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질 이야기

가을의 길목

huiya(kohui) 2018. 12. 26. 20:26

가을의 길목

뜨개질이야기 2012/10/29 11:59 huiya


오늘 동경날씨는 좋다.
그런데 아직도 가을의 길목에 서있다. 

지난 토요일은 고마바에서 할로윈 행사가 있었다. 오랫만에 고마바에 가서 행사 심부름을 했다. 그 전에 고마바에 있는 복지시설 바자에 가서 바겐헌터의 실력을 발휘했다. 늦은 오후에 고마바 집에 가니 엄마가 오늘 올 손님들 얘기를 해주며, 나에게 치즈폰듀를 담당하라고 알려준다. 치즈폰듀도 집집마다 하는 방식이 다르니, 어떻게 하는 게 좋으냐고 물었다.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서 알아서 하라고 일임을 받았다. 행사준비와 저녁식사준비로 할 일이 대단히 많다. 엄마와 아빠는 그 걸 시간과 돈을 들여서 준비했다. 최종점검과 준비를 하고 행사가 시작되는 시간이 되었다. 다행히도 날씨가 그다지 춥지 않아서 좋았다. 아이들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내가 가운데에 서서 상황을 봐 가면서 원활히 진행을 했다. 참가하는 아이들도 사진을 찍는 부모들도, 진행을 하는 사람들도 왁짜찌껄하다. 후반에는 제비뽑기에 당첨된 아이에게 줄 특별한 선물이 없어서, 아버지가 귀신탈을 쓰고 특별한 악수 를 했다. 아이들이 울고, 흥분하고 난리가 났다. 마지막 판에는 경찰도 왔다고 한다. 

나는 먼저 집으로 들어와서 저녁식사를 준비한다
. 치즈폰듀와 게찜을 데우고, 각자 맡은 파트를 충실히 한다. 그런데, 남자들은 완전 술판이 되었다. 자기네들 끼리만 떠들고 난리를 친다. 이런, 젠장 여기는 그런 스타일 아니야, 내가 한마디를 하려다 그냥 얌전히 있었다. 뒤에서 만들고, 그릇을 씻고 바쁘다. 결국, 제일 맛있었던 것은 엄마가 만든 주먹밥이였다. 아버지는 피로시키, 파에리야, 치즈폰듀등 기름기 많은 서양음식들이였다. 치즈폰듀를 만들다 보니 냄새에 취해서 식욕이 없다. 디저트는 내가 먼저 먹었다. 엄마친구 음악가가 사오신 롤케익이였다. 맛있었다. 그리고, 가족끼리는 말을 할 시간이 없어서 손님들을 내보내고 예정에도 없이 자고 왔다. , 참 내 블로그에 실린 2년전 사진을 보면서, 즐거워했다.


고마바에 갔다오면 피곤하다. 내가 서툴어도 어쨌든 일을 해야하는 입장이다. 시집에 갔다오는 게 이런 걸지도 모른다. 일요일에는 중대경영대학원에 있는 친구가 다마센타에서 하는 할로윈 축제행사에 학생들과 몇 군데 출점을 했다. 내가 가서 얼굴을 내밀어야지, 지진피해를 입은 지역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나도 그 걸 같이 하려다가 그 전에 악연이 있던 사람들과 걸리적거리기 싫어서 뒷전에서 보기로 했다. 그래서 주말을 피곤하게 보냈다.


고베에 사는 언니같은 친구가 올해 환갑을 맞았다. 내가 그 기념선물로 베스트를 짰다. 친구는 친구 나름대로 스타일이 있다. 그런데 나는 그 스타일을 제대로 파악을 못한다. 그래서 친구가 우리집에 놀러왔을 때 실색을 골랐다. 만드는 것은 내맘대로 다. 거기에 작은 목도리로 쓸 것을 세 개 짰다. 딸이 둘에 아들이 하나여서, 집집마다 골고루 가게시리

베스트는 아주 얇고 가볍지만, 모헤어라서 따뜻하다. 친구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우선, 앞모습, 쵸코렛색에 같은 색 반짝이가 들어있는 데 사진으로는 안보인다.



바람에 나부끼는 옆모습


바람에 나부껴 약간 쓸쓸해 보이는 뒷모습


목도리 삼 형제





그리고 내가 500엔 주고 산 손뜨게질 베스트, 넉넉하다. 그런데 바다색이다. 이런 색은 있을 것 같으면서 없다. 드물다. 나에게 잘 어울린다. 금색반짝이가 들어있어서 물이 빛을 받아 반짝이는 것 처럼, 색이 파도처럼 보인다. 이 걸 입으면, 따뜻하고 내가 좋아하는 바다와 함께하는 느낌이 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