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사람들
동경생활 2012/08/11 14:44 huiya
오늘 동경 날씨는 며칠 만에 한여름 날씨가 되돌아왔다.
한여름 날씨는 그냥 앉아만 있어도 목에서 땀이 찔끔찔끔 나오는 상태이다. 며칠 만에 베란다에 물을 뿌렸다. 한여름 날씨에는 베란다에 물을 자주 뿌리고 하루에도 몇 번인가 찬물로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일을 해도 정신집중이 어려운 상태이다.
나는 어제부터 평상시 생활로 복귀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 건 다름이 아니라, 아침에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는 것,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하고 아침을 먹는 것, 저녁에는 산책을 하는 것등이다. 별거 없다.
어제는 역 근처까지 쇼핑을 하러 ‘하산’을 했다. 내가 사야하는 것은 버터와 모기향, 인스턴트 커피, 수박이 주된 쇼핑리스트였다. 그 외로 과일과 야채등이다. 그 걸 사는 가게가 달라서 쇼핑루트까지 메모를 했다. 우선, 좀 비싼 슈퍼에 가서 버터를 샀다. 내가 보통 가는 슈퍼에는 그 버터가 없다. 다음은 항상 들르는 가게에 갔더니, 싱싱하고 큰 오이와 토마토, 그리고 살만한 것들이 꽤있어서 거기서 시간을 많이 보냈다. 거기서 ATM에 들렀다. 내가 잘가는 저렴한 슈퍼에 갔더니 과일과 야채가 쌌다. 그런데 전혀 싱싱하지 않다는 것이다. 조금 망설였지만 안샀다. 가격이 싸도 돈을 주고 작은 행복감도, 만족감도 얻을 수 없어서 슬퍼지니까… 거기서 산 것은 약간 비싼 달걀, 항상 먹는 요거트 두 통, 과자 하나, 인스턴트 커피 두 통, 두부 한 줄, 싱싱한 횟감용 오징어 한마리이다.
다음은 집에 오는 길에 있는 중간정도 비싼 슈퍼에 들렀다. 금요일은 야채와 과일이 좀 싼날이다. 분명히 수박이 싸게 나왔을 것이여서, 수박을 사려고 짐가방을 끌고 나갔다. 수박이 쌌다. 수박을 사기전에 이미 짐가방은 채워졌지만, 수박은 사야한다. 수박을 고르고 골라서 뽑았다. 두 개다. 수박과 머슈룸, 감자 한봉지를 샀다. 수박은 마지막에 하나를 놓고 왔다. 아무래도 짐가방을 끌고 큰수박을 두 개 들고 올 엄두가 안나서이다. 짐가방 위에 수박을 얹어서 끌고 왔다.
아침에 슈퍼에 갈 때 아랫층 아줌마와 마주쳤다. 어떻게 방학 때 집에 있는냐고 인사를 한다. 나는 윗층에 사는 죄로 항상 미안하다. 생활소음이 생생하게 아래층에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 아줌마는 오랫동안 일을 해와서 아주 삭삭하고 상대를 편하게 해준다.
쇼핑을 하고 집에 와보니 벌써 오후가 됐다.
정말로 오랫만에 오징어회를 만들어 먹었다. 싱싱한 오이와 당근에, 사온 오징어를 데쳐서 초고추장으로 양념을 해서 먹었다. 학교에서 급한 서류가 와서 작성을 해서 늦은 오후에 근처 우체국에 갔다왔다. 기온은 더위가 한풀 꺾였는데, 반사열이 뜨겁다.
집에 와서 생각을 해보니, 아무래도 수박이 끝나갈 것 같다. 수박 팬으로서 얌전하게 시즌오프를 기다릴 수는 없는 법. 수박을 하나 더 사오고, 인스턴트 커피도 더 사놔야겠다. 그래서 되도록 늦은 시간에 슈퍼에 갔다. 인스턴트 커피를 사고, 두부도 한 줄 더 사고, 수박을 사러갔더니, 다 팔렸다. 세상에 이럴수가… 과자를 하나 사고, 그 대신 멕시코에서 온 아보카드가 싸서 좀 많이 샀다. 15개나, 미국에서 왔다는 ‘프레미엄 스위트'하다는 오렌지도 좀 샀다. 수박을 못 샀지만, 그 만큼 다른 걸 사왔다.
