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를 기리며
오늘 동경은 따뜻함을 넘어서 더위를 느낄 정도였다. 최고기온이 22도에 최저기온이 6도라고 한다. 어제보다 일교차가 심한 날씨다. 오전 수업은 학생이 적어서 괜찮았는데 오후 수업은 학생이 많아서 교실이 더웠다. 덥다고 재킷을 벗을 수도 없어서 땀을 흘리며 수업을 했다.
인터넷으로 신문을 보니 오늘 서울에서 '세월호'를 기리는 행사가 열렸던 모양이다. '세월호' 유가족을 향해 '망언'을 퍼붓는 전 현직 국회의원도 작정한 듯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그중 정진석이라는 분은 하필이면 오늘 "한국정치 커뮤니케이션학회 제8회 국회를 빛낸 바른 정치언어상 수상자'로 뽑혀서 수상 했다고 한다. 코미디도 이런 맞춤형 코미디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모양이다. 오늘 SNS에 올린 "세월호 그만 우려먹으라"는 것도 유가족을 향한 것이 아닌 정치권을 향한 일반적인 말이라고, 유가족을 향한 발언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오해'라고 했다. 참으로 '대단한 언어 감각'을 지니신 분인 것 같다. 한편으로 한국 국민들 수준이 그렇게 낮게 보이나? 하는 생각도 든다. '세월호'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유가족'이 된 것 같은 심정이라는 걸 모른다는 것인가? '세월호'가 단지 사고를 당한 사람들만 '유가족'이 된 것이 아니다. 국민들의 눈 앞에서 충분히 구조할 수 있었던 죄 없는 아이들을 구조하지 않고 '수장'을 시켰기 때문에 그걸 지켜본 많은 사람들이 '유가족'이 된 심정이다. 국가에 의해서 '국민'들이 버려지는 과정을 목격했기 때문에 졸지에 많은 사람들이 '유가족'이 되고 만 것이다. '세월호'의 아픔과 슬픔을 공유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걸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모를리가 없다. 그런 날에 맞춤형으로 '망언'이라는 '헤이트 스피치'로 실질적인 '유가족'과 심정적으로 '유가족'이 된 많은 사람들의 아픈 가슴을 꼭 후벼 파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야 하는지? '유가족'과 함께 '세월호'를 기리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파렴치한' 행위가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헤이트 스피치'는 '범죄'다.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다고 이런 '파렴치한' 행위를 해도 되는 것이 국회의원이 갖고 있는 '면책 특권'이라는 것인가 싶을 정도다. 요새, 자유 한국당 의원, 특히 원내대표라는 분이 하시는 발언을 보면서 국회의원은 '헤이트 스피치'를 막 해도 처벌을 받지 않는 '특권'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민망하기 짝이 없다. 정치가라는 사람들이 학생들에게 '좋은 본'을 보이지 못할 망정 어린 학생들이 보기에도 도저히 용납하기 힘든 '헤이트 스피치'를 자랑스럽게 쏟아내고 있다. 일본의 '자민당'과 어쩌면 그리도 닮았는지? '자민당'도 경우에 따라서 국민들 눈치를 볼 때가 있다. 상황이 나쁘다 싶으면 징계로 경질을 한다. 그런 한편, 뒷배가 빵빵한 사람일 경우는 '망언 제조기'라고 불리어도 아무 상관이 없다.
지지난주 서울에 갔을 때도 황당한 일이 있었다. 어느 가게에 들어가서 물건을 사고 가게 주인과 수다를 떨고 있었다. 나는 서울에 가서 택시를 타면 택시 운전사에게 체감하는 경기와 사회정세에 관해 듣는다. 요새는 택시 운전사가 무서워서 택시도 타지 않지만, 다른 나라에 가도 같은 방법으로 사회 실정을 듣는다. 가게에 가서도 마찬가지로 장사하는 사람들이 실감하는 경기에 대해 듣는다. 그런 수다를 떨고 있는데, 뜬금없이 '세월호' 이야기가 나왔다. 가게 주인은 아주 좋은 아주머니였는데, 갑자기 나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묻는다. '세월호'에 탔던 아이들이 수학여행 가다가 사고 난 것이 아니냐? 나는 그렇다고 했다. 그러면 대통령이 수학여행을 가라고 했느냐? 지들이 가고 싶어서 수학여행을 가다가 사고 난 것을 대통령에게 뒤집어 씌우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한다. 그리고, 대통령이 나선다고 사고가 수습이 되는 것도 아닌데 대통령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대통령을 잡아 가두느냐고 마치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공격받았다. 나는 거기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좋은 아주머니가, 갑자기 그 대목에서 접신이라도 한 것처럼 돌변해 손님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자기 주장을 쏟아붓는 걸 보면서, 아, 대통령을 보호하려면 죄 없는 사람들이 희생당해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라는 걸 짐작할 뿐이다. 그렇게 한바탕 퍼붓고는 속이 시원하다는 얼굴이 되었다. 다시, 언제 그런 미친듯한 일이 있었냐는 듯이 좋은 아주머니의 얼굴로 돌아갔다. '세월호'를 비난하는 것은 단지 '세월호'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지키고 싶은 대통령과 세트인 모양이다.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세월호'를 비난해야 하는 모양이다. 자신들의 '가치'라고 여기는 것을 지키기 위해서 죄 없는 사람들 가슴을 후벼 파는 '헤이트 스피치'를 해도 된다는 법이 한국에는 있나? 수시로 십자가를 긋고 예수를 말하면서 하는 행동은 뜬금이 없었다. 내가 아는 예수는 항상 약자 편에 섰던 것 같은데, 한국에 가면 예수의 이름으로 권력자를 옹호하는 기이한 현상을 보면서 혼란스러워진다.
그냥, '세월호'로 인해 억울한 희생을 당한 아이들을 기릴 수 있게 해 주면 안 될까? 슬퍼하는 '유가족'이 슬퍼할 수 있도록 가만히 둘 수는 없는 것인가? 최소한 인간의 예의로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보여야 할 태도가 있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헤이트 스피치'라는 사회를 파괴하는 '반사회적인' 행위는 아니다.
어제 도서관에 가는 길에 찍은 몽실몽실한 벚꽃이다. 구름이 낀 하늘을 배경으로 찍어서 예쁘게 찍히지 않았다. '세월호' 아이들에게 꽃을 보내는 심정으로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