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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코로나 19

일본, 코로나 19 국민은 잘하고 있다

NHK 보도에 따르면 4월 20일 동경도의 코로나 19 신규 감염자는 102명으로 누계가 3,184명이 되었다. 그중 75%인 77명은 감염경로를 모른다고 한다. 일본 전국의 신규 감염자는 347명으로 크루즈선을 포함한 누계가 11,866명이다. 오늘은 일본에서 하루 사망자가 25명으로 가장 많이 발생한 날이다. 사망자 누계는 276명이 되었다. 월요일에는 신규 감염자가 적게 나오는 패턴이라서 동경도의 경우 오늘도 같은 경향으로 보인다. 한국은 신규 감염자가 13명으로 누계가 10,674명이 되었고, 사망자는 236명이다. 거듭 밝히지만 일본에서 인구비례로 보면 여전히 한국보다 일본이 적다고 하는 것에 동의한다. 나처럼 매일 한국과 일본을 비교하다 보면 단순히 숫자에 올라오지 않는 많은 상황이 다른 걸 알 수 있다. 한국은 위험한 고비를 넘겼고 일본은 위험한 고비를 향해 가고 있다. 한국, 대구에서 하루 신규 감염자가 엄청난 수로 늘어날 때 아찔했지만 어떻게 넘길 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일본의 경우는 아직 피크를 맞지 않아 사회적으로는 여유가 있는 분위기도 있다. 단순히 인구비례로 봤을 때, 일본이 한국의 반도 되지 않는다면 한국에서도 일어나지 않은 '의료 붕괴'도 없어야 한다. 불행하게도 일본에서는 그렇게 걱정하던 '의료 붕괴'가 일어나고 있으며 TV에서 보던 유명인들이 감염하고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쓰러져 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국민은 코로나 19 대처를 잘하고 있다. 

 

오늘 아침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일본을 도와야 한다는 의견에 반대한다. 가짜 뉴스라는 것이 판명되었지만 정세균 총리가 일본에 마스크를 보내는 걸 검토한다는 뉴스에 대해 일본에서도 욕하는 댓글이 대부분이었다. 검토한다는 단계에서 이렇게 욕을 먹는데, 만약에 도왔다가는 정말로 큰일 난다. 어마어마한 '혐한'의 폭풍이 닥칠 것이 무섭다. 같은 기사에 한국에서도 반대한다는 댓글이 많았다. 당연하다고 본다. 일본과 한국은 경제 도발로 '전쟁'을 하는 상황인데 한국에서 그렇게 나오면 안 된다. 일본은 너무나 어려운 상대여서 어려울 때 돕고 싶어도 쉽게 도울 수가 없다. 코로나 19에 대해서 한국이 일본에 대해 어떤 반응을 하든 일본에서 화가 나게 되어 있다. 지금 일본 사람들이 일본 정부에 대해 화가 나있는 데 만만한 것은 한국이라, 한국에게 화를 낼 것이다. 일본은 한국의 도움 따위 절대로 원하지 않는다. 그러니 한국에서는 일본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 정도가 좋다. 국격은 일본을 상대로 높일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는 게 좋다. 돕는다는 말을 했다가 욕을 먹고 있다.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다.

 

