다 1시간 이상 일찍 회의가 끝났다고 전화가 왔다. 친구가 오는 데 5분도 걸리지 않기에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친구에게 줄 샐러드와 쌈장을 가지고 나갔다. 친구에게 주려고 산초열매와 잔멸치를 볶은 것도 만들 생각이었다. 산초열매를 따는 시기가 늦어서 너무 매울 것 같아 만들지 않았다. 산초열매는 손질해서 삶아 냉동했으니까, 다른 기회에 만들어서 먹어보고 성공하면 친구에게 만들어 줘도 될 것 같다.
오늘 친구와 점심을 먹으러 간 레스토랑은 처음에 언덕 위에 있는 전망이 좋은 곳에 갔더니 연휴라서 영업을 하지 않았다. 바로 앞에 있는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갔더니 시간이 일렀지만 예약으로 꽉 차서 들어가지 못했다. 그래서 좀 거리가 있지만 갓 구운 빵이 자주 나오는 레스토랑으로 갔다. 이전에 갔을 때는 빵 이외에 특히 인상에 남는 점이 없었다. 오늘 가서 봤더니 가격대가 꽤 비싸다. 둘 다 런치로 나는 4천 엔이 넘었고, 친구는 5천 엔이 넘었다. 그것도 저렴한 편이었다. 교외에서 아니, 시내에서도 런치가 1명당 4천 엔이 넘고 5천 엔이 넘으면 꽤 비싼 편에 속한다. 문제는 가격 대비 음식 퀄리티가 너무 형편이 없어서 기가 막혔다. 나는 마음속으로 이곳은 블랙리스트에 올려서 다시는 오면 안 되는 곳으로 정했다. 전망이 좋은 레스토랑 런치 가격의 4배 이상하면서 음식이랄까, 재료의 질이 3분 1 이하였다. 나오는 음식이 전혀 신선하지 않았다.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도 가격이 비싸지만 언덕 위 야채가게에서 제공하는 재료라서, 재료가 신선하다.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는 건 스스로가 그런 분류를 하고 가격대로 비싸다. 내가 보기에 오늘 갔던 곳은 프랜차이즈인데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근데, 두 군데 다 손님이 꽤 많아서 역시 연휴는 연휴구나 했다. 거기에 지금 코로나가 확산되는 마당에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들은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은 풍경도 볼 수가 있었다.
나는 친구와 아베의 사망을 서두로 이런저런 세계적 이슈에 관해 수다를 떨었다. 친구가 아베를 엄청 싫어했다. 그래서 아베의 사망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듣고 싶었다. 친구는 아베가 그렇게 저격을 당해서 사망한다는 건 너무 부자연스럽다고 했다. 너무 잘 짜인 각본 같지 않느냐고도 했다. 얼마든지 음모론이 성립할 것 같은 이해하기 어려운 구멍이 많다는 것이다. 거기에 너무나 성급하게 살해범이 아베를 저격한 것에 대해 '정치적인 동기'가 아니라는 걸 밝힌 것에도 전직 총리를 암살했는데 '정치적인 동기'가 아니라는 논리가 성립하는지도 의문이다. 물론, 선거 직전이기에 자민당에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발언이라는 걸 안다.
내가 아베의 장례날에 산책하면서 느낀 암묵적으로 공기를 통해서 전해지는 것 같았던 '자숙'을 강요하고 애도를 강요하는 분위기에 대해서도 말했다. 내가 일본에 오래 살아도 그럴 때 눈치가 살짝 부족해서 몰랐는데 이게 전시 같으면 나는 어떤 테러를 당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눈치가 살짝 부족해서 다른 사람들과 다른 행동을 하는 걸 '반역'이나 '반사회적'으로 확대 해석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그런 걸 암묵적으로 다 같이 하기에 자신들이 뭘 하는지도 잘 모른다. 거의 무의식 수준이다.
지금 매스컴에서는 저격범의 범행 동기를 다 통일교 관련으로 몰아가고 있다. 내가 일본에 왔던 초기, 80년대에 일본에서 통일교 합동결혼식이 매스컴에서 자주 보도가 되었다. 나는 통일교에 대해서 한국에서도 들었지만 솔직히 보통 사람들이 통일교에 들어갈 것이라고 상상도 못 했다. 일본에서 통일교 신자가 많은 것, 많은 일본 여성이 합동결혼식에 참가하는 것 그중에는 사쿠라다 준코와 같은 당시 매우 인기 있는 여성그룹 멤버도 있다는 것에 놀랐다. 이번에도 다시 통일교가 문제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에 대해 왜 일본에서는 문제가 되는 통일교와 같은 종교가 세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다름이 아닌 정치와 종교가 서로 이용하는 유착관계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매스컴, 아니 통일교에서도 아베는 자신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아베 비서관이 통일교에 등록한 신자이며 참의원 선거에 출마를 통일교가 지원해서 당선했다고 한다(https://www.youtube.com/watch?v=m7bPKOt1wKI). 아베가 교단 톱을 칭찬하는 동영상도 있다고 한다(https://news.yahoo.co.jp/articles/c01321ec9b64f2c4dcbac15353100898a76245f6). 이런 건 교단 신자의 표를 필요로 하는정치가가 일종의 거래나 인사와 같은 것일지 몰라도 아베와 통일교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상상할 재료가 될 수도 있다.
