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판결의 여파와 해결책
오늘 동경은 맑고 햇볕이 강한 날씨였다. 교실 안은 햇볕이 드는 시간은 더워서 학생들이 졸리기 쉬운 환경이 된다. 창밖을 보면 교정의 나무가 단풍이 들어서 단풍이 꽃처럼 예쁘게 보인다.
지난 금요일부터 오늘까지 일주일을 수업에서 '강제징용' 판결의 해설을 했다. 학생들이 듣기 싫다고 강하게 저항한다. 어제는 200여명 학생들이 부잉을 하면서 소란을 피우는 환경에서 강의를 했다. 동경에서 학생들을 보면 '중국인'이나 '한국인' 관광객이 매너가 없다고 욕을 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면서 정작 자신들이 매너없이 행동하는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내가 보기에는 별다른 차가 없다. 나리타공항을 오가는 전철을 타서 봐도 그렇고 평소 학교에서도 그렇다. 유학생들이 자신들이 매너가 좋은 것처럼 잘난 척을 하지 않으니 그나마 다행으로 훨씬 좋게 보인다. 자신들이 잘났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남을 깎아 내리고 비하하는 심보에 아주 질린다.
'강제징용' 판결이 난 후, 일본은 '혐한'의 회오리 바람이 불고 있다. 아베총리를 비롯해서 고노외상, 신문과 TV에 나오는 뉴스 캐스터에 연예인까지 나서서 한국을 비난하느라 난리가 난리도 아니다. 허긴 아베정권을 지지하는 핵심세력이 '헤이트(혐오)'를 하는 사람들이다. 아베총리를 둘러싼 내각도 마찬가지다. 매스컴을 동원해서 신나게 한국에 대해 '혐오'를 선동하면서 연일 쏟아 붇고 있다. 지금까지는 북한에 대한 것은 기본으로 깔고 중국과 한국을 세트로 '혐오'했는데, 북한에 대해서 기류가 변하고 있다. 대화를 하고 싶은 모양이다. 중국과는 지난 달 하순에 아베총리가 중국을 방문해서 경제적으로 협력하자고 했으니 대놓고 '혐오'를 할 수가 없다. 한국에 대해서는 평소부터 깔보는 것이 있었는데 자신들이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았으니 기다렸다는듯이 '혐오'의 집중포화를 날리고 있다. 일본에서 '혐한'은 다른 말로 하면 '애국'이다. 아베정권에서 '혐한'이나 '혐중', 북한에 대한 조롱은 지지율을 올리는 전매특허였다. 북한과 중국이 잠깐 빠졌으니, 한국에 대해 집중포화를 함으로 지지율을 올리고 국민통합을 하는 것이다. 내년 10월부터 소비세를 10%로 인상한다고 해서 분위기가 좋지 않다. 일본 경제는 호황이라고 난리를 치는데 사회분위기는 싸늘하다. 무서웠던 폭염에 연달아 수해와 지진등 자연재해가 있었다. 그에 대해 정치가 제대로 대처를 못했다. 국민들의 불만이 쌓여서 해소할 거리가 필요한데 안성마춤인 것처럼 한국에서 판결이 난 것이다. 자신들의 불행은 다 남탓으로 만만한 이웃나라인 것이다.
사실관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적'이 필요할 때 짠하고 존재감을 나타낸 맘놓고 미워할 고마운 존재로 한국이 등극한 것이다. 오늘 학생들에게 미국 중간선거에 대한 것도 해설했다. 아베정권의 '헤이트'에 대해서 국민들이 용인해서 '헤이트' 내각이 탄생한 것과 달리 미국에서는 트럼프대통령이 선동한 '헤이트'에 대해 국민들이 반발한 것이 선거 결과에 나온 것이라고, 같은 현상이라도 그 대답은 정반대로 나왔다. 아마 그게 일본과 미국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지 싶다. 이번에 당선한 마이노리티 출신 여성들이 인상적이었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이 압도적으로 여성이 많고 트럼프를 지지하는 계층이 백인남성이라고, 민주당을 지지하는 교육을 받은 여성들과 트럼프를 지지하는 백인남성과는 대화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갭이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같은 현상이 있다. 정치가는 솔선해서 '혐오'를 선동하며 국민들을 단절시킨다. 왜냐하면 자신을 지지하는 계층이 '혐오'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서로 '혐오'하게 선동하는 정치,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를 선동하는 것은 최악의 정치다.
