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2011/07/04 오키나와!
지난 주말,금요일부터 일요일 밤까지 오키나와에 갔었다.
금요일 수업을 마치고 바로 하네다로 가서 오키나와 나하공항에 도착하니 밤 8시가 넘었다. 나고에 예약한 호텔에 갈 방법이 없던 차에 비행기에서 옆자리에 앉은 분께 얘기를 하니 데려다준단다.
일 년 반 만에 가는 오키나와 그것도 지난번과 같은 나고였지만, 가는 길도 모르고 소요시간도 잊어버렸다. 나고는 나하공항에서 고속버스로 1시간45분이나 걸린다. 그리고 하네다에서 비행시간도 2시간 반이나 걸린다. 거의 해외에 가는 수준인 것이다. 거기에다 교통편도 불편하다니, 그걸 예상하지 못했다.
학회장은 메오대학이라는 대학이었다. 원래는 동경과 쇼난에서 열릴 예정이었는데 지진이 일어나서 학회장을 바꾼 것이다.
나는 오키나와에 몇 번 갔다. 그야말로 오키나와에 사는 사람들도 못 간다는 다이 토지 마라는 섬까지도 갔었다. 그런데 아직 한 번도 관광지를 못 가봤다. 예를 들면 대표적인 관광지 하나도 모른다. 그냥 학회장을 갔다가 학회가 끝나면 허겁지겁 공항으로 가서 돌아오기 바쁘다. 이번도 바다가 보이는 좋은 호텔에 묵었음에도 불구하고 바다를 쳐다볼 여유도 없이 일을 했다. 내 차례가 학회 마지막이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전날 다른 기획에서 한 프로그램이 너무나 잘 짜여 있었다. 그에 비해 나는 영상을 준비하지 않았고, 파워포인트도, 배부할 자료도 없다. 근데, 내용은 밀도가 높고, 긴장시키는 데다가, 단순하지도 않다. 갑자기 머리가 아파왔다. 도망가고 싶었다. 거의 10년 동안 일본 내에서는 발표를 하지 않았다. 10년 만에 아는 사람들도 별로 없는 학회, 그 학회 10주년 기념으로 초대 강사로 간 처지였다. 그리고 나에게는 새로운 필드이기도 해서 아주 긴장했다. 어쨌든 무사히 끝났다. 그래도 뭔가 임팩트가 있었는지, 나에게 개인적으로 많은 분들이 감상을 전해주었다. 아직, 논문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내용을 인용하고 싶다는 말도 들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창밖에 펼쳐지는 경치, 푸른 하늘 아름다운 바다와 숲을 보면서 오키나와구나, 오키나와를 떠나려면서 오키나와에 왔었다는 걸 실감하다니 아쉽다.
호텔 바로 옆에 있는 식당에서 오키나와 향토음식을 먹고 싶었는데, 거기도 못 갔다. 점심때 도시락을 주문하지 않으면 식사도 제대로 못한다. 외국이면 이왕 간 김에 현지를 관광하고 좀 즐기고 오는 게 당연한데, 일본에서 일을 하다 보면, 출장비를 받고 그럴 수가 없다. 죄악감이 느껴지고, 시간적으로 정신적으로 전혀 여유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학회로 여기저기 많이 갔지만, 대부분 어떤 데였는지 기억이 없다. 공항에 마중 나온 차를 타고 호텔에 가서, 거기서 회장을 왔다 갔다 하다가 공항으로 와서 돌아오기 때문이다.
나하공항에서 나를 초대했고 같은 파트를 했던 선생과 같이 간단히 저녁을 먹고 헤어졌다. 출발하는 라운지에 왔더니 눈 앞에서 바다로 해가 잠기고 있었다.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찾으니 카메라가 안 나온다, 가방을 뒤집고 난리를 피우니 주위 사람들이 웃는다. 그 사이에 해는 바다에 잠기고 말았다. 오키나와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가져갔는데, 오키나와다운 사진을 한 장도 못 찍었다.
그래도 오키나와에 갔었다는 증거를 남겨야 할 것 같아 공항에서 사진을 찍었다.
해가 잠긴 바다를 배경으로 비행기 사진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