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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대학생

일본, 일베 학생들

오늘 동경은 덥고 추운 날이다. 최고기온이 28도까지 올라갔지만, 바람이 불고 그늘진 곳은 추웠다. 길을 걸을 때도 덥다가 춥다가를 반복해서 몸에 부담이 큰 날씨가 요즘 계속된다. 요새 바쁜 일이 있어서 블로그를 쓰지 못했다. 연휴가 끝나고 이번 주는 평상시 생활의 정주행이다.

 

직업이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것이라, 항상 대학생을 접한다. 대학생을 접하면서 관찰한 것에 의하면 학생들의 변화는 연속적인 것 같으면서 어느 순간 결정적으로 달라진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올해 신입생을 보면서 지금까지 접했던 학생들과 다른 점이 있었다. 그 특징이 무엇인지 4월 중순에 개강해서 3주 수업을 하고 긴 연휴를 지낸 다음에 대충 알게 되었다. 모든 과목에 다 '일베 학생'이 있다. 그 '일베 학생'은 강의마다 나를 공격한다. 지금까지도 '일베' 성향이나, '일베'로 보이는 학생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하는 수업에서 평상시 코멘트를 평가하는 방식이라, 학생들이 항상 나를 공격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올해 이번 학기는 다르다. 이번 학기에 수강생은 많은 과목이 없어 가장 많은 것이 80명 정도가 듣은 '아시아 사회론'이다. 여기에도 아주 공격적인 성향의 '일베'가 한 명 있다. 이 학생들은 세계가 일본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줄 알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구, 아니 우주가 일본을 중심으로 존재한다고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이번 주 화요일부터 매 강의마다 학생들이 '트와이스'의 사나라는 멤버가 SNS에 올린 내용을 공격받았다고 나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나도 이틀 동안 그런 코멘트를 받고 질려서 다음에는 자동적으로 오늘까지 매 강의마다 해설을 했다. 한국 신문에 실린 기사를 봤다. 어떤 이상한 사람이 괜히 트집 잡는구나 생각했다. 내가 보기에는 문제 삼을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요즘 세상에는 어디에나 이상한 사람은 있는 것이다. 혹시 안티 트와이스인가? 생각했다. 그런데, 한국의 일간지(한겨레) 일면에 기사로 다뤄서 그런 식으로 트집을 잡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한국 신문에서는 일단 '매듭'을 졌는데, 일본에서 한국 아이돌을 공격하는 행위에 대해 제대로 '매듭'을 짓는 기사를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요즘 일본 정부에서는 거의 매일같이 외무상이나, 총리, 장관이 나와서 '한국 때리기'를 하고 있는데 알고 있나? 지금 북한의 식량부족이 심각해서 한국과 미국이 북한에 식량을 원조할 것에 대해 합의를 했다. 한국은 식량이 남아돈다. 북한에서 인구의 40%가 식량이 모자라서 영양이 부족하다고 한다. 북한의 인구를 생각하면 40%는 천만이 넘는다. 식량이 부족하면 식량을 가장 필요로 하는 약자부터 그 영향을 받게 된다. 우선순위로 보면 노약자와 여성이 될 것이다. 일본에서는 총리가 북한과 아무런 조건을 걸지 않고 만나겠다고 했다. 그래 놓고 어제 외무상이 한국이 북한에 식량을 원조하는 것은 안된다고 딴지를 놨다. 총리가 북한과 대화를 하고 싶다고 한 것도 그냥 해본 말인가?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었다면 외무상이 그런 발언을 못한다. 속내는 북한과 대화를 하고 싶지 않은 것인가? 나는 참 이상하다고 본다. 일본에게 도와달라는 것도 아닌데 한국이 원조를 한다는데 왜 반대를 하나. 학생들에게 물었다. 일본이 다른나라에 인도적 차원에서 식량을 원조한다는데 한국에서 반대한다면 어떻겠나. 학생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일본에서는 북한 사람들이 식량이 부족해서 굶어 죽는 것이 좋을지 몰라도 한국은 다르다. 물론, 일본과 같이 식량을 보내면 안 된다. 식량을 보내면 필요한 사람들에게 주지 않고 팔아서 핵 개발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문제는 식량을 원조하면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주는지 아닌지 검증할 수 있게 하면 된다. 옆집에서 아이와 노인이 밥을 굶고 있다는데, 쌀을 주면 팔아서 다른데 쓸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식량원조를 못하게 막는 것과 같다. 우선은 옆집에서 굶을 아이와 노인을 먹여야지, 살리고 봐야지. 쌀을 팔지 못하게 하면 되지, 쌀을 안 주겠다면 굶어 죽으라는 소리다. 이건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도와야 하는 일이다.  북한에서는 사람들이 굶는다는 걸 아는데, 한국에서 속이 편하겠나. 불편하다. 우선은 사람들에게 먹게 해야 한다. 사람들 생존이 걸린 문제다. 한국이 찢어지게 가난해서 못하면 모르지만,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못하게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인간이길 포기하는 문제다. 그러면서 같은 '민족'이 어쩌고 하면 안 된다. 

