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12 혐오, 헤이트 스피치의 위력 1
오늘 동경은 흐리고 기온도 낮은 비교적 선선한 날씨였다. 어제와 그저께는 최고기온이 35도인 폭염이었다. 어제도 도서관에 갔다. 연꽃이 두 송이 핀 날이라고 기뻐했더니 휴대폰을 잊고 나갔다. 어제 오후는 소나기가, 아주 시원하게 비가 많이 왔다. 한참 비가 오는 것이 좋아서 몇 번이나 창문에 가서 비를 봤는지 모른다. 비가 많이 왔으니까, 기온이 내려가서 저녁에 시원하겠지 했다. 도서관을 나왔는데 공기가 따뜻하다, 이상하다 싶었다. 길을 걸으니 습도가 높은 한증막처럼 덥다. 돌아오는 길 공원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서 아까 비가 많이 와서 선선한 줄 알았다고 했더니 모두 같은 말을 한다. 습도가 높아져서 더 덥다고 이상한 날씨라고 입을 모았다. 어젯밤은 땀을 줄줄 흘렸다.
오늘은 일요일 무슨 일이 있어도 청소해야 한다. 아침에 덥기 전에 할 작정이었다. 하지만 너무 아침 일찍 하면 모처럼 일요일이라고 늦잠을 자는 이웃에게 미안하다. 9시가 되는 걸 기다려서 밥을 안치고 청소를 시작했다. 재빨리 청소를 할 예정이었지만, 지난주 청소를 못해서 꼼꼼히 하느라고 두 시간이나 걸렸다. 청소를 마치고 아침밥을 먹어다. 빨래도 두 번이나 하면서 집에서 지내다가 저녁에 야채를 사러 갔지만 살 것이 없어서 빈손으로 오다가 주변을 산책했다. 오늘 저녁은 산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선선했다.
'헤이트 스피치'에 대해서 다시 한번 쓰려고 책을 빌렸다가 못쓰고 책을 반납했다. 아무래도 글을 쓸 때 자료가 필요해서 시험기간을 지나 다시 책을 빌렸다. 필요한 부분에 표시를 하고도 며칠이나 지났다. 혐오, 일본에서 '헤이트 스피치'를 다루는 것은 공격받는 당사자인 나로서는 정신적 육체적 소모가 상당한 것으로 여러모로 힘들다. 우선, 자료를 읽은 것부터 힘들어서 이를 악물고 읽는다. 일본에서 '헤이트 스피치'는 '혐한'에 재일동포와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을 공격하는 '폭력'에 '혐오 선동'이라고 할 수 있다. '헤이트 스피치'는 그 위력이 대단해서 실제로 '혐한 데모'를 보거나 '혐한 데모' 동영상을 보지 않고 책을 읽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공격을 받는다. 요즘, 한국에서 '혐한 데모'를 반대하는 사람들 카운터에 대한 영화를 상영하는 모양이다. 일본에서 살면서 체감 레벨에서 보면 '혐한 데모'에 반대하는 용감한 시민은 일본인 중에서 진귀한 존재로 1% 이하가 모집단이라고 본다. 일본에서 '혐한'을 반대할 수 있는 1% 사람 중에 행동으로 표현하는 용감한 사람들인 것이다. '혐한 데모'를 왜 그렇게 오랫동안 열성적으로 할 수 있었느냐면 암묵적으로 대부분의 일본인들로부터 지지를 얻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더라도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내지 않고 '침묵'한다는 것이 '혐한 데모'를 하는 쪽에서 보면 암묵적인 지지로 힘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요즘 한국에서 '난민'과 '여성'을 상대로 '헤이트 스피치'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에서 보면 극히 일부 극단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볼지도 모른다. 일본에서도 그랬다. 상식적인 사고로 볼 때 왜 그렇게 모르는 사람들을 '혐오'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난민'이나 '여성'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해악을 끼쳤는지? 사회에서 압도적으로 약한 입장에 처한 '난민'과 '여성'을 '폭력적'으로 공격하는 타깃으로 삼는다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방치하는 것은 그들이 바라는 것이다. 그들이 공격을 '미친 듯이'하는 것이 주된 '공격 방법'이다. 그것을 방치하는 것은 일본 사람들이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것처럼 '침묵'이 '암묵적인 지지'가 되어 힘을 얻는다. 그들의 '혐오'가 '침묵'이라는 지지를 영양분으로 삼아 무럭무럭 자라서 사회를 지배하게 된다. 다르게 표현하면 '양아치'가 지배하는 사회가 된다고 보면 된다. 일본에서는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방치, 옹호받아 다른 나라에서 '범죄'로 여기는 '헤이트 스피치'가 만연한 사회가 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철저하게 망가진 것은 다름 아닌 일본 사회다. 일본에서 융성했던 '혐오'의 대표적인 예로 '헤이트 스피치'를 다시 한번 들여다보면서 한국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상기했으면 한다.
