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목서와 연어
2018/09/28 금목서와 연어
오늘 동경은 맑은 날씨였다. 도대체 며칠만에 맑은 날씨가 되었는지 모를 정도로 요새 비가 많이 온다. 장마철 보다 비가 더 많이 온단다. 비도 오고 춥고 해서 기분도 우울하고 감기에 걸린 사람들이 많다. 콧물감기로 마스크를 하고 학생들이 콧구멍에 휴지를 쑤셔 넣고 콧물을 틀어 막고 있다. 수업중에 가끔 마스크를 벗고 휴지를 교환한다. 콧구멍 한 쪽만 막은 학생이 있나 하면 양 쪽 다 막은 학생도 있어서 좀 웃긴다. 본인들은 괴롭겠지만 보는 사람으로서는 웃기는 광경이다.
주말부터 다음 주 초까지 다시 태풍이 온다고 해서 긴장한 상태다. 끊임없는 자연재해에 사람들도 피로하고 사회 분위기도 어둡다. 일본은 은근히 자연재해가 많지만 근래에 들어서 자연재해 규모가 점점 더 커져서 피해도 커지고 있다. 자연재해를 입는 지역이 지방이나, 시골이면 거기에 사는 사람들이 복구를 해야 하니 부담이 크다. 시골이면 사람들이 적어서 피해를 입는 사람들도 나이가 많아서 더 힘들다. 그렇기에 직접적으로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아도 빈번하게 대형 자연재해가 계속되면 사회 분위기도 뒤숭숭 해진다.
지난주부터 금목서 향이 짙게 풍긴다. 전에는 금목서 향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계절의 변화를 먼저 알려주는 것 같아 반갑게 느껴진다. 동경에서 금목서는 아주 흔하게 주변에 많이 있는 식물이다. 평소에는 금목서가 있는 줄도 모르다가 계절이 와서 꽃이 피고 향기가 나면 그 때야 금목서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금목서 향은 익숙하기까지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다. 오늘 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금목서를 조금 꺾어 왔다. 책상에 꽂았는데 향이 별로 나지 않는다. 가까이 코를 대야 향을 맡을 수 있다. 길에서 금목서 향이 나는 것은 금목서 나무들이 줄지어 있기 때문에 짙게 느껴지는 것으로 향이 그다지 짙은 것은 아닌 모양이다.
요즘 먹거리를 살 때 북해도에서 온 것인지 살펴서 산다. 북해도에서 지진이 났던 관계로 가능하면 북해도산을 사서 소비한다. 피해 지역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몰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소비하는 것이다. 사실, 북해도산이 맛있다. 요새 내가 먹은 북해도산 먹거리는 감자를 비롯해서 옥수수, 꽁치, 연어등이다. 더 많은데 생각이 안 난다. 지금 가을 연어가 가장 맛있다. 어제도 뱃살 부분인 하라스를 많이 사다가 집에서 전을 부쳐 먹고 오늘 도시락으로 가져갔다..
이번 학기는 화요일과 금요일에 강의가 많아서 귀가 시간이 늦다. 오늘도 밤 8시가 넘어서 집에 왔다. 금요일에는 강의가 연달아 네 개나 있어서 떠드는 시간만 6시간이니 피곤하다. 집에 오면서 습관처럼 마트에 들러서 살 것을 보지만 너무 피곤하면 식욕도 떨어진다. 먹을 것이 있어도 살 의욕이 나질 않는다. 그래도 태풍이 온다니까, 먹을 것을 사야 할 것 같아서 들렀지만 결국 사지 않고 왔다. 내일이라도 가까운 농가와 야채 무인판매에 가고 다른 마트에 가 봐야지. 당장 먹을 것이 없는 게 아니니까, 그냥 왔다.
수요일 강의를 일찍 끝내고 도중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만주를 사귈래 나도 줄을 서서 샀다. 만주가 아주 작은 것들이 10개씩 포장해서 팔고 있었다. 나도 대충 몇 개 집었더니 금방 1000엔이 넘는다. 만주로 이 금액이 되는 것은 결코 싼 것은 아니다. 냉동했다가 오늘 학교에 가져가서 동료들과 나눠서 먹었다. 다른 것은 먹고 세 종류 만주를 한 사람당 각 1개씩, 3개로 나눠서 점심 디저트로 먹었다. 30개가 거진 없어졌다.
나는 자연스럽게 학기가 시작되거나 끝날 때 학교에 과자를 사 가서 동료들과 나눈다. 일부러 신경을 써서 대단한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나다가 좋은 게 있으면 사서 가져가는데 다른 사람들이 그러진 않는다. 그래도 학기가 시작되거나 끝날 때 기분으로 하는 것이다. 내가 하니까, 친한 동료가 기억했다가 과자를 사 오는 경우도 있기는 있다. 이런 소소한 것으로 아주 작은 배려를 하는 것이다. 하는 사람의 자기만족이다.
지난주와 이번 주에 먹은 것 중에서 맛있는 것은 과일, 포도와 북해도 연어를 꼽을 수 있다. 북해도 가을 연어가 계절이라고 해도 가격이 싸지 않았다. 그래도 제 철이라, 한 번은 풍성하게 먹어야 한다. 화요일에 가을 연어가 두 팩이 있어서 다 사고 말았다. 두 팩에 5인분이 들어 있었다. 집에 와서 구웠더니 연어에서 생선 비린내가 아닌 향기가 났다. 시중에 파는 연어는 자연산이 아니라, 양식이 대부분이 되고 말았다. 나는 주로 자연산을 산다. 북해도 가을 연어, 물론 자연산으로 싱싱한 것이다. 그래서 생선 비린내가 아닌 향기가 난 것이다. 나머지는 냉동해서 어제 하나를 구었더니 냄새가 달라졌다. 향기는 나지 않았지만, 생선 비린내가 나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 제 철에 싱싱한 생선에서는 그다지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는 걸 새삼스럽게 느꼈다. 마트에 파는 생선은 생물을 사는 일이 드물다. 가공한 반건조를 잘 사는 편이다. 이런 것도 가급적이면 국내산을 사야지 아니면 수입이다. 마트에서 파는 것 중에 수입 흰 살 생선이 좋은 것은 별로 없다. 질이 너무 떨어져서 냄새도 나고 먹으면 슬픈 생각이 든다. 그래서 수입산은 사면 안된다고 정했다. 국내산으로 가공이 잘 된 걸 가격이 쌀 때 많이 사서 냉동해서 먹는 것이 좋다.
일본에서 생선이 비싸지 않아도 결코 싼 것은 아니다. 고기에 비해서 생선이나 야채가 훨씬 비싸게 느껴진다. 고기를 먹으면 포만감이 많이 못 먹지만 생선이나 야채를 먹고 포만감을 느끼기는 어렵기 때문에 가성비로 따지면 비싼 것이 되고 만다. 과일은 더 비싸다. 그렇다고 비싼 것을 사는 게 아니니까, 적당히 계절이 되면 제 철에 나는 맛있는 걸 먹고 지내야 한다. 그런 걸 먹으면 행복감을 느껴진다. 가을에는 맛있는 먹거리가 풍요로운 계절이다. 고마운 일이다. 지난주와 이번 주 계절을 느끼게 한 것은 금목서와 연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