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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벌써 겨울?

2012/11/05 벌써 겨울?

 

오늘도 동경 날씨는 맑고 화창했다.
그리고 아주 건조했다아니, 12시가 지났으니 어제가 되었다.

지난주는 주중에 대학 축제로 이틀이나 휴일이 있어서일을 한 것은 이틀뿐이었다쉬는 날 같은 단지에 사는 일본 아줌마가 오랜만에 놀러 왔다. 얼굴에 살이 좀 빠졌다혈압약을 먹어서 그렇단다휴일에 나는 또 머리를 잘랐다이걸로 내가 자기대로 머리를 자르는 게 두 번째다머리숱이 많아서 신경 쓰이기 시작하면 계속 머리에 신경이 간다그래서 날이 추워지기 전에 머리를 자르기로 했다우선 맨 앞부터 자르기 시작했다거기에 맞춰서 자르고 보니 너무 짧게 잘랐다뒤는 잘 안보여서 대충 손짐작으로 잘랐다너무 짧아서 바가지 모양의 가발을 쓴 것 같다아주 이상하다드라마에 나오는 지적으로 모자란 사람 스타일을 상상하시면 된다거기에다 원형탈모 자국이라도 있으면 완전 바보 스타일이 완성된다일본에서는 문맥이 다르지만… 

아니나 다를까이튿날 학교에 갔더니 학생들이 놀란다그리고 한참을 웃는다지각한 학생도 놀라고웃기를 한바탕하고 난 다음에야 수업에 집중을 한다사실은 머리 뒷쪽이 어떻게 마무리가 됐는지 전혀 자신이 없었다내가 머리 뒷쪽을 보일 때 이상하면 학생들이 웃겠지 생각했다근데이상이 없는 모양이다무사히 지나갔다수업 감상문에 ‘선생님 머리에 놀랐다’, ‘머리가 개성적이어서 멋있다, 부럽다’는 등 호의적이다선생 중에는 ‘선생님 머리 긴편이 더 예뻐요’ 하는 말을 듣고 나는 가볍게 ‘예저도 알아요’하고 넘긴다다른 선생님은 너무나 충격적인 내 헤어스타일에 쇼크를 받아서아무 말도 못한다.

 

그런데그 이튿날부터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는 것이다아니 세상에가을에 접어들어서 일주일밖에 안됐는데벌써 겨울이 왔어머리가 너무 짧아서 춥다날씨가 갑자기 너무 급격히 변했다어제는 친구가 와서 머리 뒤쪽을 정리해줬다그러고 나서 둘이서 주위를 산책하러 나섰다주위를 보니 나무에도 단풍이 들었다며칠 전까지 가을 길목에 들어섰나 했더니며칠 새에 가을이 깊어져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가을이 일주일 정도로 압축이 되었다아직 여름옷도 정리를 해서 집어넣지 않았는데… 몸과 마음이 계절 변화에 따라가질 못한다나만이 아니다지난주 초까지 교실에 냉방을 틀었는데주중에 갑자기 계절이 바뀐 것이다여름이 너무 길어서 가을을 잡아먹어버렸다그래도 가을은 필요해서가을이 진하게 초고속 스피드로 압축된 모양이다아마 나무들도 바빴을 거다하루 이틀 사이에 확 단풍이 들어야 하고… 학생들도 기온 변화에 못 따라가서 그런지 감기 걸린 아이들이 많다나무는 감기에 안 걸리나???

 

그래도 아직 속에 입는 옷은 반소매다학교에 가면 학생들이 깜짝 놀란다교실에 들어가면 나는 우선 창문을 열어서 환기를 시킨다창가에 앉는 학생들은 춥다고창문을 열지 말라고 한다그러나 안쪽에 앉은 학생들은 덥다더우면 학생들이 잔다나는 수업을 시작하면 재킷을 벗고수업을 하다가 목에 스카프를 푼다반소매로 수업을 하면 학생들이 춥지 않냐고 물어본다내가 ‘말을 하니까 체온이 올라가지’, ‘아침에 요가를 해서 체온을 올리거든’그래도 안 믿는 눈치다마지막으로 ‘얘들아지방 두께가 다르단다’ 이 한마디로 학생들은 깨끗이 납득을 한다.

 

요새는 일교차가 심해서옷도 온도조절이 되게 입는다겉에 반코트를 입고 안에는 반소매에 재킷을 입고목에는 스카프를 한다아침에 나갈 때 맑으면 덥지만역에 서있으면 바람이 차갑다집에 돌아올 때는 시간이 늦으면 찬바람이 분다그래도 아직 어리둥절한 상태이다계절 변화가 실감이 안 난다. 달력을 보면 이해가 간다벌써 11월이니까달력과 실감하는 계절에 차가 있다요 몇 년을 보면겨울에서 봄이 오나 싶으면 갑자기 여름 날씨가 되고가을도 짧아져서 봄가을에 입는 옷을 입을 일이 별로 없다그 전에는 여름은 냉방으로겨울에는 난방으로 한여름옷과한겨울옷은 필요가 없었다봄가을 옷이 많이 필요했고 많이 입었다그런데 요 근래는 봄가을이 압축되어 가는 경향이다대신 여름이 질리게 길고 무섭게 덥다겨울도 길어졌고 추워졌다옷도 그에 따라가는 것이다그런데아무래도 봄가을이 짧아진다는 것은 너무 재미가 없다겨울을 아쉬워하며 봄을 기다리는 시간도무더웠던 여름에서 가을을 맞을 여운도 없어졌다계절도 기온도 마치 기계적으로 스위치를 돌리는 것처럼 변화해간다이 전에는 이런 변화가 이렇게 갑자기 찾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오늘은 겨울옷을 꺼내서 봤다어떤 옷들이 있는지겨울옷도 있기는 있다그런데 아직 실감이 안 난다. 가을 옷도 아직 안 입었는데, 겨울옷을 입을 때가 된 건가… 어쨌든 머리가 너무 짧으니 목도리는 일찌감치 꺼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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