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생활

별볼일 없는 하루

huiya(kohui) 2018. 12. 30. 21:33

별볼일 없는 하루

동경생활 2013/02/28 00:04 huiya


오늘 동경 날씨는 흐렸다가, 오후가 되어야 개었다.


그래서 어둡고 추운 날씨였다. 어제 일기예보로는 오늘 비가 온다고 했는 데, 비는 오지 않았고 예상기온 보다 약간 높았다. 예상기온이 5도에서 7도였지만 내일부터 3일간은 최고기온이 10도가 넘는다. 요새 계속 최고기온이 낮았으니 따뜻해진다는 것이다.


어제는 오전에 5일만에 식품을 사러 슈퍼에 갔다. 내가 항상 사는 과자를 사고 오랫만에 가서 빵과 과일도 샀다. 그동안 집안에서 지내다 보니 밖에 나가서 돌아다니니 금방 덥게 느껴진다. 기온이 높은 건 아니다. 슈퍼에서 계산을 하려고 서 있는 눈앞에 여름옷을 입은 사람이 있다. 얇은 짧은 소매를 입었다. 거기만 공기가 다르다고 할까, 좀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었다. 춥지가 않은 가봐 살짝, 놀랬다. 항상 가는 가게에 들렀더니 물건들이 별로 없다. 나에게 팔 물건이 있으면 가져오란다. 제가 외국에 많이 가잖아요, 외국 갈 때 가져가면 기뻐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팔지 않아요. 


사실이 그렇다. 여기저기를 많이 다니는 사람이라, 아는 사람이 많다. 그렇다고 갑자기 선물을 사려고 해도 비싸기만 비싸지 살만한 물건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평소에 괜찮은 물건이 착한 가격에 나오면 사둔다. 마치, 취미처럼. 다행히도 내가 아는 사람들은 내 눈을 믿어주고, 내가 사는 물건들을 좋아해준다. 내가 사는 걸 좋아해주지 않는 사람에게는 안주기로 했다. 


쇼핑을 다녀와서 오랫만에 학교도서관에 갔다. 현관에서 실내화를 벗다보니 양말까지 한꺼번에 벗겨졌다. 실내화와 양말이 세트같다. 어쩌다가 이런게, 히, 재미있다. 집에서는 줄창 양말을 신고 지낸다. 밤에 잠잘 때도 양말을 신고잔다. 아침에 일어나서 양말이 벗겨져있으면 당황스럽다. 아니, 간밤에 뭔일이 있었던 거야? 아무일도 없었다. 단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양말이 벗겨져서 이불속 어디론가 줄행랑을 친 것 밖에는 집을 나설 때는 두 상자 사온 크래커를 들고 나가서 친구네 우체통에 한 상자 집어넣고 간다. 

도서관까지 빠른 걸음으로 걸었더니 햇살이 따가워서 땀이 났다. 세상에, 2월 가장 추운시기 햇살인데도, 햇살은 따갑다. 햇살이 따가운 것은 공기가 맑은 것과도 관계가 있다. 추운날씨라 햇살이 반갑기만 한 데, 이 게 더울 때라면, 무서운 햇살이 될 것이다. 도서관에 가는 길은 40분정도 걸린다. 쇼핑을 갔다와서 바로 갔으니 한시간 이상을 걸은 셈이다. 땀도 나지만,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얼굴을 만져보니 뜨겁다. 한번 달구어진 얼굴은 식지않고 도서관에서 집에 돌아오는 시간까지 갔다. 도서관에 가는 길에 수선화가 피어있어서 사진을 찍었다.


항상 내가 쓰는 도서관 4층은 도서관을 정리하는 기간이라고 들어갈 수가 없다. 물론, 거기서 책을 빌릴수도 없다. 속상하다. 놀이터에 간 사람이 놀이터에 못들어가는 심정이다. 익숙치 않은 곳에서 가져간 책을 읽고 두 권을 반납했다. 새로 빌릴 책이 없고, 새로 본 책이 없으니, 영 재미가 없다. 요전에 사진을 잘못찍은 민화를 찍으려고 카메라도 가져갔는데그래도 집중해서 몇 시간 책을 읽고, 새로운 잡지들도 체크를 했으니 만족해야지 돌아오는 길에 헌책방에 들렀다. 새로 나온 패션잡지가 있었는 데, 전혀 신선하지가 않다. 새로 나온 게 신선하지 않다면 살 이유가 없다. 이래저래 어제는 뭔가가 양이 차지않는 날이였다. 돌아오는 길에 병을 버린 박스에서 육각형으로 된 예쁜 라벨과 뚜껑이 달린 걸 줏어왔다. 예쁜 라벨과 뚜껑에 모양이면, 쓰는 동안 기분이 좋다. 꿀이나 유자차를 넣어야지. 오후에는 흐려있어서 해가 질 시간에, 석양이 잘보이는 공원을 걸었지만, 석양이 보이질 않아서 어두웠다. 그리고 바람이 세차져서 낮에 따가운 햇살이 있었다는 게 믿겨지지 않을 만큼 추웠다.

집에 돌아와서 오랫만에 국수를 만들어 먹었다. 멸치에 다시마, 새우가루를 넣어서 국물을 만들고 버섯과 당근에 미나리를 넣어서 마지막에 계란을 풀어넣었다. 두릅나물을 국물에 넣을 까 망설였다, 그런데 두릅나물은 오징어회라든지, 생으로 먹는 게 향기가 좋을 것 같아, 남겨뒀다. 봄이 가깝다고, 봄의 향기가 나는 먹거리가 반갑다. 국물을 먹었더니 배가 부르다. 평소에 국물을 안먹는 데, 가끔은 국물을 먹고 싶어진다. 배가 불러도 무겁지 않으니 기분이 편하다. 만복감도 가끔 필요하다. 그러나, 배가 부른 것과 언제까지나 배가 무거운 것은 다르다


오늘은 아침부터 공사를 하는 소리가 안나서 비가 올거라서 공사를 안하는 줄 알았다. 오후가 되야 공사소리가 조금 났다. 망치로 두둘기며 할 일을 대충 끝냈나보다. 내일은 건물 뒷쪽을 씻어낸다는 데, 뒷쪽 베란다가 더렵혀진다는 의미다. 오늘밤에 자기 전에 뒷쪽 문들을 다 잘 닫고 자야지, 아니면 더러운 물이 들어온다.


요즘 모헤어실로 뜨개질을 하는 데, 진도가 느리다. 가는 모헤어실은 뜨기도 귀찮지만, 뜨다가 마음에 안들어도 풀어내기가 어렵다. 즉 풀어내면 안된다. 마음이 봄을 향해서 그런지, 따뜻한 털실보다 봄느낌이 나는 산뜻한 실을 쓰고 싶다. 벌써 마음이 거기로 향하고 있다. 지금 하는 걸 빨리 마쳐서 다음에는 좀 산뜻한 봄냄새가 나는 걸 만들어야지 그런데, 아직 추울 때 겨울 걸 더 만들어놔야 되는 거 아닌가 , 잘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