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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국화 이야기

2014/11/20 국화 이야기

 

오늘 동경은 흐렸다가 비가 오는 한겨울처럼 아주 추운 날씨였다. 날씨가 변화무쌍하게 오르락내리락해서 감기에 걸린 사람들이 많다. 건조해서 따뜻하다가, 비가 오면 추운 한겨울 날씨가 된다. 변화의 폭이 너무 넓다. 

오늘 처음으로 빨간색 버버리 코트에 새파란 머플러를 하고 나갔다. 그 색상 때문인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몸을 돌려가면서까지 나를 보느라고 정신이 없는 남자도 있었다. 전철에서는 오랜만에 도찰도 당했고… 책을 집중해서 읽다 보니 전혀 눈치를 못 챘다. 책을 올려서 얼굴을 가렸다. 그런데, 나중에 생각하니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기분이 더럽다

국화 특집1에서 3
까지 올린 사진은 국화전에 출품해서 상을 받은 꽃들이었다. , 보통 평범하게 예쁜 꽃들이 아니라, 선발대회용 미인처럼 특수한 것들이었다. 너무 호화스럽고 커서 비현실적이랄까, 친근감과는 거리가 먼 꽃들이었다. 국화에 특별한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호화스러운 국화에게 친근감이 가지 않는다. 소박한 화려하지 않으면서 아기자기한 국화가 좋다

내가 사는 곳 입구 양쪽으로 화단이 만들어져 있었다. 현재 내가 사는 쪽 일 층에는 전직교사로 추정되는 동식물에 관심이 많은 분이 화단을 만들었다. 특별히 예쁜 꽃이 아니라, 전부터 주변에 있었던 풀 같은 야생화로 화단을 만들었다. 물론 개중에는 예쁜 꽃도 있다. 풀이나, 꽃마다 이름을 써서 표식을 해놓고 섬세하게 관리한다. 내가 관심을 보이면 자세히 설명도 해준다

전에 살았던 집 아래층에 살았던 아줌마는 전직 간호사로 추정된다. 이사를 가는 줄도 모르게 이사를 가고 말았지만, 나와 가끔 수다도 떠는 사이였다. 이 분이 가꾸던 화단은 그 옆 화단과는 전혀 다르다. 이 분은 그냥, 자기가 예쁘다고 생각되는 꽃을 심었다. 섬세하게 가꾸지도 않고, 가끔 풀을 뽑아서 정리를 했지만 말이다. 근데 아줌마가 이사 가고 난 후, 나는 아줌마가 남겨놓고 간 꽃을 보면서 아줌마를 떠올린다. 전에 제초작업을 할 때 작은 밀감나무가 거의 뽑힐 수준이었다. 내가 걱정하고 있었더니, 어느 날 그 밀감나무가 정말로 뽑혀서 없어졌다

가을이 되어서 국화가 작고 노란 꽃을 피웠다. 손질이 잘 안되어서 좀 어수선 하지만 귀여웠다. 한참 예쁜 시기가 지나서 사진을 찍었다. 그 사진마저도 흔들렸지만, 그래도 사진을 찍어 뒀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서 보니까, 국화가 깡그리 잘려서 없어졌다. 아직 꽃이 피어 있었는 데… 깜짝 놀랐다. 아마, 옆집 아줌마가 정리한 것 같다. 국화가 있었던 흔적조차 없이 깨끗이 정리된 상태를 보고 느낀 것은 아랫집 아줌마들 사이가 나빴나 했다. 하긴, 아주 다른 타입이었지만, 사이가 나쁜 줄은 전혀 몰랐다

내년에는 전에 살던 아줌마가 심었던 꽃이 다시 피어날까. 싹 잘라낸 국화는 다시 자라서 꽃이 피는 것일까. 에효, 사람 속이라는 게 알 길이 없지만, 전에 살던 아줌마를 떠올리게 하는 꽃이 좀 남아있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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