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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문재인대통령의 고품격 대응

오늘 동경은 맑았지만 오후 늦게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오전에는 바람도 없이 맑아서 아침에 빨래를 해서 널었다. 토요일에 추웠지만 비가 조금 와서 그동안 건조한 날이 계속되었는데 습기가 생겨서 좋았다. 비가 조금 더 내렸으면 훨씬 좋았지만 날씨가 내 마음과 뜻대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 눈이 내리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다.


겨울방학이 끝나서 강의가 시작되니 평일에는 일을 해서 바쁘다. 지난주는 토요일에도 도서관에 가서 더 바빴다. 주말에는 밀렸던 집안일을 해야 한다. 어제 청소는 간단히 하고 이불들을 말렸다. 빨래는 오늘 아침에 해서 넌 것이다. 오늘은 성인의 날이라는 걸 잊고 있었다. 토요일 도서관에 갔을 때, 오늘부터 시험기간이라, 책을 빌릴 수가 없다. 직원에게 책을 빌리지 못해도 도서관에 새책이 들어 오느냐고 물었더니 새책이 들어 온단다. 나는 휴일이지만 도서관이 열리는 줄 알고 새책을 보러 나간 것이다.


도서관에 가는 길에 쓰레기를 많이 들고 나가서 버렸다. 북해도대학에서 일하는 후배를 위해서 베스트 짠 것을 보내려고 우체국에 갔더니 문을 닫았다. 아차, 오늘이 성인의 날이구나, 잊고 있었다. 도서관에는 새책이 온다고 했으니 열리는 것이겠지 싶어서 도서관에 갔다. 멀리서 도서관 맨 위층을 봤더니 불이 켜있지 않다. 이런, 도서관도 열리지 않는 날이구나. 분명히 토요일에 확인했는데..... 왜 이런 착오가 일어나지? 그 직원은 날씨가 춥다고 눈이 온다고 하니까, 일찍 돌아가라는 인사까지 했는데...... 뭐, 어쩔 수가 없다. 추운 날씨에 편도 40분 정도 걸어서 간 길이라, 그냥 오기가 싫었다. 학교내 다른 곳에 가서 읽던 책을 마저 읽고 한권은 반납했다. 오후 3시에 아랫동네 사는 이웃네 강아지와 산책을 한다. 보통 주말에는 같이 산책을 하는데 토요일은 추워서 머리가 아플 정도였고 어제는 집에서 지냈다. 오늘 산책 하는데 강아지 배설물을 치우지 않은 것이 자꾸 눈에 거슬렸다. 강아지와 산책을 하다보니 자주 눈에 띈다. 극히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매너없이 행동해서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 전체가 욕 먹을 일이 되고 만다. 


주말에 바빴던 것은 요새 봐야 할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알릴레오'와 '고칠레오'를 봐야 하고 '다스뵈이다'도 본다. 지난주 10일에 있었던 '문재인대통령 신년 기자회견'도 자세히 봐야 한다. 'SKY캐슬' 보다 먼지 봐야 하는 것이다. 교육을 직업으로 사는 사람으로서 본 'SKY캐슬'에 대해서 평을 쓰고 싶은 마음은 꼭 눌러 두기로 한다.


일본에서 '문재인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 대한 반응이랄까, 비판이 나와서 더 궁금했다. 조선일보에서는 문재인대통령의 대응을 비웃는 기사가 실린 것 같다. 기사 제목만 봐서 내용을 읽지 않아 추측인 것이다. 일본기자를 앞에 두고 삼권분립 강의 어쩌고로 기억한다. 나는 그걸보고, "히트다" 생각했다. 왜냐하면 징용공 판결이 났을 때 강의에서 학생들에게 해설을 할 때 내가 한 것과 겹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재인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외국인기자의 질문에 답변한 것만 봤다. 일본 NHK의 다카노 씨의 질문과 그에 답하는 것도 다시 한번 유심히 봤다. 동경에 30년 이상 살고 대학에서 가르치는 입장에서 말하자면 문재인대통령의 대응은 완전 정공법으로 잘한 것이다. 더 이상 잘할 수가 없다. 그야말로 '고품격 대응'으로 품격있게 일본에 대해 할 말을 다한 것이다. 쉽게 말하면 품격있게 단호히 일본을 제대로 깠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발끈한 것이다. 제대로 찔렸다. 한편 일본에서는 그런 걸 매우 싫어한다. 


징용공판결이 났을 때 해설을 하기 전에 학생들에게 물었다. 현재 일본의 정치상황에서 볼 때, '삼권분립'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느냐고 했다. 손을 든 학생이 단 한명도 없었다. 일주일에 적어도 몇백명에게 물었는데 단 한명도 없다는 것은 학생들이 보기에도 현재 일본에서 '삼권분립'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지 않다고 느끼는 것이다. 한국의 현정권에서는 대법원이 대통령 눈치를 봐서 정치적인 판결을 내리기가 힘들다. 이전 정권에서 재판을 미뤘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에 대법원을 향한 시선이 곱지 않아, 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들은 사법부를 신뢰할 수가 없어서 한국에서도 대법원판결이 징용공의 손을 들어 줄줄 몰랐다. 일본정부 변호는 한국최강의 변호사 사무실이라는 곳에서 맡았다. 판결이 나서야, 이런 판결이 더 일찍 났어야 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느꼈다. 


일본 아베정권, 아니 다른 정권에서도 그랬지만, 특히 아베정권에서는 '삼권분립'이 아닌 사법부까지 정권에 의해 장악된 것으로 느끼고 있다. 아베정권은 매스컴 장악은 확실히 했고 여당인 자민당이 국회를 장악했으며 사법부까지 정권의 눈치를 보고 있는 걸 다 느끼고 있다. 그렇기에 문재인대통령의 답변은 정공법이면서 '명답'인 것이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대통령씩이나 되는 사람이 일본 최고의 매스컴인 NHK 기자를 앞에 두고 초등학생도 알고 있는 '삼권분립' 강의를 한 것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런 기사를 쓰는 사람이야 말로 현재의 일본 정치상황을 모르는게 아닐까. 일본의 아베정권은 '정상적'이나 건전하게 굴러가고 있는 상황이 아니다. 동경에 살고 있는 나도 믿기지 않을 정도의 일이 일러나는 것이 비일비재하다. 그에 비해 한국의 문재인정부는 훨씬 건전하고 '정상적'으로 잘 굴러가고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참고로 NHK의 다카노 씨의 질문하는 태도는 일본의 관점에서 보면 전혀 문제가 없었다. 우선 지명을 받아서 기쁜 마음이 있었고, 한국어도 능통한 편이다. 그래서 웃으면서 발언 한 것이 내용과 좀 동떨어진 느낌이 있을지 몰라도 일본에서 잘 볼 수 있는 태도로 대통령에게 예의를 갖춘 것이다. 질문내용은 일본기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질문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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