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경은 맑지만 기온이 30도까지 올라가지 않아 지내기 좋은 날씨였다. 요새 빵을 많이 사서 식사를 빵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오늘 아침에는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먹었다. 햄에 토마토, 양상추, 저민 양파에 소스까지 바른 든든한 식사였다. 한 달 빵으로 살면서 빵을 주식으로 하면 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관찰하고 있다. 일종의 실험이라고 할까.
오늘은 월요일, 도서관에 가서 읽은 책을 반납하고 새로 온 책을 보고 두 권은 빌려왔다. 책이 무거워서 돌아오는 길에 이웃네 강아지와 산책하기 전에 등에 진 짐을 어딘가에 맡겨 놓고 싶을 정도였다. 집에 와서 오는 길에 산 햇감자를 쪄서 먹었다. 오늘 밭에서 캔 것이라, 껍질이 그냥 벗겨졌다. 쪘더니, 감자가 녹아서 수프가 되고 말았다. 건더기는 포실포실해서 맛있었다. 분명히 감자를 찌기만 했는데 결과적으로 수프까지 만들고 말았다니, 혹시 나는 요리 천재일까? 착각은 자유지만, 망상은 위험하다. 우연히, 어쩌다가 그런 결과가 나왔을 뿐이다.
저녁을 먹고 인터넷으로 일본 뉴스, 도요케이자이를 봤더니, 북한에서 '전제 조건 없는 수뇌회담을 개최'하자는 일본 측 제안에 대한 북한의 반응을 소개하는 기사가 있었다. 일본어로는 '낯짝이 두껍다'는 식으로 나왔다. 고노 외상이 "북한이 바른 결단을 내리면 (경제) 제재가 해제될 것이다"라고 한 것에 대해 북한은 "바른 결단을 해야 하는 것은 아베 일당이다, 일본은 과거의 죄악을 깨끗이 청산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북한은 "일본 정부는 끈질기게 평양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적시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라는 표현은 좀 애매하다. 북한의 표현을 아주 순화한 것이다.
한국 신문을 봤더니 아주 화끈하게 표현했다. 조선 중앙 통신이 일본에 대해 "우리 국가에 대해 천하의 못된 짓을 다 하고 돌아다니면서도 천연스럽게 '전제 조건 없는 수뇌회담 개최'를 운운하는 아베 패당의 낯가죽의 두텁기가 곰 발바닥 같다"라고 비판했다고 나왔다. 북한의 표현력이 끝내준다. 나는 북한의 입장 표명에 완전히 동의한다. 곰 발바닥이라면 고급 중국요리 재료라도 되겠지만, 일본의 낯짝은 쓸 곳이 없다. 작년 같은 날에 쓴 블로그를 다시 올리면서 봐도 일본의 태도가 갑자기 돌변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북한에서 일본의 갑자기 돌변한 태도를 좋게 받아들이기에는 일본이 그동안 해왔던 행태가 너무나 악랄하기에 북한이 믿을 수 없다는 것이 당연하다.
아베 총리와 남북한은 '악연'이다. 여기서는 북한과의 관계에 대해서만 살짝 쓰기로 한다. 아베 총리가 될지도 몰랐던 시절, 솔직히 명문가의 도련님이라는 인상 외에는 정치가로서 특별히 매력이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아베 총리가 정치가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다름 아닌 한반도와 관련한 사안이다. 첫 번째가 '위안부 문제'를 다룬 NHK 프로그램에 정치적 압력을 행사한 것이다. 당시는 정치가가 매스컴 그것도 공영방송인 NHK에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이 믿을 수 없는 분위기였다. 나중에 아베 정권에서 '아사히 때리기'를 시작해서 NHK는 물론 완전히 매스컴을 장악하고 만다. 아베 정권에 비판적인 기사를 쓸 수 있는 것은 공산당의 기관지인 '아카하타'나 인터넷 매체인 '리테라' 정도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이건에 대해서는 널리 알려지지 않아도 아베 총리의 존재감과 성향을 알리기에 충분한 것이었지만, 매스컴에서 그렇게 인식하지 않았던 것 같다. 워낙에 도련님으로 봤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가 정치가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확실히 두각을 나타낸 것은 고이즈미 총리 시대에 일본인 '납치 피해자'문제에서다. 2002년 9월에 고이즈미 총리가 갑작스럽게 평양을 방문해서 북일 정상회담을 하고 '평양선언'을 한다. 그때에 일본인 '납치 피해자'가 있다는 걸 북한이 인정했다. 북한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성의를 보이는 차원에서 '납치 피해자'를 몇 명 일본에 일시 귀국을 허락했다. 북한에 돌아가는 걸 전제로 한 것이었는데, 일본에서 일방적으로 파기해서 돌려보내지 않았다. 그 후로 일본에서 북한에 대해 '납치 피해자'를 전면에 걸고 북한을 비난에 비난을 더하기 시작했다. 그전에 평양을 방문한 것과 '평양선언'이 무색해졌다. 아베 총리는 '북한'을 적대시하고 비난한 덕에 정치가로서 두각을 나타냈고 총리가 된 인물이다. 그 후로도 '북한'을 적대시하고 비난함으로써 총리로 다시 등장했고 때가 되면 '북한'을 이용해서 지지율을 유지했다. 아베 정권을 가장 지지하는 것은 북한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일본에서 '북한 때리기'는 '납치 피해자'가 귀국을 한 이후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일본 전체가 들고일어난 것처럼 매일같이 매스컴에서 특집 방송을 할 정도였다. 이것은 다른 말로 하면 '북한 때리기'에, '북한 이지메'였다. 단순히 일본 매스컴에서 '북한 이지메'를 한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을 고립시키기 위한 모든 것을 일본이 솔선해서 했다.