 

한국에서는 안보상으로도 북한을 너무 힘든 상황으로 몰면 안 된다. 식량이 부족한 것은 한국과 별개의 문제지만, 국민이 굶는 상황이 되면 북한이 어떤 일을 할지 모른다. 그야말로 한국에서 북한이 더 위험해지지 않게 하는 의미에서도 식량원조는 필요한 조치다. 힘들 때, 우선 도와줘야 한다.

 

그런 설명을 듣고도 '일베 학생'은 한국이 식량원조를 하면 팔아서 북한이 핵개발을 하니까, 식량원조를 반대한다고 한다. 역시, '일베 학생'이구나 싶다. 사람이 죽어간다는 말을 들어도 그렇구나. 

 

요즘 학생들이 신문도 잘 읽지 않지만, 예전에는 신문을 읽는다면 '아사히'였다. '아사히'를 읽지 않아도 '아사히'를 중심으로 여겼다. 지금은 달라졌다. 올해 들어 확실히 느끼는 점은 학생들 의견이 '산케이'와 같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하는 것, 아베 총리는 무조건 지지와 같다. 다른 말로 하면 일본은 뭐든지 옳다. 일본은 최고다. 전체 학생들 의식이 '아사히' 논조에서 '산케이'로 완전히 달라졌다. 이런 의식을 배경으로 다른 것에 대한 이해도 연동하는 식이다. 

 

'트와이스'에게 트집을 잡은 유형의 사람과 '한국 때리기'를 하는 일본을 대표하는 정치가가 하는 걸 양비론처럼 생각하면 안 된다. 이상한 개인과 정치가는 엄연히 다르다. 정치가의 행위는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을 향한 것이다. 그렇기에 정치가가 표명하는 것은 일본 국민 전체의 의견으로 보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인인 나는 '트와이스'의 일본인 멤버에 대해 매일 해명을 해야 하는데, 정작 일본인인 학생들은 정부가 '한국 때리기'를 하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모른다. 북한에서 곤경에 빠진 많은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에 관한 일을 반대하고 있다. 미안하지만, 너무 다른 일이다. 그런 구분조차 할 수가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일부 학생들이 가진 '일베'성과 의식은 일본의 사회 전체 분위기가 연동하고 있다. 올해 신입생이 중/고등학생 시절을 온전히 아베정권하에 성장한 학생들이다. 아베정권이라는 큰 틀 안에서 성장한 학생들 의식이 변했고 '일베 학생'이 당연한 대학이 되고 말았다. '개봉박두'라고 할까, 아베정권이 키운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왔다. 이런 전개는 상상도 못 했다. 어쩌면 이런 아이들을 키운 것이 아베정권이 무엇보다 소중한 실적이 될지도 모르겠다. 

다음 기회에 '넷우익'에 대해 글을 올리기로 한다. '넷우익'은 '일베 학생'의 부모세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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