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29 열 받는 일본 휴대폰
오늘 동경은 아침부터 비가 오다가 그치다가를 반복하는 장마철 날씨였다.
아침 10시에 지금 사는 집을 점검하러 올 거라 시간에 맞춰 일어났다. 점검을 할 때 보수가 필요할지도 모를 부분을 먼저 말했다. 내가 예상했던 것은 보수할 필요가 없고 내가 예상을 못했던 곳에 보수가 필요하단다. 책장이 놓여있던 다다미가 주저앉았다와 청소를 하는 비용이 책정되었다. 청소는 깨끗하게 해서 사는 사람인 데, 새로 오는 사람을 위해서 업자가 청소한다고 비용을 청구한다.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그런 명목으로 청구받았던 적이 없다. 내가 들어올 때도 오래된 집이라, 묵은 때를 치솔로 문질러서 때를 빼었는 데… 결국, 처음 예상했던 금액에 배가 나왔다. 화가 났다. 부당하게 이틀 치 방세에 관리비, 거기에 깨끗하게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청소비를 청구한다는… 그러니까, 깨끗하게 관리하면서 살든 쓰레기집처럼 살든 마찬가지라는 거구나. 어떻게 공적인 데가 민간보다 더 인정사정이 없네…
내가 요즘 경험하는 것은 그냥 얌전히 있으면 당한다는 것이다. 정당한 요금을 주고 거기에 맞는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요금은 받지만 거기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받으려면 다른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노력을 하는 걸 따지면 대가를 훨씬 더 지불하는 셈이다. 일본이 언제부터 이렇게 엉망진창이 되었는지 확실히 모르겠지만, 일이 전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사실은 나도 이사를 하면서 직접 부딪히지 않았으면 몰랐다. 그 전에 쓰던 걸 그냥 계속해서 쓰니까…
아니다. 전부터 그런 느낌은 있었지만, 이렇게 만사가 그렇게 불통이 되어있는 줄은 몰랐다. 전에는 단지 내가 운이 나빠서 그런 경우를 당하는 줄 알고 있었다. 예를 들면 내가 휴대폰을 산 게 좀 오래되었다. 2008년 가을에 샀는 데, 쓰기가 아주 불편하다. 불편해서 가능하면 안쓰려고 한다. 무엇보다도 휴대폰이 터지지가 않았다. 집에서 안테나가 하나 밖에 안 섰다. 전화를 해도 끊기고, 걸려와도 끊긴다. 내가 두메산골에 사는 사람이 아니다. 그냥, 연락처가 없으면 불편하니까… 이렇게 참고 돈을 꼬박꼬박 내면서 견디고 있다. 외국에서 싸구려 프리페이드 폰을 사서 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어느 나라에서도 쓰기가 불편했던 적이 없다. 일본은 자신들 기술이 너무 앞서가서 그렇다는 등 황당한 논리로 소비자를 우롱한다. 유감스럽게도 일본사람들은 그 논리를 믿으며 온갖 잘난 척을 다하지만 쓰는 사람 머리를 돌게 한다.
한국에 가서 친구에게 전화하면 외국에 나가서 로밍이 된 상태에서 전화를 받는다. 내 전화는 로밍이 안된다. 그런 말을 한국 교수에게 했더니, 그 교수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봤다. 이사람 제정신인가, 요즘 어느 시댄데 이런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나, 그런 눈빛이었다. 그런데, 사실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호주교수가 쓰던 아주 단순한 휴대폰도 해외로 들고 가서 썼는 데… 일본에서는 회사를 경영하는 친구 정도나, 해외에서 로밍할 수 있는 걸 쓴다.
