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라고 1
2016/09/16 추석이라고 1
오늘 동경은 아침부터 잔뜩 흐린 날씨다. 날씨가 너무 흐려서 창밖이 어둡다. 어제 먼 길을 다녀와서 피곤한 탓에 아침은 천천히 시작했다. 어제도 제대로 먹지 못했지만, 오늘 아침도 달걀 후라이와 사과를 먹었다. 점심에 어제 남기고 간 밥을 따뜻한 물에 말아서 깻잎절임과 같이 먹었다. 깻잎은 어제 갔던 곳에서 많이 따왔다. 어제는 많이 딴 것 같았지만, 절임을 만드니 양이 줄었다. 그래도 깻잎이 어디냐, 당분간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깻잎을 먹을 것이다.
어제 쓰던 걸 쓰기로 하겠다. 어제는 치바 가나야에 다녀왔다. 지난 주에 갈 예정이었는데, 논문이 늦어져서 이번 주가 되고 말았다. 추석날이라, 아는 사람네 집에서 추석을 지내는 줄 알았더니, 추석을 지내지 않는단다. 추석을 지낸다면 친척들이 와있을 것이라, 번거롭게 할 것 같아 다른 날에 가려고 했다. 전날에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에게 줄 선물을 사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인사를 할 필요가 있으면 돈으로 하려고 돈도 봉투에 넣어서 준비했다. 결국은 쓰지 않았다. 집에 있는 걸로 선물을 챙겼다.
어제 동경은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습도가 아주 높은 날씨였다. 짐이 있어서 우산을 쓰려고 해도 거추장스럽다. 역에 도착하는 것이 늦어서 예정했던 전철을 못 타고 다른 전철을 탔다. 돌아가게 생긴 것이다. 하시모토에서 환승해서 요코하마까지 갔다. 요코하마에서 게큐선으로 구리하마에 갈 예정이었던 것이다. 요코하마에 도착해서 전철을 갈아타려고 했더니, 내가 가는 근방에서 사망사고가 나서 전철이 운행을 정지했다. 또 돌아가야 하게 생겼다. 시간에 여유를 두고 왔지만, 가기가 쉽지 않다. 구리하마에 도착했더니 시간이 촉박하다. 페리시간에 맞춰 구리하마항으로 가는 것이 급하다. 원래는 버스를 탈 예정이었는데, 택시를 잡았다. 원래는 기본요금으로 가는 곳인데, 택시 운전사가 꼼수를 써서 택시요금 1,000엔을 채운다. 지난 번에도 그래서 아주 불쾌했다. 여자가 혼자서 택시를 타면 운전사들이 은근한 횡포로 택시를 타는 것이 두렵다. 은근한 횡포를 당한 불쾌감은 강렬하게 오래 남는다. 학교에 갈 때는 학생들과 같이 타서 횡포를 모면하기도 한다. 이런 횡포를 당하는 것이 오래 살아온 일본이라는 것도 마음을 복잡하게 한다.
페리 터미널에서 배표를 사려고 자동판매기에 돈을 넣었더니 자꾸 돈을 밀어낸다. 서두를 때는 자꾸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배를 타는 곳까지 가서 표를 못 사겠다고 했더니 창구에서 사란다. 짐을 맡기고 다시 내려가서 창구에서 왕복권을 샀다. 출발시간이 되어 허둥지둥 배에 탔다. 평일이라, 배에 탄 사람은 아주 적었다. 배에 타기까지 이런저런 일이 귀찮아서 배를 타지 않는 것이 좋았나 생각했다. 배를 타기까지 땀범벅이 되어 기진맥진한 것이다. 그런데, 배를 탔더니, 역시 배를 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경만 페리, 구리하마에서 가나야를 향하는 페리는 구리하마항을 천천히 출항했다. 가까운 거리라도 배를 타면 여행하는 기분이 난다. 출항을 하면서 보는 항구는 작거나 크거나 어딘가 떠나고 도착하는 분위기가 있다. 동경만은 아주 잔잔하다. 그리고, 동경만을 왕래하는 배가 아주 많다는 것도 어제 새삼스럽게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