지난 주 수요일 시부야에서 할로윈축제를 즐긴다고 떠들썩 했다. 화제가 된 것이 "쓰레기를 버렸다" "성희롱을 했다" "차를 뒤집었다" "불을 냈다" 등으로 얼마나 욕을 하는지, 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라도 입었는지 묻고 싶을 정도다. 나는 "젊은 사람들이 놀고 즐길 수 있는 축제가 있는 게 좋다. 쓰레기는 나중에 치우면 되는 거지. 문제가 있다고 해서 전체를 싸잡아서 욕하고 없애는 것은 아니지 않나" 일부러 학생들과 다른 의견을 낸다. 학생들은 이미 값을 매긴 것처럼 매스컴에서 하는 말을 그대로 한다. 직접 현장에 갔던 학생은 매스컴에서 보도한 문제도 있었지만 훈훈한 장면도 많고 좋았다고 한다. 일본에서 보면 두들겨 팰 재료가 있으면 모두가 함께 두들겨 패는 식이다. 나는 생각이 다른 다양한 사람들이 같이 살아 갈 방향을 모색해야지, 자신들과 다르다고 욕을 하고 두들겨 패면 살아 남겠냐고 한다. 거기서 멈춰서 생각하지 않는 것이 요즘 학생들이다. 학생들은 생각하면 안된다고 느끼는 모양이다. 다른 사람들이 하듯이 동조해서 같이 행동하지 않으면 대열에서 낙오하는 것처럼 위협을 느낀다.
지난 금요일에 일본인 동료와 '강제징용' 판결에 대해 정치가나 매스컴이 다 들고 나서서 한목소리를 내면서 난리를 피우는 걸 보고 기가 막혔다. 때는 이때다 싶어서 난동을 부리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지만 보고 싶지 않았다. 나는 기본적으로 한일관계는 더 이상 나빠질 수가 없을 정도로 나쁘니까, 일본에 기대하는 것이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리가 나서서 이웃나라에 대해 '혐오'를 선동하는 걸 보고 실망했다. 뭔가 대안이 있는 것인지, 동료에게 물었더니 전혀 예상도 못했던 말을 한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에게는 문재인대통령이 있습니다. 일본이 이런 상황에 한국에 문재인대통령이 계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저희는 문재인대통령을 신뢰하며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문대통령께서 현명하게 좋은 방향으로 이끌겁니다, 걱정하지 않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빵 터지고 말았다. 일본 시민이 자국의 정치가가 아닌 이웃나라 대통령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니....그것도 아주 기쁜 얼굴로 말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한국에서 현명하게 처신할 것을 바라지만 문대통령이 특별한 해법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없다. 한일관계에 대해서 걱정을 하지도 낙관적이지도 않다. 일본은 갈데까지 가고 싶은 모양이니까, 가는 길을 가야겠지.
한국은 일본에 개의치 말고 한국이 갈 길을 가면 된다. 일본의 갖은 협박과 위협에 굴하거나 끌려다니면 안된다.
일본에서 국제 사법재판소에 제소하겠다고 한다. 나는 부디 일본이 국제 사법재판소에 제소하길 바란다. '강제징용'과 '위안부'문제에 대한 일본정부는 똑 같은 자세를 취해서 어떻게든 깔아 뭉개려고 한다. '위안부'문제에 대해 NHK에 직접 압력을 행사해서 내용을 수정시킨 것이 아베총리다. 그 후 NHK는 완전히 정권에 접수가 되고 말았지만, 당시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그리고, 일본이 국제적으로 '위안부'문제를 폄훼하면 폄훼할 수록 세계적으로 '위안부'문제에 대한 이해가 확장되어 나갔다. '위안부'문제가 세계적인 이슈가 되는데 일본정부가 많이 도와준 격이 된다. '강제징용'도 똑 같이 일본이 국제적으로 자신들 입장을 홍보하면 할 수록 '강제징용'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고 반성하지 않고 배상도 하지 않으려는 일본의 자세가 더욱 더 잘 알려질 것이다. 그렇게까지 자신들을 알리겠다는 것에 대해 고마울 따름이다. '위안부' 문제와 똑 같은 구조라는 걸 모르지 않을 텐데, 같은 일을 반복하겠다고 한다.
아베정권의 목적은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사실관계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 '적'을 만들어서 지지율을 끌어 올리고 자신들이 가려는 길을 가는데 이용하기에 최적인 소재일 뿐이다. 언제까지 '혐오'를 선동하는 정치를 계속할지 모르지만 일본으로서는 어쩔 수가 없다. 일본국민들이 택한 길이기 때문이다. 외국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결국 자신들 목을 조르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