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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관심

2014/12/14 사랑과 관심

 

오늘 동경은 이번 겨울 가장 추운 날씨란다. 그래도 날씨가 맑아서 햇볕이 들어오니 집은 따뜻하다. 맑은 햇볕이 아까워서 아침에 매트와 이불 시트, 베개닛 등을 빨아서 베란다에 널었다. 서서히 연말로 들어가는 것이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빨래가 잘 마르지 않는 것 같다. 바깥은 기온이 낮아서 싸하게 추운 겨울 날씨다. 

겨울이면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창밖에서 쏟아지는 햇살을 좋아한다. 아침에 눈을 떠서 바깥의 햇살을 느껴지면 손을 뻗어서 두꺼운 이중 커튼을 여는 걸로 시작한다. 이불속에서 손을 뻗어 자는 방 커튼 한쪽을 연다. 햇살이 눈부시다. 일어나서 다른 커텐들을 열어서 집안에 햇살이 들어와 따뜻해지는 걸 기다린다. 기다리는 동안은 체온으로 따뜻한 이불속으로 다시 기어 들어가서 꼬물거린다. 일을 가는 날이든, 쉬는 날이든 이렇게 쓸데없이 꼬물거리는 시간이 행복하다

겨울에도 반소매에 양말도 안 신고 잔다. 자기 직전에 목욕을 해서 몸을 따뜻하게 한 다음 이불속으로 들어가니까, 이불은 적당히 포근하고 따뜻하다. 실은 이번 겨울에 이불을 덮기 전 단계에 보드라운 담요를 덮고 깔아서 그렇다. 지금까지는 이불을 직접 덮어서 면이불 시트 감촉이 차가웠다. 잘 때마다 차가운 감촉에 소스라치게 놀란 피부와 감정을 달래가면서 체온으로 이불을 따뜻하게 해 가며 잤던 것이다. 지금은 한단계 진화했다는 말이다. 아침에 햇살이 있으면 반소매에 맨발로 집안을 돌아다녀도 전혀 춥지 않다. 햇살이 들어오면 온실 같으니까… 작은 온실에서 통통한 아줌마가 머리를 산발하고 눈도 한쪽은 감은채 꼬물락거린다.. 우선은 커피포트에 물을 놓고 끓인다. 따뜻한 물을 한잔 마시는 걸로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오늘은 일본 중의원 투표날이다. 요전에 아베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고 나서 우울했다. 일본 친구에게도 원성을 들었다. 그녀는 아베를 지독히 싫어한다. 내 주위에서 아베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지만, 그녀는 블로그에 아베 사진을 올리지 말라고 압력 행사했지만, 나는 굴복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울했다. 선거 결과는 자민당의 승리로 보고 있다. 단지, 어느 정도로 이기느냐가 문제일 뿐이며, 어느 정도이든, 일본은 더욱 나빠져가리라는 것이다. 이건 결과를 보고 따로 쓰기로 하자. 아니, 지금 호주방송을 들으면서 쓰다 보니까, 자민당이 후보자가 압도적으로 많고 다른 당 후보자가 적어서 투표를 하나마나 자민당이 이기에 되어있다네. , 웃기는 “민주주의”다.

오늘은 내가 요새 받은 선물에 관해 쓰려고… 어제 친구가 집에 들러달라고 해서 저녁 가까이 되어서 친구네를 갔다. 간단하게 친구가 만든 칼국수 비슷한 걸 먹고 차를 마셨다. 나오는 길에 친구가 선물을 줬다. 아주 귀엽게 생긴 빨강색 램프다. 안에 넣는 양초도 세트로 넣었다. 가방도 반짝이는 손잡이가 달린 걸로 세팅을 했네… 친구는 촛불과 향을 아주 좋아한다. 내가 가면 거의 항상 촛불에 향을 피워놓고 있다. 처음에는 좀 당황했었다. 너무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한 걸 어떻게 받아 들어야 할지 몰라서 당황스러웠다. 지금은 익숙해졌지만, 그녀는 촛불을 바라보고 있으면 피곤함이 풀려서 좋아한단다. 일본에는 불단이라는 조상의 위패를 모셔놓은 것이 있어서 보통 생활에서도 촛불을 켜고 향을 피운다. 그러나 친구가 좋아하는 것은 아로마 캔들에 향유다. 문맥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친구가 준 빨강색 램프와 아로마 캔들은 나의 우울한 마음을 밝게 비춰줄까?

