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동경은 맑고 건조한 날씨였다. 요새 며칠 최저기온이 좀 높았는 데, 오늘은 최저기온이 다시 낮아졌다. 그래서 밤이 되니 추워온다.
오늘은 아침에 늦잠을 자려고 어젯밤 늦게까지 일어나 있었는 데, 일을 나가는 시간에 깨어났다. 그리고 요가를 하고 집안일을 시작했다. 이불과 담요 베개를 내다 널고 욕조에 남았던 물로 세탁기에 빨래를 돌린다. 손세탁도 한다. 내친김에 목욕탕 청소도 했다. 아침으로 오랜만에 고구마를 쪄서 먹었다. 올해는 고구마를 많이 먹었는 데, 그래도 맛있다. 목요일 학교에서 돌아올 때,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하는 야채가게에서 산거다. 세탁기 빨래가 끝나기 전에 이불을 재빨리 말려야 한다. 베란다가 좁아서 빨래를 다 못 널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불과 담요를 뒤적뒤적 뒤집으면서 이불에 햇볕을 쪼인다.
지난 3 주 동안 매주 토요일 산에 가거나 외출을 했다. 근데 지난 3주가 바빴다는 것이다. 바쁜 일이 끝나니 다른 일도 한가해졌다. 그렇다고 오늘도 누군가와 같이 외출을 하고 싶은 건 아니다. 그래도 좀 걷고 싶었다. 가까운 산책코스를 걷기에는 시간도 많고 날씨도 좋다. 그래서 가보지 못했던 곳으로 걸어가 보기로 했다. 12시에 마른 이불을 집어넣고 트랙킹화를 신고 배낭을 메고 나갔다. 그리고 간단히 그린 지도를 가지고 나갔다.
몇십 년을 다녀도 정해진 코스만 걷는다. 목적지 외에는 조금도 길을 어긋난 적이 없다. 목적지 외에는 지도에 없었던 것이다. 그 옆길을 걸어갔다. 어느 가게까지 걷는 데 한 시간 넘게 걸렸다. 가는 길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인적이 드문 가파른 길이었다. 목적지에 갔지만 목적한 가게는 닫혀 있었다. 다행이다. 꼭 뭔가를 살 요량은 아니었으니까, 걸을 목적이 필요했다..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학교도서관에 도착했더니 땀이 나고 더웠다.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도서관을 활보하고 다녔다. 책은 아직 못 빌리지만, 오랜만에 책을 힘들게 읽어야지… 가끔은 책을 힘들게 읽지 않으면 소화불량이 되는 느낌이다. 머리에 기름이 낀다고 할까… 읽고 싶었던 책을 몇 권 읽었다.
네 시쯤, 일찌감치 도서관을 나왔다. 산속이라, 바깥은 저녁이 되어 기온이 많이 내려갔다. 점심으로 가져갔던 바나나를 먹었다. 돌아오는 길에 산책을 나가면서 봐 뒀던 모과를 냇가에서 건졌다. 냇가에는 어디선가 떨어져 흘러온 모과가 두 개 있었는 데, 하나는 벌써 썩어가고 있었다. 하나 만 건져서 손에 들고 걸었다. 한참을 걸었더니 길가에 감이 하나 떨어져 구르고 있었다. 감도 주어서 주머니에 넣었다. 농가 마당에서 무인 판매하는 보라색 무를 사려고 했다. 나갈 때 봤더니 하나 있었는 데, 돌아올 때 보니 없어졌다. 팔렸나 보다. 모과와 감이 오늘의 수확이다. 오늘 산책도 괜찮았다. 다음에는 산에도 혼자서 가 볼 요량이다.
지난 토요일에 갔던 모구사엔이 계속된다. 아직 가을이 남아있는 풍경이다. 여기가 원래는 오래된 절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오래된 세월의 흔적이 가을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마침 촛불을 키는 행사 중이였다. 물론, 저녁에 촛불을 켜지만 지금은 낮이라 볼 수가 없다. 대나무는 촛불을 켜는 행사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저 초가집 툇마루에 앉아보고 싶었는 데 볼 수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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