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가마쿠라에 성묘

huiya(kohui) 2019. 2. 2. 23:44

오늘 동경은 포근하고 따뜻한 날씨였다. 오늘은 이전에 잘 알던 분이 돌아 가셔서 만 6년이 되는 날이라, 산소가 있는 절에서 기념하는 모임이 있었다. 일본에서는 제사를 매해 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해가 있다. 올해는 7주기로, 아들이 올해 제를 올리겠다고 해서 이전에 같이 활동했던 사람들이 모였다. 


평소라면 2월 초순은 아주 추운 날씨인데 오늘은 포근하고 따뜻해서 다행이다 싶었다. 가는 길도 운이 좋게 내가 탄 전철까지는 시간대로 갔는데 다음 전철부터 연착이 되었다. 나는 갈까 어쩔까 망설이다가, 바쁜 일도 끝났고, 이런 기회라도 없으면 이전부터 알던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갔다. 오늘 가서 보고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활동에 같이 참여했던 볼런티어 그룹 유학생상담실이라는 곳이 있었다. 보통 유학생상담실이라고 했다. 일본에 아직 유학생을 받아 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 각 대학에 유학생을 위한 전담부서도 설치가 되지 않았을 무렵에 생긴 것으로 길게 활동하다가 각 대학에 유학생을 위한 부서가 설치가 되고 유학생들이 상담을 할 수 있는 곳이 정착하면서 오랜 활동을 그만둔 곳이기도 하다. 


나는 바쁜 유학생이라, 아주 가끔 가고 의논할 일이 있으면 같이 활동하는 유학생들이 모이기도 했다. 일본에서 외국인 유학생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는 단계에서 외국인 유학생에 대해서 알리며 많은 활동을 했다. 나는 유학생이면서 동시에 같은 시대에 일본에 많이 온 외국인 노동자에 관한 연구를 한 사람이라, 유학생과 노동자를 비교할 수가 있었다. 유학생 상담을 하는 중심에 있으면서 동시에 노동자를 연구하는 중심에 참여하고 있었다. 노동자에 대한 연구는 동경도 노동연구소가 주가 된다. 초기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실증적 조사를 가장 활발하게 많이 했던 곳이다. 나도 학부생이었지만, 조사원으로 참가해서 인터뷰를 따오곤 했다. 80년대 후반의 일이다. 


유학생상담실에서 자원봉사자로 나오는 사람들은 주말에는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이 왔지만 평일에는 거의 전업주부들이 왔다. 일본에서 자원봉사자는 거의 여성, 주로 전업주부를 뜻하기도 했다. 전업주부라도 외국에 가족과 주재원으로 나갔던 경험이나, 다른 활동을 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유학생들에게는 전업주부, 엄마라는 위치에서 대하기 때문에 좋은 점도 많았다. 상담이라는 것이 단지 문제를 해결하거나 처리하는 것만이 아닌, 문제나 고민하는 걸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듣고 문제를 공감하고 이해해서 어떤 해결이 가능할지, 같이 풀어 나가는 방식인 것이기에 주부들이어서 좋았는지도 모른다. 


내 주위에는 이런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이나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런 사람들이 보통 일본사람들인줄 알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어서 다른 사람들과 접할 일이 그다지 없었던 것이다. 일본에 오래 살면서 이런저런 곳을 경험했더니 유학생을 위해 자원봉사를 하거나 한국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은 그야말로 '특수한' 사람들로 일본사회에서 1%도 안되는 '특별한' 사람들이었다. 80년대 후반에 내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거진 다 외국생활을 경험한 사람들로 국제적인, 일본에서도 극소수의 '특수계층'이었는데 나는 전혀 몰랐었다. 


오늘 만나서 수다를 떤 사람도 나이를 먹었지만, 출판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 분과 나보다 젊은 초등학교 교사였다. 알고 지낸지 30년이 되는 사람도 있고 안되는 사람도 있지만, 시간이 지난 것을 모를 정도로 변함이 없다. 확고하게 자신의 생각을 가진 정말로 드문 사람들인 것이다. 가까운 사람들과는 일본사람이고 한국사람이고를 떠나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의견이 맞는다. 초등학교에서 가르치다 보면 가정교육이 정말 중요하다고, 요새는 가정에서 기본적인 교육이 없이 학교에 오지만, 학교에서는 가정에서 해야 할 교육을 할 수가 없다고 한다. 학교 교육은 가정교육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나는 그런 아이가 그대로 대학까지 옵니다. 대학에서는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아주 기본적인 것에 대해 교육을 할 수가 없습니다. 어릴 때부터 어른의 말을 듣지 않는 아이는 기본적으로 가르칠 수가 없어요. 말을 해도 듣지 않거든요. 요즘은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건전한 가치관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는 의견에 공감한다.


너무나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세상이 되고 말았다. 나도 오랜만에 예전부터 알던 사람들과 수다를 떨면서, 일본에 이런 사람들도 있는 걸 잊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전에는 이런 사람들이 그렇게 두드러지게 '특수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세상이 너무 뒤숭숭하게 바뀌다 보니, 이런 사람들이 너무 '특별한' 사람들이 되고 만 것이다. 


절에서 공양을 하고 나중에 산소에 올라갔다. 산소가 후지산이 선명하게 아주 잘보이는 위치다. 선생님이 살아 계실 때, 후지산을 특별히 좋아한 것은 아니지만, 산소는 쓰는 사람이 정하는 것이라, 후지산이 아주 잘 보이는 곳에 산소를 쓴 것이다. 기타가마쿠라역에서 가까운 엔카쿠지, 높은 곳에 산소가 있다. 멀리 후지산이 선명히 보였다. 날씨가 포근하게 따뜻해서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