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12 미친 날씨
오늘 동경은 아주 더운 날씨였다. 요새 날씨가 아침 저녁은 쌀쌀하고 낮에는 기온이 확 오른다. 단지 문제는 일교차가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오늘은 최고기온이 무려 30도였다. 아침에는 쌀쌀한 날씨에서 햇빛이 나면서 기온이 급격히 올라가기 시작해서 안개가 낀 것처럼 자욱하다. 요새 날씨 문제는 기온뿐이 아니라, 습도가 높다는 것이다. 마치 장마철 날씨처럼 높은 습도에 고온이라서 아주 피로해지기 쉽다. 변화무쌍한 날씨는 계절을 뛰어 넘는다. 오늘은 더운 여름날씨였다가 다음날은 겨울날씨가 된다는 것이다. 내일은 최고기온이 15도란다. 겨울이다. 날씨가 널뛰기를 해도 너무 크게 계절을 무시하면서 왔다갔다한다.
날씨에 지치는 것은 나이를 먹은 나만이 아니다. 오늘은 2교시와 3교시에 강의가 있었다. 2교시는 학생이 적고 날씨도 본격적으로 덥기 전이라, 교실은 그다지 덥지 않았다. 창문을 열고 수업을 했다. 그럭저럭 견딜만했다. 문제는 오후가 되어서다. 교실에 학생이 가득한데 학생들이 땀을 흘리면서 축 늘어져 있다. 교실이 더울 것 같아 선선해지라고 2교시가 끝나면서 창문을 닫고 냉방을 켜놨다. 2교시가 끝날 무렵에는 3교시 학생들이 와서 기다리고 있다. 점심시간이 지나서 교실에 와보니 학생들이 찜질방 더위에서 목을 길게 빼고 눈이 빠져라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큰일났다. 학생들이 덥다고 난리다. 에어컨을 켰는데 찬바람이 나오지 않아 냉방이 아니라, 난방이 된 느낌이다. 최고기온이 30도나 되는 날에 볕바른 교실에 학생들이 밀집해서 앉았다. 창문과 교실문도 열고 바람이 통하게 해 놓고 수업을 했다. 학생들은 늘어져서 잠을 잤다. 학생들이 쓰러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내 주변, 앞자리에는 학생들이 앉지 않았고 문을 열어놔서 바람이 통했다. 집중해서 수업을 마쳤더니 마지막에는 내가 쓰러질 것 같았다. 학교에서는 10월이 되었다고 냉방을 끈 모양이다. 10월에 최고기온이 30도나 되는 미친 날씨에 죽어나는 것은 학생들이다. 기온도 기온이지만 습도가 80%가 넘는 날씨라서 냉방이 꼭 필요하다.
이번 주 화요일에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불안과 위기감에 학생들을 모아서 '긴급 임시 강좌'를' 열었다. '[2017 한반도 위기]와 한국/일본의 정치상황- 코앞에 닥친 [판단할 때]에 참고하기 위해서'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강좌는 긴급하게 전 학장과 지리, 동아시아 연구, 내가 담당하는 과목이 같이 조인트를 한 것이었다. 학생이 몇 백 명 모였다. 지난날 내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이 몸을 앞으로 내민 상태로 초집중 모드로 듣는다. 사전에 미팅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강좌가 시작되었다. 전 학장이 이번 강좌를 기획하면서 취지문을 썼다. 그 내용이 너무 재미있다. 글을 쓰는 사람이 분노가 폭발했고 인내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학생들에게 안내할 때 전 학장이 폭발할 것이라고 했다. 취지문을 보니까, 전 학장은 이미 이상한 상태였으니까. 전 학장이 작심을 한 듯 아베 정권 비판으로 시작한다. 이대로 보수세력이 집권해서 '평화헌법'을 개정해도 되겠냐고 묻는다. 일본을 둘러싼 주변국의 정치상황에 대해서, 특히 북한의 동향에 관한 것을 중심으로 말을 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특정한 당을 지칭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서 학생들에게 잘 생각해서 꼭 투표를 하라고 하는 걸로 마무리 지었다. 그런 세미나에서 네 명의 선생이 무대에 섰지만, 주로 내가 학생들을 자극하는 역할로 주연인 셈이다. 관심이 있는 다른 선생도 와서 듣고 있었다. 학생들 반응이 직접적으로 전해오지 않았지만, 뜨거운 무대였다. 그날도 습도가 높은 무더운 날씨였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신유리에서 내려 친구를 잠깐 만나서 저녁을 간단히 먹고 작은 선물을 건넸다. 내년도 새로 시작할 강의에 대해서 의견교환을 했다. 친구가 감기에 걸린 상태고 나도 열띤 강의를 하고 난 후 피곤한 상태여서 미팅도 제대로 못 했다. 새로 시작할 강의에 대해서는 내용을 생각하는 중이다. 어떻게 하면 좋은 강의가 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수요일 오후 강의는 교실이 변경되어 무대에서 한다. 그야말로 교탁도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무대에서 강의를 한다는 것은 일인극을 하는 느낌이다. 어쨌든 90분간 학생들 시선을 붙들고 있어야 한다. 무대장치도 효과음도 없는 강의로만 채우는 것이다. 내가 팔자에도 없는 일인극 전문 연극배우가 될지 몰랐다. 어쨌든 학생들이 재밌다고 하는 것 같아 다행이다.
이번 주에서 다음 주까지는 기회가 있으면 중의원 선거에 가서 투표하라고 학생들에게 주의를 환기시킬 생각이다. 학생들이 정치에 관심이 별로 없는 것 같지만, 어딘가 신경이 쓰이는 눈치다. 정치 상황에 주목해서 고민하고 있는 여학생이 꽤 있다. 물론, 남학생도 있다. 여학생들은 아무래도 고이케 유리코가 나온 걸 주목하고 있다. 관심을 갖고 지켜봤으면 좋겠다. 중의원 선거까지 학생들에게 정치적인 상황에 관심을 가지라고, 정치참여를 하라고 할 것이다.
지난 주말에도 추웠는데 이번 주말에도 춥다고 한다. 주중에는 여름이었다가 주말에는 겨울이 된다. 아무래도 날씨가 미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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