이하에서 ' 헤이트 스피치를 허락해서는 안된다'는 책에 주로 야스다 고이치 씨가 쓴 것을 빌리면서 해설도 곁들인다.
'혐한 데모'를 하는 사람들은 일본에서 지금까지 봐왔던 '우익'의 모습이 아니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로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젊은 남성, 회사에 다니는 복장의 여성, 수수한 옷차림의 중년들이다. 겉모습만 보면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극단적인 행동과 폭력적인 언어로 '혐오'를 표출하는 행동이 '헤이트 스피치'이며 '혐한 데모'인 것이다. 겉모습과 그들의 행동에 갭이 너무 커서 더 황당하고 무서운지도 모른다. 그들은 자신들을 보통 사람, '일반인'이라고 한다. 특히, '재특회'는 '혐한 데모'와 '헤이트 스피치'에서 출중한 실력을 자랑하는 '시민'들이다. 주로, 인터넷을 통해서 정보를 교환하며 결집한다. 일본 주류 언론에서는 그들이 대두하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일찍이 '재특회'가 위험하다고 느낀 것은 외국에서 보는 사람이었다. 일본 주류 언론에서는 "어떤 시대에도 이상한 사람들이 있다", "전혀 특별한 일이 아니다", "금방 조용해진다. 일시적인 것이다", "기사화하면 그들을 인정하는 것이 되고 만다", "무시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태도였다. 나도 초기에 그렇게 생각했다.
2013년 3월 24일 오사카 쓰루하시(일본 최대 재일동포 커뮤니티, 특히 제주도 출신이 많이 사는 곳)에서 '혐한 데모'에 '애국자'라는 사람들이 모였다. 그때 ''일한 국교 단절 국민대행진'이 데모 주제였다. 일장기와 욱일기가 나부끼는데 "재일(동포)에 증오만 담고 행진합시다"라고 외친다. "조선인을 내쫓아라", "여러분 촌코(조선인의 멸칭)라고 해도 차별이 아니에요, 저들은 인류가 아닙니다" 그런 결의 표명을 하고 행진을 시작한다. 그들이 들고 있는 플래카드에는 "폭도 (조) 선인 섬멸", "일한 단교" 등이 쓰여있다. 확성기로 "개 같은 촌코들을 갈기갈기 찢고 집을 불태워라"라고 외친다. "불태워라", "한 마리도 남기지 말고 내쫓아라", "더러운 조선반도를 불태워라" 외치면서 행진한다. 계속해서 "조센징 죽어라", "죽여라, 죽여라", "바퀴벌레 조센징을 두둘겨 내쫓아라", "조센징은 숨 쉬지 마, 산소가 아깝다", "코리아타운을 살균할 거다", "조센징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공해다" 그 걸 보고 있던 저자는 아주 불쾌했다고 한다. 추악한 데모라며 분노도 느꼈다. 일본인 남성인 저자는 불쾌함과 분노로 끝날지 몰라도 직접 공격을 받는 재일동포는 어땠을까? 일본에 사는 외국인이 보면 일본은 '헤이트 스피치'가 넘치는 일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인은 자신들이 외국인을 공격하고 있다는 '가해자' 의식이 전혀 없다. 오히려, 일본에는 인종차별이 없고 외국인에게 관대하고 친절하다고까지 여긴다. 현실과는 정반대의 인식이다.
