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쿠노 제주도 할머니에게 빠진 일본 사람들, 아름다운 사람들
2010/09/27 이쿠노 제주도 할머니에게 빠진 일본 사람들, 아름다운 사람들
“이쿠노 어머니학교”를 소개합니다.
이 학교는올해로 33년째를 맞이하는 오사카시 이쿠노쿠 세이와 샤카이칸에서 열리는 민간운영 식자 학교입니다.
스탭은 볼런티어로 구성되었으며 월요일과 목요일, 주2회 오후 7시 반부터 약 2시간정도 열립니다.
하는 일은가르치는 겁니다. 어릴 때 글을 배울기회가 없었던 일세 어머니들을 위한 학교였고, 어머니들이 주된 학생들이었답니다.
그 중에는 여기에서 야간중학교로 옮겨서 중학을 졸업, 고등학교를 마치어 대학에 진학하시는 경우도 드물게 있답니다. 이 학교는 졸업이 없기 때문에 오래오래 다니시는 분도 계시답니다. 몸이 아프거나 돌아가셔서 졸업하시는 분도 많았겠지요.
저도 92-3년에 볼런티어로 참가할 때 운 좋게(?)도 15주년에 걸려 감사장을 받았습니다. 그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감사장
ㅇ ㅇ ㅇ (받는 사람받는사람 이름)
선생님은 어머니학교에서 볼런티어 활동임에도 불구하고 친절함과 성심으로 문맹인 저희들을 격려하며 가르쳐주심으로 인하여 일상생활에 광명을 주셨습니다. 15주년을 맞이하여 그공적을 치하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1992년 7월 26일 세이와샤카이칸 내 어머니학교
어머니 일동
저에게 이 감사장은 뜻깊은 것이랍니다.
그동안 다른 상도 받았고 남들이 못받는 다는 박사학위도 받았지만, 상을 주는 사람들이 마음이 우러나는 상은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감사장에 쓰여있는 글귀가 판에 박힌 의례적인게 아니라 어머니들이 마음이 실려있었기 때문이었겠지요. 이글을 쓰기 위해서 오랫만에 찾아내어 펼쳐 봤답니다.
배운 걸로 치자면, 제가 배운게 훨씬 많지요.
거기서 만나는 어머니 한분 한분께 수업료를 내고 감사장을 드려야할 처지인데 거꾸로 제가 감사장을 받았답니다. 저는 단지 일본 글자를 조금 가르쳤다는것 밖에 없답니다.
지난 9월13일 밤에 오랜만에 어머니학교에 참가해서 떠들었답니다. 수업이 끝나고 나서 간단히 반성회(직원회의?)를 가지고, 본격적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그 동네에서 맛있다는 집, 제 옆에는 스탭 중에 오랫동안 볼런티어를 하시는 분이 앉았답니다.
한 분은 회사를 정년퇴직하셨답니다. 터줏대감 남자 분인데요, 자료를 보니까 1983년 2월10일부터 참가했다네요. 그러니까 몇년이 됩니까, 28년째가 되는군요. 아마 그분이 볼런티어로 참가하기 시작했을 때는 30대초반(추정 이였겠지요. 직장생활을 하면서 일을 마치고 일주일에 한두 번 볼런티어를 꾸준히 한다는 건 대단한 일이지요.
그동안에 95년에 고베대지진 때는 회사가 고베여서 어머니학교를 석 달 쉬었답니다. 2001년에는 부인이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그 힘든 고비도 스탭들과 어머니들이 도움으로 넘겼나 봅니다.
98년에는 4.3 사건사건 50주년 기념으로 어머니들 고향 제주도를 스탭 8명이 방문했답니다. 그 후에도 한국과 제주도를 여러차례 방문했나 봅니다.
제가 짐작하기에 이분이 어머니들에게 접한 건, 단지 글을 가르치기 위한게 아니라 어머니들을 이해하고, 어머니들에게서 배우며, 어머니들 삶에 동참하려고 한게 아닐까요? 볼런티어가 되기 전에 조선어를 배웠다니까, 어머니들에게 이쿠노사람들(재일 제주도사람들제주도 사람들) 에게 특별한 관심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오른편에 앉았던 여자분이 제일 오래 참가하는 분입니다.
제가 물어봤지요.
몇 년째냐고 했더니, 29년이랍니다.
그러니까 20대 때부터대때부터 참가했다는군요.
어머니학교가 자신에 인생 반이기도 하다고.
일주일에 한두 번을 30년 가까이 볼런티어 활동을 계속한다는 것, 그야말로 그분 말마따나 인생이시네요.
근데, 이분이 저에게 의견을 구하더라고요.
어머니학교에 나오던 학생 (일세 어머니)들이 점점 돌아가신다고, 어머니들이 살아오신 삶을 기록으로 남겨야 하는데, 자기가 회사를 (정년)퇴직한 다음 어머니들 삶을 기록하고 싶었는데 더 이상 기다릴수가 없다는 위기감을 느낀답니다. 회사를 일년 빨리 퇴직해서 그 작업에 들어가고 싶다고, 그렇치 않으면 후회할것 같다며 저에게 어떻게 생각하는냐고 묻더군요.
먹고살기 위해서 일을 해야 하지만, 경제적인 건, 그냥저냥 먹을 수 있으면 되는게 아닐까 고민 끝에 결정했답니다. 회사에는 내년으로 그만둔다고 했답니다. 그리고 90세인 자신의 어머니도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아두고 싶데요. 내년은 그런 해로 하고 싶다고 하네요.
저는 그냥, 참 잘하신다고, 제가 도울일이 있으면 말씀하시라고, 또 무책임하게 등을 떠밀었지요.
이분은 연극배우이기도 하다는데,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겉모습뿐만 아니라 삶이, 영혼이 아름다운 사람인것 같아요.
물론 이분만은 아니지만, 정말 아름답게 살아가는 분들이 있습니다.
남들에게 보여지거나 알려지지 않게.
그런데, 저는 그렇게 오랫동안 볼런티어를 하시는분들이 제주도 할머니들 매력에 빠진게 아닐까 생각한답니다.
아니면, 의무나 책임감, 사명감으로 그 긴세월을 같이 할 수 있을까요?
왜냐면, 어머니/할머니들이 보통 매력적인게 아니거든요,
저도 빠진 사람이라서 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