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생활

금목서와 꽁치구이

huiya(kohui) 2019. 10. 6. 23:03

2017/10/05 금목서와 꽁치구이

 

오늘 동경은 약간 쌀쌀하게 추운 날씨다. 바깥 날씨는 춥고 건물 안은 더워서 냉방을 켰다. 내일은 더욱 추워서 최고기온이 14도라는 겨울날씨가 된다고 한다. 아직 10월초인데 갑자기 겨울날씨라니 황당하다. 몸과 마음의 준비를 시간도 없다. 오늘도 바깥에서는 추워서 떨다가 건물 안에 들어가면 더워서 냉방을 켜야 하는 이상한 날씨였다. 내일은 겨울날씨라는데 실내는 어떨지 모르겠다. 세상이 어지러운데 날씨마저 아주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몸이 따라 가질 한다.

 

 

가을에 접어드는 신호로 금목서가 핀다. 지난 주, 금목서가 활짝 피어서 내가 사는 주변이 금목서 향기로 가득 찼다.. 그동안 몰랐는데 주변에는 금목서 나무가 많았다.  단지내에 나무들은 정리해서 많이 심은 모양이다. 단지 내에 있는 나무들은 아직 작고 꽃들이 많이 보이진 않지만 향기가 가득했다. 특히 향기가 짙어지는 날은 촉촉이 비가 오는 날이다. 향기가 습기가 있어서 높이 올라가지 않고 주위를 맴돈다. 금목서 나무가 크면 향기가 위에서부터 향기가 널리 퍼진다. 작은 나무에서는 향기가 밑에서 올라오면서 퍼진다.

 

금목서를 보면서 올해 봄에 갔던 중국이 생각났다. 메이데이님과 같이 갔던 관광지에서 금목서 향이 든 과자를 샀다. 소가죽인가 하는 이름으로 흰색과 검은색 깨가 뿌려진 것으로 두 종류였다. 나는 흰색이 더 좋았다. 나에게 금목서의 향기는 봄과 가을이 시작되는 소식이었다. 처음에 금목서 향기를 알게 된 것은 화장실에 놓였던 방향제였다. 썩 호감이 간 것은 아니었다. 금목서는 항상 주변에 있었지만, 정작 향기를 의식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다. 금목서 향기를 봄과 가을이 오는 걸 알려준다고 했지만 봄에 본 꽃은 다른 것 같다. 가을에 보는 것이 진짜 금목서인 걸 알았다.

 

금목서가 피기 시작하면 향기가 나지만, 정작 핀 꽃을 보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은 것 같다. 금목서 향기가 나기 시작해서 꽃이 질 때까지는 어느 정도 기간이 있다. 금목서 향이 나기 시작할 때는 꽃이 보이지 않는다. 그냥 향기가 주변을 맴돌 뿐이다. 꽃이 핀 것은 보는 나무는 어느 정도 자란 것들이다. 아무래도 걸으면서 나무를 보기 때문에 너무 작으면 나무나 꽃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금목서 꽃을 자세히 본 적도 없었다. 이번에 지나면서 자세히 봤더니 작지만 나름 확실한 개성을 가진 색감과 모양을 하고 있었다. 꽃이 질 때는 와르르 한꺼번에 지는 모양으로 나무 밑에는 오렌지색 꽃이 수북이 떨어져 있었다. 꽃이 피었을 때 짙은 녹색 잎사귀와 오렌지색의 콘트라스트가 예뻤다. 꽃이 져서 땅에 떨어졌을 때도 흙의 색과 선명한 오렌지색의 콘트라스트가 예뻤다. 땅에 떨어진 오렌지색 꽃이 밝은 빛을 발하고 있었다. 향기처럼 꽃이 진 다음에도 색감으로 여운을 남겼다. 비가 오는 날 젖은 땅에 떨어져서 빛을 발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금목서 향기는 여름이 끝나면서 가을에 들어가는 길목에 따가운 햇살과 함께 전해진다. 아침저녁에는 선선하지만 낮의 햇살을 뜨거움이 강하게 남아있다. 향기도 달콤하면서도 텁텁하지만 뜨겁고 강한 햇살이 더해져서 달달한 향기에 약간 환각적인 느낌이 있다. 금목서 향기는 더운 여름이 가고 맛있는 먹거리가 풍성한 가을이 온다는 소식이다.

 

가을에 맛있어지는 것은 꽁치다. 일본에서는 가을에 꽁치가 서민적으로 저렴하면서도 맛있다고 치는 계절 생선이다. 꽁치에 기름이 올라서 맛있어 지는 것이다. 나도 계절이 되면 적어도 한 번은 꽁치를 사다 먹는다. 꽁치를 살 때는 한꺼번에 세 마리 정도 사서 질리도록 많이 먹는다. 한 번에 많이 먹어야 실컷 먹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꽁치를 집에서 구우면 냄새가 나고 집에 냄새가 밴다. 그렇기 때문에 꽁치를 먹는 날은 맑은 날이 좋다. 비 오는 날에는 냄새가 한층 더 배어서 집 전체가 비린내로 넘치는 것 같다. 생선을 먹고 나면 냄새는 잊고 싶다. 꽁치가 먹고 싶지만 비린내는 싫은 것이다. 그런데 새로 리뉴얼 오픈한 마트에서 구운 꽁치를 두 마리씩 팔고 있었다. 꽁치가 금방 구워서 그런지 아직 따뜻했다. 기회는 이 때다 싶어서 얼른 꽁치를 사다가 먹었다. 이렇게 좋은 타이밍에 꽁치구이를 살 수 있다면 다시 꽁치구이를 사다 먹을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독자에게는 금목서 향기와 꽁치구이의 비린내가 섞여서 미안하다. 내가 먹은 꽁치구이는 꽁치가 신선해서 그다지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금목서의 향기와 꽁치구이는 가을을 알려주는 후각과 미각이기도 하다. 둘 다 그렇게 각별하거나 특별하지 않아서 좋다.

 

 

금목서 사진과 메이데이님과 같이 갔던 소주의 거리 이름이 있는 책이다. 꽁치구이는 사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