그런데 미국에서 왔다는 ‘프레미엄 스위트’하다는 오렌지는 그냥 ‘스위트’하지도 않았다. 뭐야, 사기잖아… 요새 가격이 만만한 것 들은 다 멀고먼 나라에서 온 것들이다. 멕시코에서 온 망고, 칠레에서 온 레몬에, 페루에서 온 코코넛야자에, 얘네들은 여기에 올려고 도대체 언제 나무에서 땄을까… 그러니까, 아침에 따온 오이가 싱싱하게 빛나고, 토마토가 터질 것 같다. 그런게 작은 행복감과 만족감을 준다.
실은, 어제 아침에 출판사에서 전화가 왔다. 교정을 봐야 할 원고를 보낼거라고, 내일 집에 있느냐는 것이다. 원교교정에 새로운 원고를 써야하는게 여름방학에 해야 할 중요한 일중 하나이다. 지난 번에 온 원고도 아직 일에 손을 못댔다. 일이 밀려서이다. 그리고 내 책이 나오면 기념 심포지움도 한단다. 우선 내가 새로 써야 할 것들을 전화로 듣고 메모를 했다. 심포지움은 나를 중심으로 같이 할 사람도, 테마도 다 내가 정하라고 한다. 우선 출판사가 하는 거니까, 출판사 의향도 듣고 생각을 나누자고 전화를 끝냈다.
어느새 나는 이 출판사에서 ‘중요한 인물’이 되어있었다. 그 걸 전혀 몰랐다. 그런 건 말을 안하니까. 나는 ‘유명한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영향력’이 있다는 말은 듣는다. 왜 그런지, 그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른다. 어제 출판사 사장이며, 내 일에 관해서는 최고의 편집자가 말을 했다. 당신은 몰랐겠지만, 당신과 내 출판사는 ‘특별한 인연’인 것 같다고.
그 전부터 출판일을 했지만, 자신의 회사이름으로 처음 낸 책이 내 석사논문이였단다. 석사논문이 그대로 한 권이 책이 된다는 일은 드문일이다. 그는 ‘과감’하게, 어쩌면 ‘무모’하게도, 전혀 팔리지 않을 대학원생 저자의 책으로 첫 발걸음을 내디딘것이다. 미친 짓이다.
그 때, 그 가 한 말이 있었다. 내가 죽으면 전집을 자기가 내게 해달라는 것이였다. 아직, 꽃이 필지도 안필지도 모르는 학생에게, ‘대가’들에게만 인정이 되는 일을 ‘구두계약’이라도 하라는 말에 전혀 현실감이 없었다. 출판사 사장은 나보다 10살이상이나 많다. 그리고, 개인적인 말도 전혀 한적이 없는, 친하지도 않은 그러니까, 그는 내가 한 일에 일부 밖에 모른다.
지금, 내책을 작업하고 있다.
처음에는 출판사정이 어려운 세태라 경비를 절감해서 어떻게 출판을 해보자고 했다. 그런데 일을 해가면서 ‘죽어도 해야하는 일’로 변했다. 그러면서 나와 ‘동반자살’을 해야 할 줄 몰랐다고 했다. 그에게도 내 책이, 그 만큼 중요해 졌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사운’을 건다는 게, 맞는 말이다. 출판사 25주년 기념사업으로 하겠단다. 약소 출판사에서 그다지 팔릴것도 예상되지 않는 1,400페지나 되는 책을 낸다는 것은 거의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그러나, 가끔은 ‘목숨걸고 미친짓’을 하며 사는게 인간이기도 하다.
나는 방학동안에 멀쩡한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다시 읽어내야한다. 나도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었으니, 그 전과는 다른 ‘목소리’를 읽어낼수 있었으면 한다. 서서히 '미쳐갈' 준비에 들어가는 것이다. 우선, 체력조정이다.
그래서 어제는 싱숭생숭했다. 덕분에 과잉소비를 했다. 이 걸로 며칠은 ‘하산’을 할 일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