일본에는 역사적 관계로 북한에서 해외 공민으로 여기는 '조선적'이 적지 않다. '한국적'보다는 훨씬 적지만, 북한의 해외 공민으로는 가장 많고 중요한 사람들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항의하는 제재라면서 2006년에는 북한을 왕래하던 만경봉호에 대해 입항 금지 조치를 내렸다. 일본에 있는 '조선적'의 북한 왕래를 차단하는 식이었다. 중국으로 돌아서 갈 수도 있기는 있지만 어렵다. 나는 만경봉호 입항 금지를 보고 일본과 북한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다고 봤다. 일본에서 북한과의 다리를 불태우고 말았다. 그 후로도 북한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는데 항상 앞장섰던 것이 일본이며 아베 정권이었다. 나는 아베 정권에서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나서는 자체가 그저 말뿐인 제스처이지, 진정성이 안 보였다. 요전에도 북한이 일본에서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나서기 이전에 북한이 일본에 왕래할 수 있게 비자를 내달라고 요구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북한의 요구가 너무나 당연하다. 정상회담을 하겠다면, 정상회담이 관계 개선을 위한 것이라면, 당연히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 그에 대한 대응이 있었나? 기사를 보지 못했다. 일본에서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나오는 것이 너무 성의가 없는 장난삼아 말을 한번 던져본다는 식이다. 일본이 성의없이 말이라도 던지면 북한이 덥석 물것이라는 전제다. 그런데, 일본이 북한에 대해 그동안 해왔던 '북한 때리기', '북한 이지메'에 가장 앞장서서 장기간에 걸쳐 해왔다는 걸 잊은 것인지, 아니면 북한이니까, 일본이 뭘 해도 괜찮다는 인식인지 모르겠다. 북한을 밟아도 너무 짓밟아왔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 한다. 북한이 비록 경제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지만 '자존심'이 있다. 아니, '자존심'으로 버티는 나라다. 북한이 죽으면 죽었지, 일본, 아베 정권이 손을 내미는 시늉을 한다고 덥석 잡을 수가 없다. 북한은 '친일파'가 권력을 잡고 난동을 부리는 한국과는 다르다. 북한에는 '자유 한국당'이 없는 것으로 안다.
만에 하나라도 일본이 북한과 대화를 하고 싶다면 '진정성'을 보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아니, 그냥 선거용으로 북한에도 일본, 아베 정권의 '나이스'하다는 걸 보이기 위한 제스처라면, 그냥 이대로도 충분하다. 그런데, 아베 정권은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북한이 필요하다. '한국 때리기'만으로는 부족하다. 하지만, 북한이 없어도 자민당이 정권을 잡는다. 아베총리는 이번 선거에 크게 이겨야 '개헌'을 할 수가 있기에 북한이 필요한 것이다. '개헌'을 하면 군사력을 증강하고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된다. 동북아시아의 평화, 한반도에 위협이 되는 길로 간다. 북한이 그걸 모를리가 없다. 또 하나, 이게 포인트로 보는데, 경제적으로도 북한에 진출하는 것이 너무나 필요하다. 북한을 고립시키기 위해 혈안이 되다 보니 일본이 고립되어 간다. 실은 아쉬운 것은 북한이 아니라, 일본이다.
북한의 화끈한 표현력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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