나는 일본에 오래 살아서, 주로 일본 제품을 쓰다 보니까, 일본 제품만 좋은 줄 알았다. 그런데 일본 유명 메이커도 예전 같지가 않은지 한참 되었다. 그렇지만 다른나라 제품을 써보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비교가 안된다. 처음으로 비교를 한 것은 아무래도 2000년대에 들어와서다. 휴대폰으로 치면, 호주에서 싸구려 LG폰을 사서 썼다. 한국사람이 그래도 삼성 정도는 사야지, LG는 아니란다. 그걸 살 때 점원이 일본인이었다. 자기가 솔직히 Sony는 권하질 못하겠다고, 노키아나 삼성, LG중에 고르라고, LG가 가장 쌌던 것 같다. 그래서 LG를 샀던 것이다. 몇 년을 썼나, 거진 10년 가깝게 썼다. 올해 갔더니 지금까지 쓰던 회사가 없어져서 그 전화를 못쓴다고 해서 새로 싸구려 삼성폰을 샀다. 2005년에 중국에서 노키아를 사서 일 년 정도 썼지만,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다. 내가 썼던 노키아를 몇개나 가지고 있지만, 기계 자체는 멀쩡하다. 시스템이 바뀌어서 못쓰게 된 것뿐이다.
그런데, 정작 일본에서 쓰는 샤프에서 나온 휴대폰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내가 휴대폰을 주로 이용하는 것은 시간을 확인하는 시계로다. 쓰기가 불편해서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쓰고 싶지 않다. 2년 전에 서울에서 아는 분이 가족이 썼던 전화기라면서 삼성폰을 주셨다. 선불폰으로 쓰는 데 지장이 없을 거라고… 사실 삼성폰을 쓰는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기종은 오래된 것이다. 휴대폰은 익숙하게 쓰려면 나름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오래된 삼성폰을 써보고, 일본휴대폰과 전혀 다르다는 걸 알았다.
LG나 삼성폰과 일본 휴대폰은 게임이 안된다. 게임은 이미 오래전에 끝나 있었다. 상품개발하는 마인드가 전혀 달랐다. 적어도 LG나 삼성은 쓰는 사람, 소비자입장에서 설계하고 만들었다. 일본제품은 개발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만든 제품들이다. 소비자가 노예가 되어 비싼 돈 주고 쓰는 방법을 열심히 익혀서 써야 하는 기계인 것이다. 쓰기가 불편하면 내잘못인 제품이다. 일본제품이 완전히 졌다는 걸 알았다. 기술이 어쩌고 저쩌고 하지만, 그건 기술자들이 알아서 하면 되는 일이지,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쓰는 사람이 쓰기에 편하게, 적어도 스트레스는 안 받게 만들어 줘야 한다. 그런 아주 기본적인 걸 일본 제품들은 언제부터 잊어버렸나… 아무튼 불편하다. 나는 내가 나이를 먹어서 새로운 기계에 적응하지 못해서 그런 일이 벌어지는 줄 알았다… 나름 내가 새로운 기계를 익히면서 잘 따라가는 사람인 데… 일본 제품은 불편하면 소비자가 주눅이 든다. 기술자들이 어련히 알아서 잘만든 제품을 제대로 못쓰면 내가 부족한 것이다. 그래서 참으면서 써야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소비자가 불편하면 제품이 잘못 만들어진 것이다. 소비자가 불편하면 개량해야 한다. 이게 맞는 거다. 갈라파고스가 이런 것이구나.
일본사람들은 자신들이 아주 편리하다고 하지만, 그다지 편리하지 않다. 소비를 하는 데도 불쾌하고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니, 소비가 즐겁지 않다. 나는 최저한의 소비만 하려고 한다. 이러니, 경제가 좋을리 없다. 소비자에게 돈만 뜯어내고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써비스를 안 사게 되겠지…
오늘 집을 점검하러 왔던 사람이 하는 말이 이 집이 조망이 가장 좋네요. 예, 제가 그래서 여기에 살았는 데, 예전 같지가 않아요. 그 전이 더 좋았어요... 여기서 자는 밤도 하룻밤이 남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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