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요일
2016/09/04 오늘은 일요일
오늘 동경은 오전에 흐렸다가 오후는 맑아졌다. 어제는 비가 왔다. 오늘 아침까지 비가 온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습도가 너무 높아서 찐득거리는 날씨였다.
아침으로 프랜치 토스트를 만들어서 먹었다. 냉동고에 빵도 거진 바닥이 났다. 아침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수박을 먹고 청소하기에 좋은 날씨가 아니어서 청소를 할까 말까 생각했다. 아침을 먹고 담요와 베갯잇을 빨고 청소를 했다. 후덥지근한 날씨라서 그냥 있어도 땀이 찐득거렸는데, 청소를 했더니 땀이 줄줄 흐른다. 여름에 청소기에서는 고약한 냄새가 난다. 마치 썩은 동물 시체라도 들어있는 것처럼 아주 이상한 냄새가 나서 청소기를 열고 확인했다. 청소기에 동물의 시체는 없다. 아직 먼지도 별로 차지 않았다. 청소기를 쓰다 보니까, 고약한 냄새도 가셨다.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질을 했다. 오늘 청소는 간단한 버전으로 끝냈다. 간단한 버전이라도 수챗구멍은 어제 청소했고 화장실과 목욕탕까지 다 청소한다. 청소를 하면서 먼저 빨래한 담요 등을 널고 다시 매트를 빨았다. 날씨가 흐리고 습도가 높아서 빨래가 잘 마르질 않을 것이 걱정스러웠지만 빨래를 해서 널었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내일도 모레도 비가 온다. 그래서 적당한 타이밍에 필요한 일을 해야 한다. 보통은 아침에 샤워를 하는데, 청소를 마치고 샤워를 했다. 몸이 끈적거려서 이태리타월로 때를 밀었다. 분명히 며칠 전에도 때를 민 것 같은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때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 내 몸뚱이라도 이해가 안 되는 때가 많다.
청소를 마치고 날씨가 너무 찐득거려서 아무 일에도 집중을 못 할 것 같아 여유롭게 쉬었다. 샤워를 하고 때를 밀어도 몸이 금방 찐득거렸다. 내 체질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찐득이로 변한건가? 세상에 믿지 못할 일이 너무 많아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저녁에 선선해지면 마트에 가려고 했지만, 햇빛이 나기 시작해서 빨래가 다 마르지 않아 나갈 수가 없었다. 담요나 매트를 잘 말리는 것이 중요해서 마트에 가는 것은 내일로 미루기로 했다. 저녁으로 여주를 볶고 소면을 삶아서 먹었다. 마지막으로 한 다발 남았던 소면을 먹었다. 이제는 소면도 다 떨어졌다. 내일 먹을 것은 밥 밖에 없다. 밥을 먹으려면 오늘 밤에 현미를 씻어서 불려야 한다. 빵도 거진 다 먹고, 소면도 떨어졌고 달걀도 하나밖에 안 남았다. 내일은 영락없이 밥을 먹고 마트에도 다녀와야 한다. 수박은 아직 많이 있다. 수박 만세를 외친 다음에 안돼 이런 말을 하면 안 되지만, 아무리 수박이 있어도 수박이 밥이나, 빵, 소면처럼 주식이 되진 않는다. 올여름 수박이 고팠던 것은 채워졌다. 수박 고지를 넘으면 또 다른 세상이 보인다고 할까, 어쨌든 매일 먹고살아야 한다.
이번 주는 밖에 나가지도 않고 집에서 하는 일에 집중하고 싶었다. 그러나 집에서 하려던 일도 진전이 안돼 불쾌지수가 높은 날씨처럼 정말로 답답한 일주일이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렇게 이상한 것은 경험한 적이 없다. 그래도 일요일은 일요일이었다. 청소를 했으니까. 다음 주에는 다음 주 일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 주 일은 이번 주가 끝나는 오늘 밤에 끝장을 봐야 한다.
사진은 지난 주 도서관에 갔더니 캠퍼스에 생뚱맞게 페라리가 주차되어 있었다. 정말로 주위와 어울리지 않게 생뚱맞아서 사진을 찍었다. 연못에 비단잉어도 찍었다. 잠자리도 사진에 찍히고 싶었는지 옆에 와서 살짝 앉았다. 윗단 연못에는 큰 비단잉어가 아랫단 연못에는 작은 비단잉어가 헤엄치고 있다. 비단잉어는 원래 자리를 그렇게 잡은 건지, 아니면 작은 비단잉어가 윗단 연못 물이 넘칠 때 아랫단 연못으로 넘어간 것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