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
2014/09/10 달맞이
오늘 동경은 아침에 흐렸다가 낮에는 볕이 나서 더웠다. 저녁에는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그것도 폭우처럼 쏟아졌다 밤이 되어서는 언제 비가 왔냐는 듯이 개었다. 정신없이 바쁜 날씨였다.
오늘 개강을 했다. 어중간하게 이번 주, 수요일 첫 교시에 수업이 있고 다음 주는 쉰다. 본격적인 개강은 23일인 데, 23일도 추분으로 원래는 쉬는 날이다. 그러나 수업이 있다. 요새 일본 대학들이 이렇다. 보통은 오늘 휴강하고 본격적인 개강부터 수업을 하는 데, 수업을 했다. 첫수업이라, 강의를 안 하는 데, 첫교시에 맞춰서 학생들이 온 걸 생각하니 미안해서 수업을 했다. 다음 시간 것까지 진도를 나갔다.
학생들은 아직 여름방학 기분에, 첫교시라고 간 보러 온 학생도 있었는 데, 빡세게 나가서 좀 당황했을 거다. 나도 목소리가 나올지 불안했다. 어젯밤 잠도 잘 못 잤다.
그래도 한 시간 떠들었다고 피곤했다. 강의를 마치고 다음 강의도 준비해놓고 도서관에 들렀다. 책을 반납하고, 새로 빌리고 일찌감치 집으로 돌아왔다. 오가닉숍에 가서 주문했던 천연효모 빵을 받으러 갔다. 나갈 때는 비가 오지 않았다. 가게에서 나올 때도 비가 그다지 세게 오지 않아서 우산도 없었지만, 그냥 걷기 시작했다. 세상에 비가 갑자기 폭우로 변했다. 빵은 비닐에 싸서 젖지 않지만, 내몸이 완전 다 젖고 말았다. 집에 창문을 닫고 나가서 다행이었다.
어제는 대체로 맑은 날씨였다. 날씨가 맑으면 더워지는지라, 아침에 일을 마치려고 나갔다. 우선은 감자를 보내준 후배에게 고맙다는 엽서를 부쳤다. 감자가 아주 귀엽게 생겼다고, 식용이 아니라 관상용이 아니냐고, 귀여워서 곰보 같은 것도 보조개로 보인다는 내용이다. 요즘 손으로 글을 쓸 일이 없어서 오랜만에 글을 쓰니 글씨가 엉망이다... 은행에 가서 세금을 내고, 쇼핑을 갔다. 커피가 다 떨어져서 많이 샀다. 사과도 햇사과가 나와서 좀 사서 친구에게도 주려고, 우유와 아보카도도 좀 사서 집에 왔다. 오전이지만, 볕이 뜨거워진다. 친구에게 줄 사과는 빨강색과 파란색을 하나씩 작은 가방에 넣었다.
친구네 집에는 손님이 왔다고, 손님을 보내고 달을 같이 보러 가기로 했다. 나는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5시쯤에 밖에 나갔다. 서쪽에는 아직 해가 지지 않았다. 지는 해가 아파트 창문에 반사해서 해가 몇 개나 보인다. 지는 해도 오렌지색으로 밝고 좋았다. 달이 뜨는 쪽은 아무리 보아도 바다처럼 달이 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혼자서 한시간 이상을 걷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달이 멀리 보인다. 오렌지색으로 아주 크게 보인다. 달을 좀 보고 집에 돌아왔다. 그동안 친구가 문자를 보냈다. 저녁을 먹었냐고, 집에 와서 저녁을 먹으라고… 휴대폰을 안 가지고 다니니 그 걸 몰랐다. 사과와 죽을 가지고 친구네 집으로 갔다.
친구는 먼저 먹었다고… 그냥 반찬을 좀 집어먹고 수다를 떨다가, 둘이서 달을 보러 다시 나왔다. 달은 중천에 떠있어서 금방 달이 떴을 때와는 많이 달랐다.
오늘 밤도 혹시나 밝은 달이 보일까 했는 데, 아까 비가 올때 달도 떠내려갔을 것 같아 포기했다. 근데, 지금 베란다에 나갔더니 멀리서 어렴풋이 달이 보인다. 어렴풋이라도 반가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