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한 내각 수렁에 빠지다
아베 정권이 개각을 했다. 극우 '혐한' 내각이라고 한다. 일본회의와 관련한 극우 내각은 알겠다. 그런데 '혐한' 내각이라니, 완전히 미쳤나 보다. 정말로 어디까지 가려고 하는지? 더 수렁으로 깊게 빠지고 있다. 앞이 보이지 않고 끝도 보이지 않는다.
오늘 동경은 흐린 날씨였는데 낮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다. 지난주 한 과목 개강을 했고 이번 주에 다른 과목들이 개강한다. 여름방학 동안 집과 도서관을 오가며 지내다가 집에 틀어 박혀 일하고 있었다. 서울에 가고 싶었지만, 꼭 추석과 겹치고 하던 일이 끝나지 않아서 서울에 갔다 오면 일을 마칠 수가 없어서 그냥 일하기로 했다. 다행히도 월요일 밤까지 일을 마치고 화요일부터 강의를 시작했다.
여름방학 동안 밖에 나가도 야채 무인판매나 마트에 갈 정도였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일본, 동경이 너무 무서워서 내가 한국사람인 줄 알면 뭔 일을 당할지도 모를 정도로 무시무시한 분위기다. 지난 월요일에 머리를 잘랐는데 머리를 자르러 가는 것도 무서웠다. 내가 한국사람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해코지를 당하면 어쩌나, 불안했다. 다행히도 지난번에 내 머리를 잘랐던 딸이 한국을 좋아한다는 사람이 담당이라, 무사히 머리를 잘랐다.
지난주 수요일에 시작한 수업에서 처음에 말을 했다. 내가 일본, 대학에서 20년 넘게, 25년 가까이 강의를 해왔는데 이번 학기처럼 앞이 캄캄했던 적이 없다. 솔직히 무섭고 두려운 상태에서 시작한다고 했다. 이번 주에 개강한 과목이 한국 관련이라서 가장 걱정이 많았다. 뚜껑을 열어 보니 수강생이 지금까지 딱 절반으로 줄었다. 학생들이 쓴 것을 보니 어중간한 학생들이 없고 한국문화에 관심이 있고 한국을 좋아한다고 한다. 지금 일본 사회가 너무 이상한 상태라고 정부가 '혐한' 내각으로 개각을 했다는 상황에서 한국 관련 과목을 강의하는 것도 힘들지만 이수하는 학생도 힘들 것이다. 작년 가을학기에는 BTS가 공격을 받아서 BTS팬인 학생들이 울고 아프고 상처 받고 난리가 났다. 작년 가을이 최악이라고 생각했더니 올 봄학기 학기말에 전쟁이 터졌다. 지금까지 강의를 해온 결과 올 봄학기 리포트가 가장 나빴다고 학생들은 사회의 영향을 그대로 받는다. 지금 일본이 그런 상황인 것을 인식해라. 학생들에게 어중간한 마음으로 수강을 하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다음 주 목요일에 개강하는 과목이 둘에 이번 주 금요일에 개강하는 수강생이 100 명이 넘는 과목이 고비가 될 것 같다. 한국 관련 과목은 학생들이 마음을 정해서 온 것 같다. 사실, 한국과 관계가 나빠지면 한국 관련 과목 수강생에 바로 영향이 나온다. 2013년 '혐한'이 활활 불타고 있을 때, 전년까지 가장 인기 있어서 수강생 제한으로 수강하는데 3년을 기다려야 했던 과목 수강생이 10분 1로 줄었다. 개인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던 사람들도 수강생이 같은 비율로 줄었다는 말을 들었다. 한국에 가는 여행을 자제하는 것은 물론이다. 한국에서는 지금에서야, 일본에 여행을 자제하고 불매운동을 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오래 전에 운동을 한다는 말도 없이 공기로 전염되는 것처럼 일제히 '혐한'으로 돌아섰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자기네가 하는 걸 모른다. 다 같이 느끼고 행동하기 때문에 아주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긴다. 한국에서는 일본의 한국 여행 자제에 큰 영향을 받았지만 견뎌냈다.
