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의 단발
일본대학생 2012/07/28 13:18 huiya
동경도 요새는 살인적인 무더위가 계속되는 모양이다.
소문으로 듣기에는 그제 동경 시내는 35도가 넘었다든가… 이 건 충분히 간접살인이 가능한 더위이다. 엽기적인 더위다.
다행히도 내가 사는 곳은 시내보다 2도 정도 낮다. 특히 집주위는 공원에 둘러싸여 있어서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반사열을 직접 안 받는 만큼 덜 덥다. 거기에다 나무 그늘에 가리어서 햇볓이 직접 쪼이지 않는다.
드디어 어제로 종강을 했다. 종강시즌이 다가오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예상외로 강의가 잘 먹힌 수업도 있었지만, 잘 안된 수업도 있다. 직업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교육에 관여하는 사람이라, 나름 책임도 느낀다. 강의를 여러개 해도 유난히 애착이 가고 신경이 쓰이는 수업이 있다. 어제 종강한 과목중 하나가 그랬다. 담당하던 사람이 병이나서 올해 새롭게 내가 맏게 된 강의였다. 강의를 시작했더니 학부에서 노른자위 같은 학생들이 모였다. 평균이 높다. 그리고 학부 다른수업들과 관련해 내가 강의하는 과목에 대해 이해도 깊을 것이다. 시작은 아주 놓았다. 그러나, 중반까지 갔는데 변화할 조짐이 안보인다. 막바지에 이르러 수업에 대한 이해도를 봤을 때/ 성적으로 보면 충분히 학습목표에 도달을 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시라바스에 쓰인 학습목표에 도달하거나 성적을 내는 게 목적이 아니다. 그래서, 뭔가 부족하다. 이 정도 레벨 학생들이면 뭔가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수업이 그냥 수업으로 끝날 것 같다. 마지막 시간에 학생들이 토론을 하자고 해서 토론을 했다.
이 건 일본학생들이 제일 못하는 건데 학생들이 원해서 한 것이다. 그 시간을 통해서 한 학생은 자신이 살아갈 방침을 정했다고 했다. 작년 후반기에 NPO경영 수업을 들었던 학생은 라오스를 돕기위한 NGO를 설립했다고 한다. 수업을 할 때, 자신이 직접 NGO나, NPO를 설립해서 경영할 것을 염두에 두라고 했다. 그 걸 실천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의 강의가 올해 전반기 강의중 성과가 제일 안좋다. 내가 원하는 목표가 높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고민을 했다. 어떻게 마무리를 하는 게 좋은 수업으로 끝날 것인지를 …. 답이 안나온다.
우선은 학생들에게 내가 ‘신뢰’를 얻지 못했던게 아닐까, 학생들은 선생을 ‘신뢰’해야 마음을 열고 선생을/강의를 따라온다. 그래야 뭔가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변화한 학생들이 자신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물론, 나도 지난번 처럼 잿더미가 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레포트를 받는 마지막 시간에 반성의 의미로 ‘반성의 단발’을 하고 갔다. 비록 삭발은 못했지만, 삭발정도로 내가 처음으로 스스로 머리를 잘랐다. 자폭을 한 것이다.
수업이 잘 마무리가 될리가 없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을 혼란의 구렁텅이로 내밀고 미친듯이 끝났다. 잘 마무리를 하고 싶었는데… 학생이나, 동료들에게 말을 해도 안 믿는다. 그렇지 어떻게 믿겠는가, 자기 수업이 잘 안됐다고 반성하는 의미에서 삭발을 하는 사람을 믿었다가 큰일난다. 이건 미친사람이나 하는 짓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미친사람이다. 그런데, 가끔 미친사람들이 있다. 이게 멘탈클리닉에 가면 치료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본대학생'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림책과 깡통 (0) | 2018.12.28 |
---|---|
한국유학생 A,B,C (0) | 2018.12.24 |
나를 불태운 학생들 (0) | 2018.12.24 |
다가오는 학기말 (0) | 2018.12.24 |
러브레터 (0) | 2018.1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