 

다음은 시드니에서 셰어를 했던 친구가 동경에 놀러 왔을 때, 보내준 김이다. 나는 한국김이 이렇게까지 포장이 “진화”된 줄 모르고 있었다. 깡통이 예뻐서 늘어놓고 바라보다가, 아까워서 못먹고 선물로 쓰려고… 고마워. 실은 그 때, 허리가 아파서 좀 불편했거든. 그런 와중에도 동경에서 만날 수 있어서 아주 반가웠어. 덕분에 오랜만에 시모키타자와에도 갔었고… 동경에 오면 꼭 연락해, 다시 만나자고… 

 

다음은 아주 큰 상자, 내가 이렇게 큰 상자를 본 것은 이삿짐 밖에 없다. 그렇게도 큰 상자에 맛있는 먹을 것과 마음에 영양이 되는 화집을 같이 보내주셨다. 자신이 “산타 할머니”가 되는 걸 좋아하신다는 분께서… 지난번 서울에서 돌아올 때 비행기 옆자리에 앉았던 분이었다. 처음에는 일본 사람인 줄 알았다. 아주 소박하면서도 세련된 차림, 화장기도 전혀없고, 꾸밈새도 티가 나지 않는 차림새였다. 내가 아는 동경 토박이 분위기에 닮았었다. 원래, 동경 토박이는 아주 수수하면서도 멋스럽다. 동경이라는 분위기에 맞는 멋이기도 하다. 목소리가 좀 가라앉은 매력적인 목소리였다


이메일 주소를 주고받고 블로그를 알려드렸다. 그런데, 블로그를 열심히 읽으시고 메일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전화도 주셨다. 내가 아주 힘들어서 헉헉거리며, 앞이 안보여서 까마득한 타이밍에 맞춰서 기적처럼… 올해 일본에서 대학 강의를 하면서 하루하루가 힘들었다. 특히, 올해 가을학기가 가장 힘든 시기였다. 내가 왜 이런 일을 하며, 여기에 살고 있나. 내가 하는 일이 필요로 하는 일이기는 하며, 나는 살아있는 가치가 있기는 한 걸까. 단지, 강의하는 장소인 대학 강단 만이 아니라, 압도적인 구조적 폭력하에 살아가는 마이노리티로서 너무 힘든 시기였다. 그럴 때에 주고 받은 이메일에 전혀 그런 말을 한 것은 아니지만, 하늘에서 아직은 죽지말라고 이분을 보내주신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나는 살아오면서 천사를 몇 번인가, 만났다. 내가 죽음과 삶의 경계에 있을 때, 천사가 나타난다. 정상과 이상의 경계에 있을 때도 만났다. , 나는 아직 신에게 버림받지 않은 존재라는 걸 느꼈다. 죽지 말라고…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서로에게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 내가 아주 힘든 시기에 사랑과 관심에 정성을 더해서 큰 상자에 담아 보내주셨다. 나는 그 걸 먹고 견뎠다. 친구에게도 나눠주고 아직도 많이 남아 있어서 나를 든직하게 해 준다. 먹을 것이라는 것은 아주 감정적인 것이다. 같은 먹을 것이라도 감정에 따라 전혀 다르게 작용하기도 한다. 먹는 행위 또한 감정과 직결되어 있는 것이다. 심리적인 결핍은 신체가 먹는 것을 과도하게 탐하는 것으로,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렇다고 심리적인 결핍이 채워지지는 않는다. 사랑과 관심이 담겨있는 먹을 것은 나도 모르는 정서의 결핍을 조금 채워줬다. 그야말로 피와 살에 영양이 되어 뼈에 스며들어 정신적/신체적으로 나를 지탱해 줬다. 감사하다. 나에게 가장 인상적인 선물이었다



아무리 피폐하고 암울한 세상이어도 사랑과 관심이라는 인간의 온기가 있는 한, 기적이 있고, 희망이 있다. 기적이나, 희망은 신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드는 것이라는 걸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