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17 장마철에 카레
동경은 지금 한창 장마철입니다.
지난주부터 장마철에 들어섰는데 그렇게 비가 오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부터 본격적인 장마철처럼 계속 비가 올 거랍니다. 그래도 주말이어서 괜찮습니다. 어제 학생들에게 장마철을 쾌적하게 보내는 방법을 써내라고 했지요. 그랬더니 남학생들은 냉방이나, 방에서 습기를 제거하거나,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서 지내는 게 좋다고 합니다. 그리고 외출 때도 자동차가 좋다고 합니다. 습기제거가 중요하다고 곰팡이가 안 피게 건조를 시켜야 한다고 합니다.
여학생들은 기분전환을 위해서 새우산을 사거나, 비옷이나 장화를 산답니다. 밝은 색 옷을 입어서 기분을 밝게 한답니다. 우비를 사겠다는 학생도 있더군요. 역까지 자전거를 타고 통학을 하는 학생입니다. 약국에서 알바를 하는 학생은 장마철을 쾌적하게 보내는 새로운 상품(옷에 뿌리면 선선하게 느껴지는 미스트, 물에 적시면 차가워지는 스카프 등)이 있다고 정보를 알려줍니다. 아무래도 여학생들이 적극적입니다. 장마철을 즐기러 가마쿠라에서 열리는 수국 축제에 가는 건 어떠냐고, 새로 산 우산과 장화를 신고 가면 더 좋을 거라고 권합니다. 맛있는 찻집에 가서 차를 마신다는 등입니다. 일본에서 나고 자라도 장마철을 싫어하나 봅니다. 학생들과 수업을 하다보면 졸리는 시간이 있고 덥고 추운 시간, 이런 저런 시간을 같이 보냅니다.
오늘은 아침에 늦잠을 잤습니다. 늦게까지 자고 아점을 먹고 학교 도서관에 갔다 왔지요. 아침에는 비가 오지 않았거든요. 학생들 의견대로 저도 기분전환 삼아서 빨간 우산을 들고나갔습니다. 도서관에 가면 어쨌든 몇 시간을 보내는 지라 책을 읽다 보니 어느새 저녁때가 가까워졌더군요. 장마철이라 여러모로 찌뿌둥합니다.
그래서 오랫만에 카레를 만들려고 재료를 내놓고 도서관에 갔습니다. 어제저녁에 슈퍼에서 카레 루를 사 왔거든요. 제가 평소에 사는 카레인데, 여름용으로 다른 제품이 나왔더군요. 맛이 어떨지 사봤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돌아와서 배가 고픈데도 카레를 만들기 시작했지요. 시간이 좀 걸리는 것이라 두 시간 반 정도 걸렸습니다.
오늘 카레도 평소와 다름없이 치킨카레입니다. 맨 먼저 마늘과 생강을 볶고 거기에다 다진 양파를 넣어서 좀 오래 볶습니다. 이 걸 얼마나 오래 볶느냐가 포인트입니다. 다음은 당근을 넣고 볶고, 가지를 넣고 차례로 볶아갑니다( 수분이 다 날아갈 정도로 볶으세요). 야채를 다 볶고나서 물을 넣고 끓이면서, 소금과 후추를 쳐두었던 닭고기(주로 닭날개 윗부분)를 후라이팬에서 양쪽이 노릇노릇하게 굽습니다. 그러면 닭고기 냄새도 없어지고, 더 맛있습니다. 그 걸 다시 카레에 넣는 거지요. 감자는 맨 마지막에 살짝 끓여서, 카레 루를 넣어서 끓입니다. 오늘 카레는 여름철 야채가 많아서 후르티 합니다. 그리고, 로즈메리로 향기롭고 좀 스파이시합니다. 혀가 좀 마비될 정도로 (먹고 나서 한 시간 후 소감으로는, 이 제품 아무래도 실패작 같군요. 혀가 얼얼하게 마비되어 맛을 좀 못 느낄 정도입니다).
마지막에는 요전에 친구네 집에서 얻어온 로즈메리를 넣었거든요. 더 달콤하고 후르티한 맛을 내려면, 지금 이 계절이면 토마토를 넣으면 더 좋습니다. 저는 쓴맛이 나는 오키나와에서 나오는 야채를 넣으려다가 말았습니다.
결과는요, 그런대로 맛이 있습니다. 그런데, 땀이 납니다. 이게 스파이시한 맛 때문인지, 아니면, 카레가 따뜻해서 인지 모르겠네요.
추신, 사진을 줄이는 소프트를 사용했는데, 사이즈는 줄였는데 거기서 어떻게 올려야 하는지 안됩니다. 그래서 사진이 없습니다. 2019년에 카레색 백합 사진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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