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바 한적한 바닷가 제주도 해녀민박
2016/09/19 제주도 해녀민박
오늘 동경은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 비가 내렸다. 오늘 만이 아니라, 요새 매일같이 비가 오는 날이 계속되고 있다. 덩달아 태풍도 빈번하게 찾아와 내일 밤과 모레 아침에도 태풍이 상륙한다고 한다. 오늘은 연휴라 도서관에도 못 가고 집에서 보냈다. 집에서 바깥날씨를 보니 비가 오는 것이 아니라 안개가 낀 것처럼 몽롱하게 시야가 흐렸다. 정말로 비가 오는 날이 많아서 일주일에 하루정도 맑은 날씨다. 맑은 날에도 밤에는 비가 올 정도로 비가 끊이질 않아 집에서도 이상한 냄새가 날 지경이다. 보통 날씨에는 전혀 나지 않던 냄새가 습기가 많은 날씨가 계속되다 보니, 어딘가에 숨어있던 냄새가 나온다. 버섯과 이끼가 적당한 기온과 조건하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처럼 숨어있던 냄새가 정체를 드러낸다. 오래된 집에서는 사는 사람도 모르는 역사가 있어 그 일부가 냄새로 숨어있기도 한다.
치바에 다녀온 이야기를 써야지. 내가 갔던 곳에는 아주 작지만 제주도 해녀들이 모여 사는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겨우 몇 명이 있을 정도로 적다. 재일 제주도사람 1세 해녀는 나이가 들어서 거의 돌아가셨다. 현재, 1세 해녀가 물질을 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제주도 해녀가 사는 곳이라는 것은 바닷일을 하는 제주도사람들이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 전쟁이 끝난 후에 제주도사람과 결혼해서 이주한 해녀가 있고, 그 중에는 젊은 세대도 있다. 젊은 세대라고 해도 지금 40대가 된다. 젊은 세대, 해녀들이 삶은 제주도 전통적인 생활방식이 그대로 남아있다. 어렸을 때 제주도에서 나눴던 소박한 인정이 살아 있는 소중한 곳이기도 하다.
2년 전 봄에 놀러가서 며칠 신세를 지고 온 동생네도 젊은 세대가 이주한 제주도 해녀다. 제주도사람들이 아는 사이에는 친척처럼 지내기에 동생네라고 하지만, 같은 동네나, 친척은 아니다. 이 동생네는 2년 전에 갔을 때, 아주 경치가 좋은 곳에 회사에서 사원 요양소로 썼던 헌 건물이 선 토지를 헐값에 인수했다. 나도 같이 가서 건물과 장소도 봤다. 건물을 밀어내서 다시 짓던지, 아니면 대대적으로 수리를 해야 할 것이었다. 마침 내가 갔을 때, 은행에 대출을 신청했는데, 심사에서 떨어져 융자를 못 받는다는 걸 들었다. 주위에는 잘 아는 사람들이 같이 의논하면서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 일본처럼 차별이 극심한 곳에서 은행에서 대출받기가 힘들지만,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말을 하지 않았다. 심사결과가 나온 후에도 일본에 차별이 심해서 그렇다는 말도 못 했다. 건물을 고칠 재료를 살 돈도 없는 상태였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주위에 자신의 일처럼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옆 집에 사는 사람도 자기네 집에 남은 재료를 가지고 우선 건물 수리에 같이 들어가자고 했다. 나는 가까이에 살지도 않고 실질적으로 건물을 수리하는데, 아는 것이 없어 아무런 도움도 못 주지만,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있어 어떻게 해결할 것 같았다.
2년 만에 가서 근황을 물었더니, 건물을 깨끗히 수리해서 민박으로 손님을 받고 있단다. 집주인인 동생네는 바빠서 보지도 못하고 전화통화 밖에 못 했다. 민박집으로 영업하는 건물을 보러 갔다. 멀리서 봐도 예쁜 색으로 예쁘게 단장했다. 2년 전에 본 그 우중충하게 썩어가던 건물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정말로 몰라보게 달라졌다. 사진은 차로 가면서 찍어서 흔들렸지만, 멀리서도 예쁘게 눈에 띄는 색이다. 집안에는 들어가 볼 수 없었지만, 바깥과 주변을 정리한 것을 보면 집안도 잘 정돈이 되어 있을 것 같다. 주인도 없는 곳에서 잠시 머물면서 집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동생네가 열심히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간판도 자기네가 만들어서 설치했다고 한다. 예약을 하면 물질해서 잡은 해산물도 제공하는 모양이다.
마당에 있는 방울토마토를 몇 개 따먹고, 무성한 깻잎을 땄다. 나에게는 오랫만에 본 깻잎이라, 반가워서 어쩔 줄을 몰랐다.
동생네는 원래 해녀가 아니었다. 결혼해서 치바에 와서 살다가 시골이라, 할 것이 없어서 새로 배워서 해녀가 된 사람이다. 나이를 먹어서 해녀 일을 배워서 해녀가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동생네는 용감하고 씩씩하게도 물질을 배워서 해녀로 일하면서 생활을 일궈나간 것이다. 남편도 부지런한 사람이라, 어디서도 먹고 살 걱정은 없을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세상이 노력한다고 노력한 댓가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말이 쉽지 땅설고 물설은 외국, 그 것도 외국인차별이 극심한 일본에서 아무런 기반도 없이 맨손으로 생활을 일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이 주위사람들 도움을 받으며 주위에 인정을 베풀면서 사는 걸 보면, 기특하고 잘사는 부러운 삶이다.
동생네가 하는 민박에서 보이는 경치가 참 좋다. 조용하고 잔잔한 바다가 보인다. 이 경치는 숙소가 아니라, 마당에서 보이는 경치다. 제주도 해녀민박이지만, 제주도가 아니라 일본 치바에 있다. 그러나 제주도 해녀가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