가을 학기가 개강해서 학생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한국관련 과목에 오는 학생들은 마음을 정해서 왔고 한국에 다니는 아이들도 있어서 분위기가 다르다. 다른 과목을 듣는 학생을 보면 학생들이 피곤하고 힘이 없다. 더욱더 위축된 것 같아 마음이 복잡하다. 학생들 분위기는 바로 일본 사회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이다.
치바에 태풍피해가 엄청났고 피해가 복구되지 않는 것이 그다지 보도되지 않아 잘 모르고 있었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자연재해에 대해 복구에 힘쓰고 있다는 포즈를 잘 연출해서 국민을 안심시켜왔다. 실제 현지 이재민이 느끼는 것과는 달라도 매스컴의 보도를 많이 해서 사람들이 걱정하고 복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 그러면, 이재민이 고립되지 않게 된다. 이번은 피해에 대한 보도도 그렇거니와 피해 복구에 대해서도 이해가 안 되게 어떻게 되는지 모를 정도다. '혐한' 내각을 아베 정권에서 정했고 일본 국민이 납득하는 것이라면 좋다. 그런데, 치바 태풍 피해에 대한 보도는 하지 않아도 '혐한' 방송은 하고 조국 법무장관 인사 청문회까지 생중계했다고 한다. 이야, 일본의 행태가 기가 막히다. '혐한' 방송 하루 이틀 미뤄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조국 인사 청문회를 생중계할 필요가 어디에 있었을까? 조국 법무장관은 일본에서 아주 잘 알려진 인물이 되고 말았지만, 한국의 장관 인사 청문회를 일본 국민이 알아야 할 일인가? 지금까지 일본에 30년 이상 살았지만 다른 나라 정치가 청문회에 관심을 가진 다는 것 자체가 들은 적도 없고, 인사 청문회를 생중계 하다니 전대미문이다. 모든 것이 '한국 때리기'를 위한 과정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너무 이상하다.
일본 국민들이 긴급히 알아야 될 일은 태풍피해이며, 복구 상황이다. 이재민을 위해서 지원할 수 있는 걸 동원하는 것이 더욱 급하다. 태풍 피해를 입어 힘든 상황에 있는 지역과 사람들을 내팽개치고 '혐한' 방송이나, 한국 법무장관 인사 청문회나 생중계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일본 정부나 매스컴도 완전히 미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일본 정부나 매스컴에서도 태풍 피해를 입은 지역이나 이재민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포즈 조차도 그만두고 '혐한'과 '한국 때리기'에 올인하고 있다. 정말로 일본이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다. 학생들도 자세히는 몰라도 그런 분위기에 영향을 받아서 아이들이 기가 죽었다. 학생들도 기가 막힌 심정으로 시야가 어두운 일본 사회를 느끼고 있다.
일본 정부나 매스컴이 하는 행태에 아주 욕이 나온다. 같은 사회에 살면서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태풍피해를 입은 지역과 이재민을 내팽개치고 있다는 것은 다른 국민을 내팽개친다는 의미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을 내팽개친 것이다. 자신들 정부에 버림받은 아이들이 기가 죽지 살겠나? 멀쩡한아이들을 쭈구리로 만들고 있다. 할 말이 없다.
아베 정권의 궁극적인 목표는 '개헌'이다. 그런데 '개헌'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혐한'과 '한국 때리기'가 없으면 안된다. '한국 때리기'와 '혐한'을 해야 아베 정권 지지율이 유지되어 '개헌'을 할 수 있는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태풍 피해는 긴급히 복구하고 이재민을 지원해주는 것이 먼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주위사람들이 나처럼 태풍 피해 지역이나 이재민에게 관심이 별로 없다. 나로서는 이해가 안 되는데, 참으로 기가 막힌 사람들에, 기가 막힌 매스컴과 정부다. 일본이 완전 '혐한'의 수렁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