일본에서도 요새 코로나가 폭증하고 있는 중이다. 거기에 폭염이 겹쳐서 열사병으로 환자가 늘어 의료 핍박이 가중되고 있다고 한다(https://news.yahoo.co.jp/articles/7a62bb9662b36dd319f31a7ed6599748401f152b). 요새 일본에서 코로나가 사상 최다를 경신하고 있다. 어제 화상회의를 했는데 대학에서 강의하는 사람이 학기말 수업에 학생이 코로나로 20명이나 결석했다고 한다. 학기말 마지막 수업에는 시험이나 리포트 등이 있어서 학생들이 결석하면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무더기로 결석한 것이다. 일본어 학교에서 강의하는 친구도 학생들이 코로나나 밀접접촉자라는 이유로 결석이 많다고 한다. 거기에 3일 전인가 약속이 있었는데 상대방이 갑자기 아들을 병원에서 퇴원시켜야 해서 약속이 캔슬되었다고 한다. 병원에서 급하지 않은 환자는 병상 확보를 위해 퇴원시키는 모양이다. 어제 아침에도 구급차가 시끄럽게 달렸는데 코로나 환자인가? 할 정도다. 이런 내용은 뉴스에 나오지 않지만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나도 모레 병원에 입원하지만 병원에서 한 층을 코로나 병동으로 했다가 환자가 늘면 다른 층까지 코로나 병동을 늘릴 것이다. 내가 사는 곳은 교외라서 지금 당장 시내 환자들이 몰릴 걸로 보지는 않지만 지난 1월과 2월에 입원했던 병동이 코로나 병동이 된다고 몇 번이나 병실을 옮겨야 했던 걸 기억한다. 코로나 환자가 늘면 다른 급하지 않은 환자들이 병원에 오지 않게 된다.
일본은 코로나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경제나 기후 문제 등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시다 총리가 14일에 아베 장례식을 가을에 '국장'으로 한다고 발표했다(https://www.youtube.com/watch?v=GphVzZR7bQE). 나도 솔직히 '국장'으로 한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아베는 일부를 제외하고 결코 존경받는 정치가라고 볼 수가 없으며 일본에서도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뉴스에서 '국장'으로 하는 이유를 보수층에 대한 배려라고 나오지만 일본이라고 국민이 보수층만 있는 것은 아니다(https://news.yahoo.co.jp/articles/6df9047339d51f848603d94c1eb6262e11fd6cf5). 보수층이라고 하면서 실은 자민당의 정치를 하고 있다. 오늘 친구가 화를 낸 부분도 여기였다. '자민당장'으로 하는 건 괜찮다. 자민당에 그럴 만한 '공헌'을 한 정치가라고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국장'은 다르다. '국장'으로 한다는 건 국민 전체가 상을 당했다는 의미다. 아무리 자민당이 장기 집권한다고 해도 투표율이 유권자의 50%에 자민당은 그 반의 지지를 얻고 있기에 유권자의 4분 1의 지지를 얻는 것에 불과하다. 유권자의 4분의 1로 국민을 대표한다고 할 수 없다고 한다. '국장'이 되면 자민당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 즉 4분 3까지 아베의 상에 동원하는 것으로 강요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한다.
나도 사람들이 아베에 대해서 언급하는 걸 피할 정도로 주위 눈치를 보고 있지만 지금 사람들 생활이 어려워진 상황에 아베의 장례식을 '국장'으로 치른다고 그 비용을 국가가 다 부담한다는 것에 대해 반발할 걸로 본다. 코로나가 다시 창궐하는 마당에 그런 것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도 없는 것 같은 정치가 자신들을 대표한다고 '국장'을 치른다고 나왔다. 기시다 정권은 아베 사망으로 탄력을 받아 지지율이 6월보다 4%나 상승했다고 한다(https://news.yahoo.co.jp/articles/0f20fdaf81361df4e16ee08e8ac8d31cada01fb3). 나는 화를 내는 친구를 달래느라고 아마 기시다 정권에서 자민당의 통합과 국제적으로 '조문 외교'를 통해서 얻을 것이 많다는 판단이 아닐까 했다. 친구는 '조문 외교'라는 목적이라고 해도 전 국민을 동원하는 '국장'에 대해 납득하기가 어려운 모양이었다. 너무나 당연한 태도라고 본다. 국민이 안중에도 없는 정치가 당연시되는 일본에서도 표현을 하지 않을 뿐 사람들이 화가 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