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26 논문 격투기???
어젯밤, 오늘 새벽 세시까지 논문을 마쳤다.
오랜만에 다행히도 쓰는 것에 집중을 할 수가 있었다.
어제 하루도 17시간이나 컴퓨터 앞에 앉아있었다. 일이 끝나 자기전에 목욕을 하려고 일어섰더니 다리가 코끼리 다리만 하게 부어있다.
한동안 정신을 딴데다 놓고 와서 혼이 빠진 것 같아 일에 집중을 못했다. 마치 유령처럼 살다보니 일에 집중하려고 해도 집중이 안되었다. 나는 일을 집중력으로 하는 편이다. 집중하고 몰입해서 빨리 해 치운다. 그런 사람이 일에 집중을 못하니, 세상에 이런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거구나. 그러면 어떻게해야 하는데? 뭘 어떻게해야 하는지 정말 난감했다. 생전 처음으로 마감도 어기고,,, 큰일 났다.,,,
일본에서 보면 다른 약속들은 칼같이 지키는데 원고 마감 만은 잘 안 지키는 성향이 있다. 나는 마감을 어길 처지가 못되어, 마감을 꼭 지키는 걸 철칙처럼 일을 했었다. 그리고 논문이나 글을 쓸 때 고민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다시 쓸 테니까, 마지막이 아니니까, 쓰는 지점에서 가능한 것을 쓰면 되니까. 가능하면 가볍게,,,
그런데 오랜만에 논문을 쓰는 데 고민을 했다. 학회에서 요구하는 수준이 높아서 그것에 대응하려 하다 보니 자신의 역량이 부족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야 하니까. 요 10년 동안 일본에서 학회 보고를 하지 않았다. 이번 학회 보고는 참 오랜만인 것이다. 물론 이 학회는 내가 아는 사람들이 많은 학회가 아니고, 더군다나 이번은 동경이 위험하다고 해서 오키나와로 학회장을 옮겼다
논문을 쓸 때는 몰입을 해서 쓰는 스타일이다. 몰입해서 자신이 논문 속에 들어가 헤매면서 울고 불고 감정표출을 하면서 쓴다. 그런 나는 사람 앞에서나 혼자서도 울고 불고 하지 않는 사람이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습관들이 있는 모양이다. 내 친구 하나는 얼굴을 긁는다. 다른 사람은 머리를 잡아 당긴다.
논문을 쓰면서 한바탕 하고 나면 몸이 피곤하지만 뭔가를 자신에게서 뽑아낸 것 같아 홀가분해진다. 논문을 쓰는 재료 중 제일 중요한 것은 내 몸속에 있는 것 같다. 몸에 배어있는 걸 뽑아내는 작업 같기도 하다. 일단 쓰고 나면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다. 논문이 잘되고 안되고가 아니라 끝나면 되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논문을 마치면 좀 허탈해진다.
오늘도 동경은 잔뜩 찌푸린 날씨이다.
아침에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나른한 몸을 스트레칭을 해서 추슬렀다. 그리고 아침을 먹고 중고 책방에 갔다 왔다. 요즘 읽는 작가 책을 네 권이나 사 왔다. 돌아오는 길에 슈퍼에 들렀지만 아무것도 안사고 집에 돌아왔다. 요즘 물가도 비싸고 맛있어 보이는 것도 별로 없다. 집에 돌아와서 호박을 넣고 부침개를 만들어서 배불리 먹었다.
역시 비 오는 날은 부침개가 맛있다.
오랜만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일요일을 지낸다.
중고 책방에 가는 길에 사진을 찍었다.
남의 집 정원입니다. 야채를 사는 농가 마당이지요.
그 맞은편에 있었던 수국 종류 같아요.
강가에 강가에 있는 집 입구에서 대문까지, 저 멀리에 대문이 보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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