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24 크리스마스의 기적?
오늘 동경은 아주 맑았지만, 기온은 낮은 날이었다. 어제와 그저께는 최고기온이 20도에 가까운 너무 따뜻한 날이었다. 어제는 천황 생일로 휴일이었지만, 강의가 있어서 쉬는 날이 아니었다. 어제로 종강을 해서 짧은 겨울방학에 들어간다. 어제가 휴일이 아닌 걸 잊고 있다가 역에 가서 전철시간표가 달라진 걸 보고 알았다.
어제는 크리스마스에 종강이라고 위아래로 빨간색 옷을 입고 가슴에는 금박으로 LOVE가 크게 새겨진 그 아래는 검은색으로 하트가 크게 그려진 옷을 입었다. 아무래도 세상에 ‘사랑’이 부족한 것 같아서 ‘사랑’이 중요하지 않겠냐는 걸 전하고 싶었다. 학생들은 내가 교실에 들어가면 교실이 들썩거릴 정도로 난리가 난다. 나름 옷 좀 입는다는 학생들이 가장 흥분해서 방방 뜬다. 한순간에 학생들을 평정하고 만다. 이거 왜 이래? 내가 무대경력이 몇 년인데? 이건 무대의상이라고……. 아무리 시건방져도 학생은 학생이다. 어제 강의는 마지막에 학생들이 행복하게 웃느라고 교실이 들썩거린 상태에서 끝났다. 그런 순간이 필요하다. 종강을 하면 마음이 허탈해진다.
오늘은 도서관이 연내에 개관하는 마지막 날이라,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갔다. 나가면서 쓰레기를 버리러 갔다가, 귀여운 깡통을 두 개 주었다. 도서관에 가는 길에 공원에서 친구와 마주쳤다. 조금 더 걸었더니 눈 앞에 동전이 햇볕을 받아 반짝거린다. 백 엔짜리 동전이 두 개다. 동전을 줍고 다시 걷는다. 농가의 마당 가까이 길에 긴캉이 두 개 떨어져 있었다. 웬일로 긴캉이 거기에 있는지 모르지만, 주어서 주머니에 넣었다. 농가 마당에서 쇼고인 무와 귤을 세 봉지 사서 뒤쪽에 감춰놓고 다시 야채 무인판매에 들렀다. 저 남쪽 미야자키에서 나는 휴가 카보스라는 것이 있어서 한 봉지 샀다. 다시 도서관을 향해서 걷다가 길 가에 떨어진 작은 토란을 줏었다. 토란은 콩알만 한 걸 합치면 세 방울이었다. 뭔가가 두 개씩 생기는 것은 어젯밤부터다.
어제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학교에 가까운 역에서 어느 할머니를 봤다. 내가 전철을 기다리는 데, 옆에 와서 선다. 내가 먼저 기다려서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나는 괜찮다고 했다. 왜냐하면 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나만 양보하면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입고 있는 옷이 기모노를 리폼한 코트였다. 기모노를 리폼한 것이네요, 멋있어요 했더니 안은 찢어졌다고 찢어진 걸 뒤집어서 보여준다. 나는 일부러 보일 필요가 없다고 웃었다. 같은 전철을 타고 가면서 30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 할머니는 내가 한 목걸이가 멋있다고 칭찬한다. 그리고 위아래로 보면서 헤어스타일부터 옷에 분위기가 멋있다고 눈부시다는 듯이 바라본다. 안에는 위아래로 빨간색을 입었지만, 쟈켓은 자수가 놓인 걸 입고 있었다. 할머니가 자기가 입은 옷에도 자수가 놓여 있다며 코트 단추를 풀어서 옷을 보여준다. 안에 입은 옷은 수직으로 학이 짜인 것으로 천연염색을 한 것이었다. 할머니가 기모노나 천연염색, 수직 등을 좋아하시는 모양이다. 나도 쟈켓을 풀어서 안에 입은 옷을 보여줬다. 나와 말을 하다가 선물을 주고 싶다면서 자신이 가진 콜라겐을 한 병 주신다. 나도 가지고 있던 같은 학교에서 일하는 동료가 만든 수제 쿠키를 나눠줬다.
전철을 갈아탈 때도 손잡고 같이 갈아탔다. 할머니가 콜라겐을 또 한 병 주신다. 나는 필요 없다고 극구 사양했지만, 주고 싶단다. 할머니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와 대화를 해서 아주 좋았던 모양이다. 지금 80대 중반인데 만으로 80세까지 마치다 역 가까이서 일식집을 경영하셨단다. 일을 그만두고 우울증을 앓았다고도 하셨다. 할머니가 보기에는 내가 눈부시게 멋있는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짧은 시간에 뭔가 교감이 있었다. 할머니가 먼저 전철을 내려도 가지 않고 차장 밖에서 보면서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너무 가까이 서있어 걱정이 될 정도였다. 할머니가 행복해져서 가셨다. 두 개씩 뭔가 생기는 일은 어젯밤에 시작되었다.
어제는 학교에서 미국 친구에게도 작은 선물을 받았다. 내가 좋아하는 예쁜 깡통에 들어 있었다. 하늘에서 내가 불쌍하다고 선물을 내리셨나? 이런 것이 크리스마스의 기적인가? 우연히 재미있는 일이 연달아 일어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