그에 앞서 아주 유명해서 널리 알려진 재특회의 '혐한 데모'가 있다. 2013년 2월 24일 오사카 쓰루하시 '혐한 데모'에서는 여중생이 마이크를 잡고 "나는 한국인이 밉고 또 미워서 참을 수가 없다. 아, 아, 정말로 죽이고 싶다." "마지막까지 그렇게 오만하게 굴면, 남경 대학살이 아니라, '쓰루하시 대학살'을 일으킵니다!" "일본인의 분노가 폭발하면 그 정도는 합니다. 대학살 일으킵니다!" "대학살을 일으키기 전에 본국에 돌아가 주세요." "여기는 일본입니다. 조선반도가 아닙니다. 어쨌든 돌아가!"라는 가두연설을 했다. 그걸 옆에서 듣고 있는 남성들이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영상을 봤다. 그 여중생은 아마 그 세계에서 아이돌 같은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여중생이 천진난만하게 '혐오'를 선동하면서 사람을 죽이고 싶다, 대학살을 하겠다고 외치면서 마치 일본의 해방을 위한 저항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재특회가 급격히 부상한 것은 2009년 동경근교인 사이타마현 와라비에서 초과 체류하던 필리핀 가족 추방 데모였다고 한다. 부모와 딸로 구성된 가족인데 딸은 일본에서 태어나 성장했다. 딸을 남기고 부모만 강제송환을 당했다. 인터넷에는 강제송환을 지지하는 댓글로 넘쳐났다. 그들은 일장기를 메고 시내 주택가를 행진했다. 딸이 다니는 중학교 앞에서 멈춰서 "여기가 그 학교입니다. 분노의 목소리를 냅시다"라고 외친다. "불법체류자, 불법취로 일가를 당장 일본에서 추방한다"며 고함을 질렀다. 상대는 13살짜리 중학교 1학년 소녀다. 그 아이에게 죄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인터넷에서는 중학생 소녀를 공격 대상으로 삼은 '약자' 이지메같은 데모를 "잘했다"라고 칭찬하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들의 데모 스타일은 '약자'를 상대로 "가까운 거리에서 당사자에게 상처를 주는 차별 데모"가 정형화된다. 나중에는 교토의 민족학교(초등학생)를 공격했고 재일동포들이 사는 동네를 찾아가서 이런 데모를 하는 것이 통상화된다. 그들의 특징은 '약자'만 골라서 공격한다. 재일동포 아이들이나, 대낮에 재일동포들이 사는 동네에 가서 소동을 일으키면 집에 있는 사람들은 노인이나 여자들이다. 그 동네에 사는 일본 사람들은 얼마나 싫어하겠나. 일본에서 '애국자'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이 하는 짓이다. 나는 '애국자'가 아니라서 그런지 13살짜리 필리핀 소녀를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데모가 인민재판으로 보인다. 마치 공개처형을 한 것처럼 보인다. 그 현장에 없어도 인터넷을 통해서 얼마든지 돌을 던질 수 있는 것이 '헤이트 스피치'인 것이다.
'혐한 데모'가 가장 뜨겁게 타오르는 것은 역시 도쿄 신오쿠보나 오사카 쓰루하시 같은 한국인과 재일동포들이 많이 사는 곳이다. 신오쿠보는 한국인과 다른 외국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재특회에게 '혐한 데모'는 '캠페인, 카니발'이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의 '축제'이다. 2013년 3월 신오쿠보에서 열린 '폭도 선인 추방 캠페인 신오쿠보'에서 플래카드에 쓴 글귀는 한층 더 과격했다. "조센징 목메고 독 마시고 뛰어내려라", "좋은 한국인도 나쁜 한국인도 다 죽여라", "일본인에게 토지와 재산을 빼았은 자손 죽어라", "조센징은 다 죽여", "조선정벌" 일장기가 같이 펄럭인다. 이런 데모를 취재하는 저자에게 "매국노"라고 소리친다.
'혐오'나 '헤이트 스피치'에 대해서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들은 '확신범'이기에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단지, '혐오반대' 만이라도 외치자. '침묵'은 그들을 지지하는 것이 된다.
혐오, 헤이트 스피치의 위력 2에 계속 씁니다.
내용이 너무 처참하고 살벌하기에 마음의 정화를 위해서 예쁜 사진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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