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5/26 평범한 일요일
오늘 동경은 어제와 달리 기온이 높아서 덥고 습도도 높았다. 어제는 기온이 낮고 건조해서 쾌적한 날씨였는 데…
어젯밤에 책을 읽다가 좀 늦게 잤다. 요즘 좀 늦게 자는 경향이 있다. 오늘은 빨리 자서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야지. 아무래도 늦게 일어나면 몸이 찌뿌둥하고 할 일도 잘 못한다. 그러나 밤에는 하는 일에 열중하다 보면 또 시간을 잊고 늦게까지 책을 읽고 만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악순환을 거듭하면 안 된다..
오늘은 늦게 일어나서 오전에 일을 못했다. 청소를 하려고 했는 데… 내일 오전에 청소를 해야겠다. 일과인 요가를 하고 늦은 아침을 먹었다. 어젯밤에 읽다가 남긴 책을 마저 읽고 오늘 할 일을 준비했다. 그리고 점심을 일찌감치 먹고서 일을 시작했다. 오늘 할 일은 500명 수업 학생들 감상문을 읽는 일이다. 이 게 채점을 하기 때문에 집중이 필요해서 반나절이 걸린다. 결국 다른 일을 못해 하루가 걸린다는 말이다. 수업은 중반에 접어들어 학생들도 좀 익숙해져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물론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아 전혀 변화가 없는 학생들도 있다. 500명이 수업을 한다는 것은 500명이 한꺼번에 달리기를 하는 것과 같다. 나의 강의라는 가이드를 따라서 달리는 것이다. 거기에는 아직도 달리기를 시작하지 않고 스타트라인 근처에서 얼쩡거리는 아그들도 있다. 달리는 학생들 중에는 벌써 넓은 세상으로 나간 학생들도, 높은 하늘을 날고 있는 학생들도 있다. 강의를 들으면서 스스로 자신의 껍질을 깨어가는 학생도 있다. 학생들이 달라지는 것을 아주 확연히 알 수 있다. 아직도 강의는 산 넘어 바다 건너가야 할 길이 멀다. 어떻게 그 길을 갈 수 있을지 불안하지만, 어쨌든 앞으로 향해서 가야지.
학생 중에는 과거 중학생 때 넷우익이었다고 고백하는 학생도 있다. 그런 고백을 할 정도라는 것은 나를 어느 정도 신뢰했다는 것이리라. 현재는 그 걸 반성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수업에서는 대체로 여학생들이 활발하고 적극적이다.
저녁에는 산책을 나갔다. 한 시간 정도 주변을 걷고 오는 것이다. 길에는 낮에 강렬했던 햇살의 잔상이 남아있어서 아스팔트 지면에서 열기가 훅하고 올라온다. 거기에 습기가 있어서 조금 걸으니 땀이 난다. 집에 돌아오는 입구에서 맨 아래층 할머니를 만났다. 그 할머니는 식물에 관심이 많아서 주변에서 식물을 채집해다가 집 앞에 심고 관찰을 한다. 거기에 식물 이름을 팻말에 하나씩 전부 썼다. 그리고 유채과 식물을 먹는 보기 드문 나비의 유충도 봤다. 나비 유충의 유채과 식물을 먹고 내년 봄에 나비가 되어 날아가기까지 누에고치처럼 되어서 기다린단다. 올해 초에 외벽공사를 할 때, 식물이 있었던 자리에 자재를 쌓아 놔서 식물들이 다시 안 나올 줄 알았다. 다행히도 식물들은 다 싹이 나고 성장해간다. 날씨가 더워졌다고 벌써 모기가 날고 있었다.
이 할머니와는 아침에 나가면서 식물에 물을 주는 걸 보면서 인사를 한다. 가끔 저녁에 식물을 손질하고 있을 때, 내가 하소연을 하는 일도 있었다. 자세한 말을 하지 않지만, 학교 선생님이었는 데, 정년퇴직을 한 것 같다. 한결같이 검소하고 소박하게 사신다. 내 밑에 층 아줌마와는 완전 타입이 다르다. 나는 양쪽에 다 인사를 하고 수다도 떠는 데, 두 분은 말도 안 건네는 것 같다. 그렇다고 사이가 나빠 보이지도 않는다. 아마 서로에게 적당한 거리감인가 보다.
'동경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뇌빈혈로 쓰러졌다 (0) | 2019.05.27 |
---|---|
뜨거운 일요일 (0) | 2019.05.26 |
우박이 내렸다 (0) | 2019.05.04 |
벚꽃이 지다 2019-8 (0) | 2019.04.10 |
벚꽃이 지다 2019-7 (0) | 2019.04.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