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친절한 중국 여행기 11
2017/06/05 불친절한 중국 여행기 11 - 난징 대학살 기념관 1
오늘 동경은 건조하고 서늘한 날씨였다. 월요일이라, 도서관에 가는 날이다. 오늘도 아침을 든든히 먹고 천천히 도서관에 가서 책을 열심히 읽고 엽서도 두 장 썼다. 엽서는 돌아오는 길에 우체통에 넣었다. 도서관에 오며가며 길가에서 오디를 따서 먹었다. 오디도 나무에 따라 열매가 크고 맛있는 것도 있고 그저 그런 맛인 것도 있다.
지난주는피곤해서 주말에 푹 쉬느라고 블로그를 올리지 못 했다.
난징 대학살 기념관에 다녀온 사진이 중심이다. 메이데이님이 데려다주셨는데, 메이데이님이 말씀하시길 난징 대학살 기념관에 가는 날은 날씨를 가린다고 했다. 되도록 쾌청하게 맑은 날이라고 했다. 한 번 다녀오면 힘들어서 며칠 앓는다고도 했다. 설마, 그런 일이 있을까 싶었다. 그래도 남경에 가서 대학살 기념관은 가야 할것 같았다. 가는 길은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놀란 것은 평일이지만, 입장객이 많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단체로 온 것도 있었고, 보통 사람들도 많이 간다는 걸 알았다.
들어가자마자처음 보는 조각을 보고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내용도 모르면서 눈물이 줄줄 흘렀다. 메이데이님은 아니지만, 나도 ‘아픔’을 민감하게 느끼는 편이다. 거기에 들어 갔더니 ‘아픔’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입구부터 울기 시작하면 피곤하고 제대로 보지 못 한다. 그래서 감정을 추스리고 보기로 했다. ‘아픔’의 ‘기억’은 느끼는 사람 몸에 축척이 된다. 난징 대학살 기념관에 가는 데 적당한 날씨가 있듯이 사진을 올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거기에 다녀온 사진을 올리는 데도 맑고 건조한 날씨에 체력과 기력이 있어야 한다. 주말에는 피곤해서 사진을 올리는데 기력이 딸린 것이다. 난징 대학살 기념관에 있었던 집단적인 ‘아픔’의 ‘기억’은 단지 거기에 박제되어 전시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집약된 ‘아픔’의 ‘기억’이 살아서 움직인다. 특히, 지금 일본의 상황이 전쟁 전으로 돌아갔다. 마치, 전쟁 중인 것 같다. 난징 대학살을 했던 감정을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일본에서는 주변국가에 대한 ‘적개심’이 흘러 넘치고 있다. 그런 현실에 살면서 난징 대학살 기념관에 다녀온 사진을 올리는 것은 참으로 복잡한 심정이다. 역사가 역사가 아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인 것이다. 난징 대학살 기념관에서 느낀 ‘아픔’의 ‘기억’은 국적과 민족을 초월한 ‘전쟁과 학살’에 대한 인류로서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이다. 몸과 마음이 아프다. 어리석은 판단으로 ‘전쟁’을 한 것에 대해 ‘반성’ 해야 할 사람들, 정작 ‘전쟁’을 하고 ‘학살’ 했던 쪽에서는 그런 기미가 없다. 거꾸로 난징 대학살이 ‘날조’된 것이라는 논조가 판을 치고 있다. 나처럼 난징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이 그렇게 느낀다면, 관련이 있는 사람들의 느낌은 어떨까? 나도 공부삼아 일부러 보러 갔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피하고 싶은 곳이다. 학생들에게 자료로서 알려줄 필요가 있을 것 같아 보러 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부를 한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사진은 입구에 들어가면서 차례로 찍은 것과 설명은 일본어로 된 것을 찍었다. 혹시, 관심이 있는 친구나 학생에게 보일 기회가 있을지 몰라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