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생활

추석이라는…

huiya(kohui) 2019. 9. 30. 00:21

2015/09/27 추석이라는…

 

오늘 동경은 오전에 비가 왔다가 오후까지 흐렸다. 저녁이 되어 해가 났고, 달이 보이겠구나 싶었다. 오늘이 추석인 줄도 몰랐다. 어제나 오늘쯤이겠지 했다. 저녁에 뜬 달을 보고 알았다. 보름달, , 추석이었구나… 나에게 추석이나, 설날은 특별한 날이 아니라서 알기가 어렵다. 한국 신문을 보거나 그러면 알지만… 그냥, 적당히 이쯤이구나 싶다. 추석이나, 설날이라고 내 생활에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주 월요일 밤에 서울에서 돌아왔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피로가 쌓였다. 서울에서 돌아와 수요일부터 가을학기가 시작되었다. 첫번째 주는 수업 안내로 인사만 한다. 결코 바쁜 일정이 아니지만, 학교에 갔다오면 일찌감치 잠을 잤다. 서울에서 돌아온 후 집에서는 컴퓨터도 안 켜고 밥도 안 먹고 주로 잠을 잤다. 몸도 무겁고 왠지 배가 빵빵하게 불러있었다. 정말로 주체할 수 없이 배가 불러있었다. 가슴보다 배가 더 나와있었다. 어제까지 주체할 수 없이 부른 배를 보며 당황스러웠다. 아직 일을 하는 입장에… 예고 없이 이렇게 배가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다니… 기가 막혔다. 도대체 옷도 못 입을 것 같다. 신체적 노화라는 것은 이렇게 예고없이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건가? 분명히 내 몸뚱아리지만, 노화라는 것은 처음 경험하는 일이라, 알 수가 없다. 어제 아침에 오랜만에 요가를 하고 집안 청소를 깨끗이 했다. 유리창도 청소했고, 방도 두번씩 걸레질을 했다. 향도 피웠다. 근데, 침실은 괜찮았는 데, 다른 방에 곰팡이가 피어있었다. 지금까지 두 달씩 집을 비웠어도 방에 곰팡이가 피는 일은 없었는 데… 내가 동경에 없는 사이에 날씨가 엉망이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곰팡이라니…

오늘 아침에 일어났더니, 배가 쏙 들어갔다. 쏙 들어간 정도가 아니라, 등짝에 붙었다. 어제까지 빵빵하게 불렀던 배가 거짓말처럼 바람이 싹 빠졌다. 가스가 나온 것도 아닌 데… 인간의 몸뚱이, 아니 내 몸뚱이지만, 내 허락도 없이 제멋대로 부풀었다가 바람이 빠졌다가 한다. 어쨌든 바람이 빠져서 다행이다. 나는 빵빵하게 부른 배를 껴안고 살아가야 하는 줄 알았다니까…

낮에 일본 아줌마가 놀러 왔다. 차를 마실 공간을 만들려고 책상을 좀 정리했다. 원래는 봄학기가 끝났을 때 정리해서 가을학기를 맞아야 하는 데, 정리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정리해서 버릴 것은 쓰레기에 놓고, 아줌마와 수다를 떨다가 조금 산책했다. 내가 서울에 가져가려고 샀던 라면도 나눠드리고 아줌마가 좋아하는 낫토도 나눴다

아줌마가 가고 남은 밥에 김을 구워서 간장과 참기름에 찍어서 먹었다. 낫토도 같이 간단한 저녁을 먹고 날씨가 좋아져서 저녁노을과 달이 뜨는 걸 보려고 다시 산책을 나갔다. 구름이 많아서 저녁노을은 못 봤다. 햇빛이 보였지만, 하늘에는 구름이 가득하다. 달이 잘 보이는 길을 걸었다. 달이 보이지 않아 구름에 가려서 안 보이는 줄 알았다. 도중에 달이 보이기 시작했다. 길을 더 가서 달이 잘 보이는 곳에 가니 달이 보이질 않는다. 집에 와서 친구에게 문자를 했다. 보름달을 보라고… 이렇게 올해 추석이 지나간다. 일요일이 지나간다


사진은 추석과 상관이 없는 맨드라미다. 파주 블루박스 앞에 피어 있는 걸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