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경은 맑고 날씨도 따뜻했다. 어제로 대부분 과목이 종강을 해서 학기말을 맞는다. 같이 일하던 동료 중에는 이번 학기로 학교를 떠나는 사람도 있다. 마지막 수업을 하는 것이다. 항상 경황이 없이 일을 하다가 학기말이 되면 사무적인 일까지 겹쳐서 더욱 부산해진다. 마지막 수업을 하는 동료나, 수업을 마친 동료와 차를 한잔 마실 시간도 없다. 그래도 얼굴을 내밀고 인사를 하면서 다음을 기약한다. 일을 하다가 만난 사람들과 친구가 되는 일도 드물지만, 일을 떠나서 만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학교를 떠나는 사람 중에는 은퇴해서 시골로 가는 사람도 있다. 앞으로 만날 일이 아주 없게 되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인간관계가 어려워 사람을 편하게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인간관계가 점점 없어져 간다. 그래도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나름 감정소모를 한다. 어제 정신없이 일을 마치고 주변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왔지만 이상한 기분이었다. 밤늦게 전화를 봤더니 강아지와 같이 산책하는 이웃이 전화했다.
어젯밤은 전화하기에 너무 늦은 시간이라,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전화했더니 시간이 있느냐고 한다. 바쁜일이 없다고 했더니 산리오 퓨로랜드 입장권이 2 장 있는데 같이 가자고 한다. 아침을 먹고 손빨래를 해서 널고 좀 있다가 12시 약속에 나갔다. 빈손으로 가기가 미안해서 지난주에 대량으로 산 가리비 크림스프 통조림을 두 개를 드렸다.
퓨로랜드는 키티네 고향이다. 내가 사는 곳에서도 건물이 멀리 보인다. 막상 그 앞을 가까이 지난 적이 없어서 얼마나 큰지 몰랐다. 멀리서 입구를 본 것이 전부였다. 막상 오늘 갔더니 밖에서 봐도 꽤 크다. 주변에는 손님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 나는 사람이 별로 없는 줄 알았다. 입장해서 봤더니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근래 이렇게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곳에 갈 일이 없어서 정신이 혼미해졌다. 같이 간 이웃도 사람이 많아서 손자들과 같이 가도 30분도 못 채우고 도망간다고 한다. 우선 보트를 타기 위해서 줄을 섰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안내원이 2 명이 왔는데 가장 뒷자리에 타도 좋은 사람은 먼저 안내를 한다고 해서 얼른 나갔다. 산리오 캐릭터 인형들을 볼 수가 있게 된 보트를 타서 돌았는데 예상보다 훨씬 길게 10분이나 탔다. 보트를 타서 돌면서 사진을 찍었는데 어두워서 잘 찍히지 않았다. 그래도 사진을 올린다.
다음이랄까, 메인 이벤트인 오후 1시에 있는 퍼레이드를 볼 자리를 잡는 것이다. 아래에 내려 갔더니 아주 멀리서 서서 봐야 한다고 해서 이층에 무대 앞에서 볼 수 있는 곳으로 갔다. 디즈니랜드에 가는 학생들이 하는 말을 들어 보면 주로 퍼레이드를 말한다. 옛날에 갔을 때도 퍼레이드가 있었지만, 퍼레이드가 주 목적은 아니었다. 그런데 요새는 퍼레이드를 보는 것이 주된 목적이 될 정도로 퍼레이드가 중요한 모양이다. 오늘 봤더니 퍼레이드를 보러 온다는 걸 알았다. 25분간 퍼레이드를 정신을 놓고 봤다. 아주 톤이 높은 이상한 목소리를 계속 듣고 달콤한 냄새속에서 있다보니 정신이 쏙 빠지더라. 사람들은 퍼레이드를 잘 보이는 곳에서 보려고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 있었다. 같이 갔던 이웃은 나에게 키티얼굴이 세겨진 발렌타인데이 쵸코를 선물해주고 먼저 갔다. 퍼레이드를 보고 한번 밖에 나왔다가 백화점을 한바퀴 돌고 다시 가서 3시 15분에 하는 오늘과 내일만 있는 짧은 퍼레이드를 보러 갔다. 천정에서 딸기가 혼자 내려와서 노래를 하는 것이 전부로 안봐도 좋은 것이었다. 사람들은 다음 퍼레이드가 4시 30분에 시작하는데 벌써 자리를 잡고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인파가 아까보다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깜짝 놀랐다.
퓨로랜드는 실내라서 날씨에 구애를 받지 않고 즐길 수 있지만, 아무래도 좁고 답답하다. 화장실에 가는 길에 캐릭터를 파는 곳도 봤더니 귀여운 것이 쌓여 있었다. 관심을 가지고 보면 과소비 할 것 같았다. 나는 옛날 캐캐묵은 캐릭터 밖에 모르는데 새로운 캐릭터가 꽤 많았다. 실은 나도 선물을 받은 산리오 캐릭터 인형이 꽤 많았다. 지금도 일부 가지고 있지만 캐릭터가 품질이 좋아서 오래 가지고 있어도 예쁘다.
오늘 사람이 많다고 했더니 아무래도 주말이라서 그렇다고 한다. 하지만, 어린이날이나 명절 등 특별한 퍼레이드가 있을 때에 비하면 사람이 적은 편이라고 했다. 관광버스로 사람들이 몰려 온다고 했다. 정말 깜짝 놀랐다.
다음에 다른 사람을 안내한다면 제대로 보기 위해서 요령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우선은 보트를 타는 것이 좋다. 입장하면서 바로 보트타는 줄을 선다. 다음은 퍼레이드가 잘 보이는 1층 앞자리에서 보려면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앉아서 기다리는 것이 좋다. 아이들과 같이 가면 퍼레이드를 할 때 흔들어 주는 전자봉도 사고 머리에 캐릭터도 다는 것이 훨씬 더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주로 저연령층 여자아이와 젊은 여성, 아줌마도 코스플레이를 하는 분도 있었다. 아저씨도 가족과 같이 동행한다.
평소에 전혀 인연이 없는 유원지에 갔다가 정신이 쏙 빠지고 실내에 많은 사람에 시달렸다. 돌아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서 현미를 사고 싶어서 갔는데 막상 계산하기가 싫어졌다. 마트에도 사람이 많아 급피로를 느꼈기 때문이다. 대신에 맛있는 과자를 샀다.
집에 들렀다가 산책을 겸해서 무인판매에 야채를 사러 나갔다. 보라색 무우를 두 개 사고 야콘, 긴캉을 두 봉지 샀다. 퓨로랜드 입장권이 싼 것이 아니라, 이웃에게 답례로 맛있는 시나몬 쿠키를 사서 전달했다. 단숨에 다 끝내는 것이 아주 편하다.
산리오 퓨로랜드에서 찍은 사진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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