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30 최악의 수업 분위기
오늘 동경은 맑고 따뜻한 날씨였다. 아침에는 역까지 부지런히 갔더니 땀이 날 정도였다. 오늘은 4교시까지 강의가 있는 날이었다. 4교시가 지역 연구로 호주에 관한 것이다. 가을학기가 시작된 이후 문제가 있는 수업이 둘이다. 하나는 자리가 잡혀갔지만, 호주에 관한 수업은 학생들 수업태도가 너무 불량하다. 지난주는 갑자기 출석하는 학생이 20명 이상 늘었다. 가을학기가 시작된 후 강의에 결석하던 학생들이 갑자기 나온 것이다. 학생들이 나온 것이 전혀 반갑지도 않지만, 수업태도가 불량한 학생들 분위기에 다른 학생들도 휩쓸려간다.
수업이 끝나서 제출하는 감상문 레벨도 초등학교 저학년 레벨로 내려갔다. 이건 완전히 나를 얕보고 있는 행동이다. 학생들 문제로 학부장에게 보고하고 상담하러 가고 싶었다. 지난주에 커피를 마시자고 했는 데, 내가 시간이 안 맞았다. 이번 주는 찾으니까, 학부장이 안 보인다. 이대로 가면 강의도 힘들지만, 학기말이 되어 단위를 못 받는 학생들이 우르르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강의를 하는 입장과 강의를 듣는 학생에게도 전혀 좋을 것이 없는 수업이 될 것 같아 고민이 많았다.
작년에 다른 과목을 들었던 학생들도 많이 왔지만, 수업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흐리는 학생들은 다른 곳에서 왔다. 작년 신입생들 수업 분위기가 최악으로 선생들이 고생했다. 나도 이상한 일에 휩싸여 곤혹을 치렀다. 그런데, 그 학생들보다 더 형편이 없는 학생들이 와서 깽판을 치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런 학생들은 수업을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이다. 예를 들어 ‘내셔널리즘’이라는 말을 해도 그 뜻을 모른다. 단순한 단어의 뜻도 모르니 수업내용을 이해할 수가 없다. 자신들이 수업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별로 문제가 안된다. 자신들의 문제를 제대로 파악해서 해결할 의지도 없으니까… 아마, 호주에 관한 수업을 한국사람이 한다는 것이 달갑지 않은 것도 있다. 그렇다고 대학생이 초등학교 저학년 레벨로 학점을 딸 수는 없다.
오늘 아침 학교에 가려니 막막했다. 도대체 어떻게 될 것인지… 너무 답답해서 학교를 향하는 버스에서 기도를 했다. 내가 지금까지 결코 짧지 않은 시간 강의를 해왔지만, 답답해서 기도를 한 적이 없다. 오늘 옷도 강의 테마에 맞춰서 입고 갔다. 그래도 100명 중 한 명은 내가 그 옷을 입은 의도를 알지 않겠느냐고 동료가 위로한다. 그런데, 100명 중 한 명도 없다. 수업 분위기를 들었더니 다른 동료들도 비슷한 말을 한다. 과목에 따라서 다르기도 하지만, 학생들이 학습의욕이 없으면 손을 쓸 도리가 없다.
4교시에 처음에 학생들에게 가을학기 가장 문제가 심각한 수업이라는 걸 말했다. 수업 분위기가 너무 엉망이라고 강의는 거의 학생들에 의해 결정이 된다. 강의를 하는 사람은 학생들의 학습을 살짝 돕는 것뿐이라고… 스스로 배우려는 의지가 없으면 어떤 강의도 소용이 없다. 강의에 와서 집중하지 않는 것은 시간이 아깝다. 이왕 나왔으면 강의에 집중해서 뭔가를 배우고 느껴야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런 효과가 있어서 그런지 수업 중에는 조용했다. 그런데 수업 마지막에 감상문을 쓰는 시간에 다른 학생 감상문까지 쓰는 학생이 걸렸다. 화를 내진 않았다. 미리 쓴 감상문을 회수해서 둘 다 0점 처리를 했을 뿐이다. 학생이 미안한 기색도 없다. 마지막에 와서 자기는 단위를 못 받는 거냐고 묻는다. 아니야, 학기말이 돼야 알지. 내가 알고 있는 학생이 얼굴도 보이지 않는데, 그 학생 이름으로 감상문이 3주째 계속 올라오고 있다.
다음에 가면 그 학생을 찾아봐야겠다. 요즘 학생들은 커닝하다 걸려서 주의하면 커닝 페퍼를 지웠으니까 괜찮다고 자기들이 정한다. 커닝해서 쓴 답안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커닝 페퍼를 지웠다고 점수를 달라는 것이다. 점수를 못 주겠다면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 불만은 접수하지 않는다.
수업이 끝나서 감상문을 읽었더니, 집중한 효과가 난다. 언제나 학생들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집중할 동기부여가 문제인 모양이다. 그런데, 집중해서 듣지 않으면 수업내용을 알아들을 수가 없고 얻는 것이 없다. 강의 내용이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니까… 과연 풍요롭다는 것이 무엇인가? 많은 사례를 소개하면서 아주 근본적인 걸 묻고 있다. 우리는 정말로 풍요롭게 살고 있는 것인지?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인지, 집중해서 머리를 싸매고 생각해도 답을 쓸 수가 없다. 정해진 답이 아니다. 열심히 들은 학생일수록 어려워진다. 원래, 그런 법이다.
나도 고민하던 걸 학생들에게 말해서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어차피 강의는 학생들과 같이 만들어 가는 것이니까… 즐거운 주말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진은 이런저런 울타리다.
'일본대학생'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이 왔다 (0) | 2019.11.09 |
---|---|
핼러윈 특별 팩 택배 (0) | 2019.11.04 |
학생네 가족 (0) | 2019.10.22 |
일본 대학생의 변화 (0) | 2019.10.21 |
일본 대학생의 난민화 (0) | 2019.1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