코로나 19 대처는 그야말로 국가를 총동원한 '총력전'이다. 일본에서 코로나 19와의 '전쟁'에서 싸워야 할 상대는 자신인지도 모른다. 일본은 탄탄한 인프라에 의료환경도 좋고 경제대국이다. 코로나 19와 대결에서 승리할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 거기에 감염자도 한국에 비교하면 반도 안되니까, 일본에게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일본이 코로나 19와의 '전쟁'에서 이기는 길은 외부의 도움이 아니다. 자신들이 충분한 역량을 지니고 있으니 그 역량을 펼칠 수 있게 재편하면 된다고 본다. 지금은 인간의 몸으로 치면 머리와 팔다리가 따로 노는데, 머리가 정신을 차리고 팔다리가 같이 움직이게 되어야 한다. 서로가 돕고 연대해서 위기를 극복하려고 할 때,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기고 그 후에도 다른 '희망'이 생기지 않을까. 그게 이웃나라 일본을 위한 길이라고 본다. 남이 도울 수 있는 것과 도울 수 없는 것이 있다. 일본은 스스로 길을 헤쳐나가야 한다. 만약에 한국에서 돕는다고 나서면 혼란을 초래할 뿐이라는 걸 부디 명심해 주길 바란다. 상상해 보시길 바란다. 박근혜 정권 때 메르스 사태에서 다른 나라가 돕는다고 나섰다면 잘 수습이 되었을까? 아니라고 본다. 일본 시스템에서 가장 합리적인 코로나 19 대처를 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가 나설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마스크는 가장 부족했던 시기를 지나 아베노마스크도 배달이 될 것이고 일본에서 재사용할 수 있는 마스크를 상품화하고 있으며 일반 가정에서도 많이 만들고 있다. 보통 사람들이 천 마스크를 사용하면 의료진이나 우선적으로 필요한 사람들에게 마스크가 돌아갈 것이기에 큰 문제가 아니다. 5월 6일 황금연휴가 끝날 때까지 비상사태 선언으로 사람들이 외출 자제해서 혼잡한 곳에 나가지 않으면 마스크가 많이 필요하지 않다.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도 마스크를 많이 쓰지 않는다. 그동안 수입도 늘리고 일본 국내 생산도 늘 것이라, 조금 시간이 걸리지만 어떻게 될 것으로 본다. 나도 오늘 동네 이불집에서 만들어서 파는 천 마스크를 한 장에 200엔 주고 사 왔다. 아는 이웃 아줌마들이 만든 것이 훨씬 좋았지만 동네 가게라서 들어간 김에 안 살 수도 없고 해서 한 장만 샀다. 어제와 오늘 사이에 천 마스크를 다섯 장이나 입수했다. 나도 마스크가 더 필요하면 이웃 아줌마에게 부탁해서 천 마스크를 입수할 생각이다. 일본에서 마스크 정도는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기에 그다지 아쉽지가 않다. 요즘은 외출 자제로 집에서 지내야 해서 바느질하는 사람들은 소일거리로 마스크를 많이 만들고 있는 모양이다. 

 

오늘 동경은 춥고 비가 오는 날씨였다. 오전에는 뉴스를 보고 오후에 산책 삼아 무인 야채 판매에 가서 봄나물을 한단 사고 마트에 가서 과일과 식초를 한 병 샀다. 돌아오는 길에 이불가게에 들렀다. 나간 김에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내가 사는 주변에는 공원도 많지만 학교가 많다. 도보권에 보육원부터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대학이 몇 개나 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를 지나쳐 오는데 평일 오후에도 불구하고 텅 비었다. 아이들이 뛰어놀던 마당과 건물도 이상하다. 내가 영화 세트장을 걷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현실감이 없었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중학교도 아이들 온기가 없으면 귀신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그저 허름한 건물일 뿐이다. 아이들이 있어서 함께 어우러져 건물이 허름하다는 걸 몰랐다. 너무나 이상한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아 눈물이 났다. 그냥 숨을 쉬고 걷고 뛰는 것도 마음대로 못하게 되고 말았다. 언제면 아이들이 자유롭게 숨 쉬고 뛰어놀며 공부할 수 있게 될까?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어서 화를 낼 곳도 없다. 봄에 새순이 돋아 형광색 연두색으로 나무들이 빛나는데 기분은 너무 이상했다. 내가 사는 현실세계가 한없이 허망한 것 같다. 이런 이상한 기분을 누군가에게 말도 할 수 없는 억압감이 더 사람을 힘들게 한다. 감염한 사람들이 '죄인'이 되는 분위기에서 다 참고 견디는 걸 알지만 힘들고 짜증이 나면 힘들다고 말이라도 해야 견딜 수 있는 게 아닐까? 나는 요새 좋아하는 죽순을 매일 먹으면서 지낸다. 이렇게 특별할 것이 없었던 일상과 계절감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오늘 하루에 사망자가 25명이나 발생했다는 게 '의료 붕괴'로 인한 것이 아닐까, 걱정이다. 며칠 전부터 구급차에 실린 환자를 병원에서 받아 주질 않아서 80군데나 뺑뺑 돌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나도 주변에 외출해서 구급차 소리를 듣는 일이 많아서 뉴스에 나오지 않지만 구급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걸 알았다. 오늘 뉴스( https://www.youtube.com/watch?v=X4r_voSkiCU)에 총무성 소방청의 발표에 의하면 구급차로 이송한 코로나 19 감염환자가 1월 25일부터 4월 16일까지 1,055건이었다고 한다. 3월 하순부터 3주는 775건으로 70%나 증가했다고 한다. 내가 구급차 소리를 빈번하게 느낀 것은 착각이 아니었다. 

