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늦더위
2016/09/06 무서운 늦더위
오늘 동경은 최고기온이 34도까지 올라간 무시무시하게 더운 날씨였다.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논문에 집중하려고 컴퓨터를 켰다. 논문에 들어가기 전에 습관처럼 일기예보를 확인했다. 최고기온이 34도라고 나왔다. OMG, 세상에 믿을 수가 없어. 이건 집에 있어도 논문에 집중할 수 있는 기온이 아니다. 도서관으로 도망가야 해. 도서관에 갈 짐을 챙기고 집을 나섰다. 바깥이 훨씬 선선한 날씨였다. 기온은 높아도 습도가 낮은 날씨인 것이다. 우체국에 가는 길에 친구를 만났다. 서서 수다를 떨다가 우체국에 갔다. 세금을 내고 나오는 길에 옆에 있는 도시락 가게에 들렀다. 도시락 가게 한편에는 기부받은 물건들을 놓고 판다. 거기서 가끔 쓸 만한 물건을 건질 때가 있다.
오늘은 쓸만한 것도 조금 있었지만, 거기를 운영하는 아주머니와 말을 좀 했다. 도시락을 만드는 공간과 옆에 도시락을 먹거나 차를 마시는 공간이 있는데, 확장 공사를 했다. 그곳을 좀 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기를 바라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는 걸 말했다. 혹시 내가 필요하면 말하라고, 도울 수 있는 건 돕겠다고 했다. 나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단골이라서 알기는 안다. 거기서 물건을 사면 유니세프에 기부하므로 나도 기부하는 마음으로 물건을 사고, 내가 쓰지 않는 물건을 가져가서 기부하기도 한다.
강을 지나면서 봤더니, 멀리 후지산이 선명히 보인다. 날씨가 엄청 맑다는 것이다. 캠퍼스에 도착해서 연못에 갔더니, 연꽃은 씨도 다 까맣게 시들었다. 연못에 비단잉어를 잠깐 관찰했다. 연못이 3단으로 되어 있는데, 봤더니 가장 윗단에 있는 비단잉어가 가장 크고 아래쪽으로 갈수록 비단잉어 크기가 작아진다. 비단잉어는 처음부터 크기별로 다른 연못에 사는건지, 비가 와서 물이 넘쳐서 작은 것이 아랫동네로 흘러내린 건지 궁금하다. 어디에 확인을 해야 하나?
도서관까지 걸어가니, 더위가 예사롭지 않다. 도서관으로 도망가길 천만다행이었다. 입구에 있는 신문을 읽고 있더니 아는 직원들이 인사를 한다. 점심을 먹으러 나간단다. 나는 신문을 읽고 항상 앉는 4층 지정석에 가서 앉았다. 새로 온 책을 봤지만, 수확이 적었다. 오늘 본 책 중에 1920년대 브라질로 이민한 일본 사람이 찍은 사진집이 인상적이었다. 가난해도 행복한 가족사진이었다. 가난해도 행복한 시대가 있었다. 지금도 가난해도 행복한 나라가 있긴 있다. 가난해도 행복할 수 있는 것이 좋고, 가난해도 행복한 나라가 훨씬 좋은 나라다. 책을 간단히 몇 권 읽고 논문을 손보고 4시가 넘어서 도서관을 나섰다.
도서관을 나와서 오늘 더위가 어마무시했다는 걸 알았다. 보통 4시가 넘으면 더위가 한풀 꺾여서 산속에 있는 캠퍼스는 선선하다. 근데, 전혀 선선하지가 않았다. 캠퍼스가 지면이 벽돌이라 달구어진 오븐 같았다. 돌아오는 길에 야채 무인판매에 들러 고추를 한 봉지 사고 외상값도 갚았다. 집에 도착했더니 5시다. 시간적으로는 충분히 마트에 갈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너무 더워서 쓰러질 것 같았다. 도저히 마트에 갈 자신이 없다. 그냥 집에 있는 걸 먹기로 하고 샤워하고 입었던 옷을 손빨래했다. 오늘 더위가 얼마나 더웠는지 샤워를 하고 난 직후에도 땀이 뿜어져 나온다. 더위의 공격은 솔직히 공포스럽다. 더운 날이라, 찬물을 자주 마셨다. 시원한 곳에 있고 물을 자주 마시는 것 외에 대응할 수가 없으니 더 무섭다. 나중에 쓰러져서 더위의 무서움을 알게 된다. 오늘 더위는 쓰러질 정도였다. 무섭다. 9월에 이런 더위라니 믿을 수가 없다. 오늘 더위는 낮에도 더웠지만, 밤에도 25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 9시 가까운데도 29도다. 늦더위가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