 

또 하나, 설마 일본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https://headlines.yahoo.co.jp/videonews/nnn?a=20200420-00000214-nnn-soci). 경시청의 발표에 의하면 노상이나 집에서 사망한 '변사'로 취급했던 사안을 사후 코로나 19 감염으로 판명한 케이스가 늘고 있다고 한다. 어제 동경에서 60대 남성이 길에서 쓰러진 것을 발견했지만 그 후 사망했다. 남성은 구급대원에게 "가슴이 아프다"라고 해서 사망 후 PCR 검사를 했더니 감염이 확인되었다. 자가격리 중 사망한 케이스도 나중에 감염이 확인된 경우도 있어 경시청이 '변사'로 분류한 사안에 한 달 사이에 적어도 6건이라고 한다. 나는 일본에 워낙 '고독사'가 많아서 코로나 19에 감염해도 PCR 검사를 받기가 힘들어 집에서 혼자 앓다가 '고독사'로 발전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걸로 예상했다. 설마, 노상에서 쓰러지는 일이 발생할 줄은 몰랐다. 이렇게 까지 중증이 되도록 PCR 검사를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은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치료'를 막는 것이 되고 있다. 그렇게 PCR 검사를 어렵게 한 결과 중증이 많아져서 '의료 붕괴'를 초래하는 결과가 되지 않았을까? 상상을 할 뿐이다. 이런 뉴스를 보고 사람들이 받는 충격은 어떨까? 이제야 코로나 19 감염의 현실이 뉴스에 나오는 것 같다. 너무 늦었지만 정신 차려야지.

 

오늘 오사카부 신규 감염자 84명 중 80%가 병원관계자로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https://www.nikkei.com/article/DGXMZO58275340Q0A420C2AC8000/). 나미하야 리하비리테이션병원이 이쿠노구라고 재일동포, 제주도 사람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 있다. 병원 위치로 보면 제주도 사람들이 많은 곳과 조금 거리가 있지만 같은 구내에 있다. 재일동포나 제주도 사람들이 코로나 19에 감염이 된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감염도 감염이지만 그 이유로 어떤 차별을 당할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여기서는 합계 96명, 다른 메이지바시병원은 합계 35명이 '집단 감염'이라고 한다. 일본의 '의료 붕괴'는 코로나 19 감염 환자가 많아서가 아니라, 이런 형태로 발생하는 건 아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국민들은 잘하고 있다. 대책이 없었던 것은 일본 정부와 지자체였다. 의료현장에서 의료진들은 열심히 하고있다. 일본 국민이 코로나 19 감염에 주의를 해도 한계가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무대책에 비하면 국민이 협조적이라서 이 정도가 아닐까 한다. 

 

제발, 일본 정부와 관계부처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교통정리를 해서 의료현장을 최우선으로 지원해주길 바란다. 의료진에게 쓰레기봉투를 방호복 대신 쓰게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최전선에서 싸우는 사람들에게는 최신형으로 좋은 무기를 공급해야 한다. 그들 사기가 저하되면 '의료 붕괴'가 일어나 '지옥'이 되고 만다. 그래도 일본에서는 의료장비가 부족해도 불평을 하지 않고 자신들이 만들면서 대처하고 있다. 그래서 의료진의 감염이 많아지는 게 아닐까? 악순환이다.

 

그런데, 후생노동성의 발표에 의하면 일본의 코로나 19 감염자 중 중증인 사람은 235명 밖에 안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경증인 사람들을 호텔이나 격리시설에서 요양시킨다면 235명이 그렇게 많은 환자가 아닐 것 같은데, '의료 붕괴'가 일어나고 있다면 다른 이유가 있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